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랑]중고자동차 매매하는 조태현 씨

'중고차 판매·구매는 빡빡이한테 맡겨주세요.'

명함 뒷면에 적힌 '차빡빡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빡빡 민 머리에 동글동글한 얼굴, 짙은 눈썹, 90도 허리 인사 뒤 마주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천차만차 영광자동차매매상사에서 만난 조태현(32) 씨의 첫인상이다.

영업하는 사람들은 각자 개성을 드러내고자 차별화된 전략을 쓴다. 어떤 이는 나비 넥타이를 매고, 어떤 이는 철가방을 들고 다닌다. 만나는 사람마다 행운을 빌어주는 의미로 복권을 주는 사람도 있다. 태현 씨는 식당 점장에서 자동차 판매원으로 직업을 바꾸면서 동시에 머리스타일도 바꿨다.

"제가 솔직히 호감형 얼굴은 아니잖아요. 2009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하기 전 어떻게 전화위복 삼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내의 반대에도 머리를 밀었죠. 도내에서 자동차 판매원이 2000여 명인데 빡빡머리는 단 한 명뿐이라고 자부합니다. 고객들도 제 이름은 몰라도 빡빡이, 빡빡이 편하게 부릅니다."

하지만 외형만 인상적이어서는 실적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영업력이 있어야 외형적 개성이 빛을 발한다. 태현 씨의 고객관리법은 다름 아닌 '다시 전화하고 다시 찾기'다.

천차만차 영광자동차매매상사에서 만난 조태현(32) 씨. 빡빡 민 머리에 동글동글한 얼굴, 짙은 눈썹, 90도 허리 인사 뒤 마주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인상이다. /이혜영 기자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해 보이는 일이지만 태현 씨는 "기본이지만 쉽지 않아 대부분 소홀히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판매 후 자동차는 별 이상은 없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궁금한 것은 없는지 고객에게 다시 전화해서 체크한다. 대부분 판매원이 이런 불평을 들을까 회피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친절한 사후관리는 다른 사람에게 소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태현 씨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진해에 사는 40대 여성이었어요. 처음 매매상사를 들렀을 때 구매 의향이 큰 사람 같았죠. 그런데 처음 소개한 차를 살 듯이 꼼꼼히 보더니 취소했어요. 두 번째 소개한 차는 직접 진해로 가져올 것을 주문하더군요. 어찌나 깐깐한지 작은 흠집 하나하나 따져 묻고는 취소했죠. 세 번째로 원하는 차량을 진해로 가져올 것을 주문했을 땐 저도 오기가 생겼어요. 결국 네 번째 차량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줌마 네 명이 저한테 차를 산다고 한꺼번에 방문했어요.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진해 고객의 친구들로 깐깐하기로 소문난 친구가 이곳에서 차를 샀다면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거죠. 정말 동시에 차 네 대를 팔았어요. 황당하면서도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그때 느낀 것이 있단다. 고객은 영업사원을 판단해도 영업사원은 마음대로 고객을 판단하면 안 되겠다는 것. 지금도 그 고객이 꾸준히 소개를 해주고 있다.

늘 실적이 한결같지는 않았을 터. 슬럼프는 없었을까? 태현 씨는 슬럼프는 자기 위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판매원에게 슬럼프란 안 팔리는 거예요. 열심히 돌아다니면 팔리는 게 자동차 영업이에요. 예전엔 새벽 4시에 일어나 농산물 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물건을 옮기며 트럭 홍보를 했어요. 영업만큼 정직한 게 없어요. 불황도 지나고 나면 그때가 호황이었단 말이 있죠? 늘 현재가 제일 힘든 것 같은 슬럼프란 곧 자신이 게을러졌다는 거예요. 아직 저는 슬럼프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태현 씨에게 중고차를 잘 사는 방법을 물었다. "중고차는 잘 사면 본전이라고 합니다. 고객이 속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판매원도 속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제일 확실한 것은 AS를 잘해주는 영업사원에게 사는 겁니다. 그 방법이 제일 안전해요."

인터뷰 내내 전화벨이 울려 휴대전화 두 개로 번갈아가며 메모하기에 바쁜 태현 씨. 제가 챙기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고객 만족 시대'가 아닌 '고객 감동 시대'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긴다는 '차빡빡이' 태현 씨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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