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60) 안상섭 하동 금와목장 대표

"농업도 해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무작정 일만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투입 노동력과 생산량을 정확히 파악해 생산성을 높여야 외국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동 금와목장 안상섭(50) 대표가 귀농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1년여에 걸친 각종 자료 수집이었다. 농업의 나아갈 방향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은 노동 생산성 산출. 부부가 함께 감당하기에 가장 적정한 농장 규모를 찾는 작업이었다. 기준은 일반적인 회사와 같은 하루 8시간의 노동 시간. 젖소 사육두수 110마리는 그렇게 나온 수치이다.

더불어 안 대표는 우유나 유가공 제품 생산을 넘어 체험교육목장으로 도시 소비자들에게 정직한 먹을거리를 알리고 있다.

◇술 안 먹어도 되는 직업을 찾아서 = 어찌 보면 모든 게 바로 술 때문이었다. 안 대표는 술을 마시지 못해 귀농을 결심했다.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 특히 영업 업무를 하면서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업무 차질이었다.

대학에서 기계 설계를 전공하고 마산에서 금속가공류 회사에 3년가량 다니던 안 대표는 술과 거리가 있는 직업을 찾아 결국 귀촌을 선택했다.

낙농업을 택한 것은 빠른 자금회전 때문이었다. 1년 농사를 지어 수익 얻기를 기다리기에는 가진 것이 없었다.

시골에서 살아 집에서 소를 키운 적은 있지만 막상 전문적으로 시작하려니 막막했다.

"농업 관련 모든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업종 전환 전 1년가량은 자료 수집에 매달렸죠. 그것을 토대로 업종을 확정했습니다. 1년을 매달리니 농업 품목별 정책이나 농업의 미래 등이 보였습니다."

안 대표가 귀농한 것은 1992년. 당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학계 등에서 농업 관련 정책 자료와 변화 예상 자료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이 어찌 변해갈지, 외국과의 수출·수입 구도 변화가 어찌 될지 방향이 보였다.

이때 안 대표는 이미 5개년, 10개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을 토대로 지금까지 사업을 하나하나 구축했다.

5개년 계획은 생산성을 높이고 낙농을 규모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다음 5년은 유가공과 체험 목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안상섭 하동 금와목장 대표가 로봇 착유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부 8시간 노동이 핵심 = 안 대표가 처음 부인 조정미(46) 씨에게 귀농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첫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있을 때였다. 아내가 퇴원해서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만큼 그 당시 안 대표는 절박했다.

"그 전날도 술 때문에 무척 괴로웠습니다. 아이가 1992년 9월 11일 태어났는데 2~3일 있다가 병원으로 아내를 찾아가서 '도저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도와 달라'며 그동안 준비했던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산후조리도 채 못한 아내였지만 안 대표를 이해해줬고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부부는 그동안 남편 혼자 준비했던 자료를 처음부터 재검토했다. 그리고 바로 가진 돈을 털어 새끼를 가진 소 6마리를 사서 시골 부모님 댁 축사에 넣었다. 이렇게 1992년 그해 부부는 함안에서 귀농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자리 잡은 하동은 2008년 1월 옮겨왔다.

"귀농하며 핵심은 '부부 노동력'이었습니다. 부부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시설 규모를 생각했습니다. 하루 8시간 노동시간을 잡고 착유나 사료, 퇴비관리, 기타 관리 시간을 감안해 우리 부부가 관리할 수 있는 적정 사육 두수를 산출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젖소를 늘릴 계획은 없습니다."

이를 토대로 일을 하며 부부는 유가공과 체험농장 등을 시도했다. 그만큼 작업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기계화 시스템, 즉 로봇 착유기였다.

현재 금와목장 사육 두수는 110마리. 착유(젖짜기)를 사람이 하면 아침저녁 2시간씩 하루 4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로봇 착유기를 사용하면 소가 알아서 하루 2~4번 젖을 짠다. 즉 하루 4시간을 부부는 유가공이나 체험 목장에 쏟을 수 있다.

로봇 착유기의 또 하나 장점은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가 자율적으로 젖을 짜기 위해 기계에 들어오면 소의 목에 있는 센서를 통해 어느 소가 언제 얼마만큼 젖을 짰는지, 사료를 얼마나 먹었는지 등이 파악 가능하다. 그리고 소의 유량에 따라 짜인 사료 급여 시스템에 따라 사료를 공급할 수도 있다.

