[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33) 우포에서 나만이 촬영할 수 있는 것은?

푸른 식물들이 많아 여름엔 '녹색 융단'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 우포늪에도 겨울이 지난해보다 더욱 빨리 찾아 왔습니다. 약 1주일 전 우포를 지나치는데 손이 너무도 시리고 작은 웅덩이에서는 얼음이 언 것을 보았습니다.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주는 겨울이 왔습니다. 지면을 통해 우포늪과 관련한 작은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안개 낀 우포늪 촬영

우포늪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우포에 오는 많은 분들이 꼽는 제1경이 '새벽의 물안개' 지만 안개 낀 우포늪의 풍경 또한 아름답습니다. 안개 속에 겨울철새들이 있는 우포의 모습 또한 많은 사진 촬영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광경입니다.

며칠 전 새벽에 우포늪 사진 촬영을 위해 서울과 부산 등에서 온 십여 명의 방문객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포를 렌즈에 담고 싶은 풍경들에 따라 방문객들을 구분해 보니 안개를 좋아하는 사람들, 어부가 탄 배 촬영을 좋아하는 이들이나 우포의 식물 등을 렌즈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 등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성급하면 겨울 철새들이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죠. 아침 7시 20분 정도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우포늪의 대대제방 부근, 대대제방에서 부엉이덤 방향, 전망대 밑에서 우포늪따오기복원센터를 지나 부엉이덤까지 가는 길 등에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활동 등을 위해 있습니다. 조용히 부드럽게 그들을 대하면 새들은 방문객들을 위해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공 들이는 노력을 보면 아름다워 보입니다.

안개 낀 우포늪.

베트남의 민족주의자이자 외세에 의해 분단된 베트남을 통일하여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호찌민이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를 항상 곁에 두고 읽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는지요? 많은 분들이 존경하는 다산 선생께서 남기신 좋은 말씀 중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가 있답니다. 우포늪에서의 사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남들이 하는 같은 촬영을 해서는 오래 못하고 3~4년 뒤 다른 취미로 가버린다고 '늪이 되어가는 사진가' 정봉채 교수는 이야기합니다. 많은 분야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화 융성국가'가 되지 않겠습니까? 일본의 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고 하여 우리도 일본인들것을 보고 베끼기만 한다면 어린 시절 한때 불렀던 '원숭이 나라' 사람들이, 다른 곳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으로 세계인들은 보지 않을까요? 외국에 대한 정보가 적었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시절을 지냈던 저는 일본인의 예술, 과학, 문학 등의 분야에서 보인 창의성에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창의성과 특허를 중요시 여기는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많고, 이를 지탱해줄 고마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지금보다 더욱 창의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산 선생이 말씀하신 '기록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자신의 일을 하자'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겠죠? 잘 보아야 잘 찍는 예술 중의 한 분야인 사진은 오죽하겠습니까?

며칠 전 생태기행을 하면서 만난 분께 '우포에 오시면 나무가 되고 새가 되고 풀이 되어보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그 연구원은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라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어린이와 아버지가 어느 나무 곁을 지나기면서 말을 했답니다. "아빠 저기 있는 저 나무 너무 불쌍해요. 난 아빠와 이렇게 말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데 저 나무는 말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니 너무 불쌍하죠?"라고 했답니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아이의 아버지는 그런 생각을 하는 어린이가 아마도 대견스러웠을 겁니다. 아이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을 하다니 애가 제법 컸구나!"하고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도 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나무는 어떠했을까요? 나무는 자기 자신을 전혀 불쌍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몰랐던 나무들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도 하고 햇빛을 받고 물을 마시면서 잘 살아 왔기 때문이죠. 물론 키도 아버지와 어린이보다 컸었습니다. 그 나무는 인간들에게 들리지 않는 언어로 "하하 꼬마야 난 괜찮아. 나는 네가 들리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잘 살아가고 있단다. 인간들처럼 말을 많이 해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아. 고마워"라고 응답 했답니다.

우리 인간들은 그 어린이와 같이 또는 매우 비슷하게 나무를 바라 볼 때 우리 인간 중심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생태에 대한 현대인의 지식이 8000년 전의 배가 발견된 창녕군 비봉리 유지에 살았던 신석기인들보다 매우 많다고 생각해 왔지만 요즘은 더 적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많은 동식물들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고 관심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많은 먹거리와 입을 거리 등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전에는 신석기인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보다 무지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식물과 동물 등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보는 소나무가 지구의 생태계 선배님이라는 것을 알고, 해설이나 강연을 할 때 소나무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들이 웃기도 하고 따라해 보기도 합니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는 후배 생명체 중의 하나입니다. 선배님들을 잘 모셔야겠죠?

겨울 철새들이 우포늪의 수면 위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줘 우포늪의 방문객들을 기쁘게 합니다. 우포늪의 겨울 철새들 중 우포늪을 찾는 큰부리, 큰기러기 등의 기러기류는 해마다 수천 마리가 우포늪의 물가와 하늘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는 숫자가 8~10마리 정도 되나 어김없이 우포늪을 찾아 옵니다. 하얀 천사 같다는 고니와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다양한 오리류들은 언제나 반가운 겨울의 손님들입니다.

◇인근에 '산토끼노래동산' 도

우포늪에 온 분들에게 우포늪 주위에 갈 만한 곳이 또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이제 우포와 그 인근에 머무실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며칠 전인 11월 15일 '산토끼노래동산'이 문을 열었습니다. 1928년 당시 이방보통학교의 교사이시던 이일래 선생(1903~1979)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동요 중의 하나인 산토끼노래를 만드셨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산토끼노래동산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포늪에 오신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명소가 생긴 것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읽기)책 32페이지에 소개되는 대합면 주매마을 앞에 위치한 수생식물단지가 '우포늪생태체험장'이라는 산뜻한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생식물만 체험하는 곳 같은 명칭에서 새로운 이름을 가진 것입니다. 이곳엔 배타기 체험, 붕어잡기체험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체험장이 내년 초에 문을 열고 조성 중인 '곤충어드벤처관'과 숙박시설인 '에코로지' 등 생태체험 시설들이 생기면 우포늪은 독특한 생태체험 교육관광지로 거듭나게 될 것 같습니다. 우포늪을 찾은 어린이들과 일반 방문객들이 재미와 함께하는 생태교육과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담아가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용호(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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