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전승원·김혜경 부부

전승원(36)·김혜경(36) 부부는 결혼한 지 이제 한 달 좀 더 됐다. 하지만 서로 연을 맺은 지는 10년 훌쩍 넘었고, 연인으로 지낸 시간만도 7년 가까이 된다.

승원·혜경 씨는 대학교 시절 '운동권 학생'이었다. 학교가 달랐어도 학생운동을 함께하면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나이는 같지만, 혜경 씨가 재수했기에 선·후배 관계였다. 그러다 지난 2006년 둘은 연인관계가 됐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됐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나 고민 같은 게 비슷했어요. 그러한 시간 속에서 자연스레 호감을 두게 됐습니다."

이미 서로 이성적인 교감이 있었지만, 승원 씨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혜경 씨도 그 마음을 곧 받아들였다. 연인이 된 후 또래 다른 커플들과는 다른 데이트를 즐겼다. 각종 집회, 그리고 사회 연대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곧 데이트 방식이었다.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사회 문제, 그리고 함께 활동하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대화 주된 주제였다.

   

연애를 시작했을 때 이미 둘 나이는 서른 즈음이었다. 연애와 동시에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까지는 7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속에서 굴곡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진보적 활동이라는 것 자체가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잖나요. 서로의 활동에 대해 이해하고 지지하기는 하지만, 과연 두 사람이 함께 이것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그러한 고민은 곧 둘 관계의 고비로 연결됐다. 하지만 역시 답은 하나였다.

"이래저래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이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항상 있었어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던 거죠. 고비마다 그러한 마음을 확인하면서 등 돌릴 수 없었던 거죠."

결혼 결심을 확고히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이젠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었다. 결혼식 준비를 급하게 하다 보니 프러포즈도 건너뛰었다.

   

"변명일 수는 있지만, 결혼식 준비가 바빠 프러포즈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도 와이프한테 구박받고 있습니다. 조만간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를 따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확신 못 하겠네요. 하하하."

승원 씨는 대신 결혼식 때 후배들 백 댄스 도움을 받아 멋들어지게 노래 한 곡 했다. 가수 남진의 '둥지'였다. '우리 더 이상 방황하지 마, 한눈 팔지 마, 여기 둥지를 틀어'와 같은 노랫말이 담긴 곡이다.

신혼여행은 남들 흔히 가는 휴양지가 아니었다. 둘은 영국 런던을 택했다.

"대통령 선거 후 기분이 우중충했죠. 그런 상태에서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 느낌이 강렬했죠. 이 감동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게 뭘지 고민하다가 뮤지컬 본고장으로 가보자 해서 신혼여행지로 택하게 된 거죠."

승원 씨는 외아들이라 어릴 적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 세 명은 낳고 싶은 욕심이 있다. 혜경 씨도 '키울 수 있는 여건만 되면'이라는 단서를 두기는 하지만, 크게 반대하지 않는 눈치다.

   

현재 승원 씨는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고, 혜경 씨는 청년사회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물론 둘은 여전히 집회 현장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연인 아닌 부부로서 말이다.

"좀 더 가까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또 함께 세상을 고민할 수 있는 지금이 더없이 행복하네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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