◇체험농장에서 체험교육농장으로 = 우유는 공산품이 아니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양만큼 정확히 생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요 관리를 탄력적으로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유가공 사업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교육 농장과 연계가 됐다.

"모든 농산품과 마찬가지로 축산물도 외국과 차별화하려면 현지에서 생산된 것을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주고 신뢰를 쌓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목장도 찾아오는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고 직접 먹어보도록 하고 직접 만들어 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절실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2003년 해외 농업연수를 갈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인근 학생들이 농장에 와서 씨앗을 뿌리고 가축을 돌보면서 공부하는 것을 목격했다. 학교 인근에 교육 농장을 지정해 실습과 생활을 겸하고 있었다. 눈이 번쩍 띄었다.

그동안 자료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이었다. 그 세계는 안 대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었다. 체험목장에서 체험교육목장으로 눈을 돌린 계기였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체험목장과 교육목장은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체험은 말 그대로 만들어 경험하는 것이고, 교육은 '왜'라는 물음이 있는 겁니다. 이것을 왜 하는가, 이것이 왜 필요한가, 왜 이것이 중요한가 등의 질문이 교육농장에서는 있습니다."

교육농장은 곧 로컬푸드와 연결된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단순히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니까 구매해야 한다거나, 싸거나 맛있으니까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야 하는지, 지역 농산물이 왜 좋은지를 공부하고, 배운 대로 상품을 구매하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찾는 과정이 교육 농장에서 이뤄지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막상 낙농 체험교육목장을 하려고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목장 환경도 부족하고 고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허술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함안 생활을 청산하고 하동 옥종면에 부지를 확보해 목장(3만 1500㎡), 축사(3300㎡), 유가공실과 체험 교육장(130㎡)을 설치했다.

더불어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에 도전했다. 한식·중식·제과·제빵사 자격과 유제품 가공사, 식품 위생사, 바리스타 자격증을 부부가 함께 취득했다. 또 부부는 식품학을 전공하고 조리 실기교사 자격을 함께 취득했으며, 경남목장형 유가공 연구회와 스터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1년 우수 농어촌 식생활 체험공간으로 농식품부로부터 지정됐으며, 지난해부터는 농촌진흥청의 낙농 강소농 수익모델 현장 접목 연구 대상농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업을 6차 산업으로 = 금와목장이 하고 있는 일은 6차 산업이라 할 수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제조, 가공, 관광 서비스를 합쳐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 식문화를 위한 '교육'까지 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이라고 안 대표는 말했지만, 부부의 하루는 바쁘다. 목장 일이나 유제품 가공, 체험객 교육뿐 아니라 서울, 경기, 광주, 마산 등지의 신세계백화점 문화강좌에서 낙농 체험프로그램을 월 2~3회 진행하고 있다.

각종 치즈들.

금와목장의 현재 유제품 생산 품목은 요구르트 2종, 신선치즈 2종, 숙성치즈 5종, 아이스크림 등으로, 향후 유제품 판매를 확장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일반 체험객 중심의 주문 판매에서 벗어나 마트나 백화점 등 대량 판매처를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지난해 3500명에 이어 올해는 4700명이 목장을 다녀갔습니다. 체험 교육도 보다 확대해 소비자들이 안전한 우리 농축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천이유>

◇노치원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 금와목장 안상섭 대표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낙농 산업 리더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로봇 착유기를 도입, 1일 2회 사람이 착유하는 기존 방식(파이프라인, 헤링본, 텐덤 착유기)을 탈피하여 24시간 착유가 가능토록 하였고 착유횟수를 2∼3회 이상으로 늘려 산유량 향상과 착유 노동력의 획기적 감소로 젖소관리의 과학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강소농 수익모델 현장접목연구를 추진해 전국 유명백화점에서 도심 속의 목장체험 활동과 홍화·녹차치즈, 아이스크림 개발 등 경남목장형유가공연구회를 지속적인 연구모임체로 운영해 낙농산업에 탁월한 리더십 발휘로 전국 최고 모범농장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