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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우리소리와 춤, 내겐 행복이자 위안

[가족인터뷰] 딸 차다솜이 쓰는 엄마 한미숙 이야기

차다솜 객원기자 webmaster@idomin.com 2013년 11월 15일 금요일

매일 아침 바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어머니 한미숙(50·국악인·창원시 의창구) 씨. 바쁜 발걸음에 '덜그럭, 덜그럭' 뒤따라가는 캐리어가 경쾌한 음악을 덧붙입니다. 출근하는 딸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는 어머니를 따라 행복한 삶의 이야기를 딸 차다솜(25·사회복지사)이 들어보고자 합니다.

-엄마, 요즘 엄마 보면 연예인만큼 바쁘다니까. 연락도 자주 못 받고 어딜 그렇게 다니는 거야?

"그러게. 연락을 자주 못 받아서 우리 딸 섭섭했지? 요즘 엄마가 정신이 없네. 공부도 하러 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까 답장도 늦고 전화도 많이 못 했어."

-얼마나 재미있는 공부고, 사람들이길래 그런 거야?

"응. 대단한 건 아니야. 그냥 요즘 우리나라 음악과 소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배우고 있거든. 민요도 배우고, 장구도 배우고…. 우리 장단 공부에 푹 빠져버렸지 뭐야. 유명하신 선생님들께 수업도 듣고, 같이 배우는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요즘 엄마 마음이 온통 음악으로 꽉 차 있는 것 같단다."

   

-안 그래도 집에 오면 장구치고 노래 부르더니 배운 것들 연습하는 거였구나.

"맞아. 춤과 노래, 장구 연습을 하다 보니까 실력이 느는 것도 신기하고. 집에서는 가끔 한다고 해도, 너희도 몇 번 봤을 거야.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너희도 집에서 엄마 일 도우면서 부르는 노래가 민요더라. 역시 교육환경이란 게 이래서 중요한 건가 봐.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더라."

-그런가? 안 그래도 요새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엄마가 부르던 노래를 많이 부르는 것 같기도 해. 정말 신기하네. 그러고 보면 꽤 오래전부터 배우지 않았어?

"그렇지. 실제로 2005년부터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8년 됐네. 어머나,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어? 세월이 빠르다니까. 그래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엄마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 한참 더 배워야 해."

-그래도 열심히 배우는 지금 모습도 충분히 멋있는 거 같아. 근데 엄마 요즘 공부하러 가면서 캐리어도 같이 가지고 다니던데 왜 그런 거야?

"응. 엄마가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공연도 다니거든. 공연을 위해서 필요한 한복이나 다양한 물건들을 편하게 챙겨다니기 위해서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거야. 엄마 여행가는 줄 알고 부러웠나 보네."

-응.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하려고 했지. 그런데 공연이라면 어떤 공연을 말하는 거야? 얼마 전에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우리 소리 한마당'이라는 공연도 했었잖아. 그런 음악회를 말하는 거야?

   
  맨 오른쪽이 엄마.  

"물론 그런 공연도 포함되지. 지역 내 다양한 축제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사회복지 기관을 방문해서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지."

-자원봉사활동? 우와! 우리 엄마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었던 거야?

"봉사활동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도 부끄럽네. 그냥 생활시설이나 요양병원 같은 곳에서 적적하게 계신 할머니·할아버지들 찾아뵙고 말동무도 해 드리고, 노래도 불러드리고 있는 수준이야."

-언제부터 봉사활동을 하게 된 거야?

"노래 배우기 시작하면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몇 번 복지관에 가서 노래를 불러 드린 적이 있어. 그런데 그때 만났던 어르신들이 너무 즐거워하시고, 고맙다고 눈물 흘리시며 손을 잡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엄마는 지금 엄마가 가지고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고민하다가,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누면 더 잘할 수 있고 행복하게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정기적으로 사회복지 기관을 방문해 음악도 가르쳐 드리고, 노래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 거야."

-그렇게 바쁘게 다니다보면 힘들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물론 집안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다니다보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몸이 지칠 때도 있지. 그렇지만 잠시 힘든 시간보다 더 가치 있고, 행복하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엄마가 힘들기만 하고 즐겁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그만두고 집에서 쉬지 않았겠어? 우리 딸들도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사회생활이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네."

-그러고 보면 엄마 이야기처럼 어떤 일이든 정말 싫었으면 그만 했을 거야. 그렇지만 계속하고 있다는 건 어떤 면에선 의미 있는 거겠지? 앞으로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게.

"그래.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우리 딸 다 컸네. 대견하다."

-그건 그렇고, 달력을 보니까 11월 중에도 공연이 여러 개 잡혀 있던데 준비는 잘하고 있는 거야?

"그럼. 크고 작은 공연에 상관없이 항상 열심히 준비해야지. 그건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에 대한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과 성의야. 그리고 사랑하는 너희도 가끔 보러 오는데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해. 엄마의 멋진 모습만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지금도 충분하세요. 처음에 연예인도 아닌데 바쁘다고 했던 말 취소할게. 쭉 들어보니까 엄마 창원의 국악 연예인 맞는 것 같아.

"연예인은 무슨…. 아직 한참 멀었지. 그럼 장난삼아 연예인 지망생 정도로만 생각할까? (웃음)"

-그거 좋은 생각이네. 연예인 지망생. 자~ 예비 국악 연예인 한미숙 씨, 마지막으로 앞으로 꿈이나 희망이 있으시면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아. 그냥 우리 가족들 건강하고 하는 일 잘되길 바라고, 군대에 있는 우리 아들 무사히 잘 다녀오길 바라는 게 가장 큰 꿈이고 소원이지. 그리고 하나 더 보태자면 엄마가 건강할 때, 지금처럼 필요한 곳에서 작게나마 다른 사람에게 위로 되고 도움 주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거야. 그러면서 엄마도 많이 배우고, 또 어른으로 더 성장하는 것 같거든. 늦게 시작한 공부·봉사지만 그만큼 엄마는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 우리 딸들 지금까지 엄마를 잘 이해하고 도와줘서 고맙고, 앞으로 더 멋지게 살아갈 엄마 모습 응원해줘. 다음에 또 기회가 돼서 이런 기사를 쓸 수 있으면 더 멋진 사람이 되어있으면 좋겠네. 다들 너무너무 사랑해."

/차다솜 객원기자

경남건강가정지원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으로 가족 이야기를 싣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한 이 지면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남석형 (010-3597-1595) 기자에게 연락해주십시오. 원고 보내실 곳 :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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