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교내 학생용 화장실 청소는 누구 몫?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화장실, 누가 청소를 해야 할까?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11일 도내 전 중·고등학교에 화장실 청소를 학생에게 맡기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도교육청은 2014년 학교회계 예산에 화장실 청소 용역 예산을 편성하는 등 학교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고영진 교육감은 "시대가 변했다. 예전에는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청소했지만 선진국은 전체 학교에서 청소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화장실 청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학생들이 청소를 하지 않고 외부인에게 용역을 맡긴 것은 지난 2007년 교육부가 초등·특수학교를 대상으로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나이가 어린 학생과 장애가 있는 학생이 관리하기 어려운 장소는 외부인력을 활용토록 했다. 이는 교육청 사회복지사업과 연계돼 지역자활센터 등 사회 취약계층을 고용해 시행됐다.

경남도교육청도 도내 전 초등·특수학교에 연간 13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고등학교에서도 위생적이고 청결한 교육환경과 화장실 청소에 대한 학부모 민원을 해결하려고 자체 예산을 편성해 청소용역을 시작했다. 도내 중학교 69%, 고등학교 79%가 화장실 청소용역을 맡기고 있다.

도교육청 공문을 받은 학교 현장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학생인권 차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과 청소 또한 교육 효과가 있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창원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화장실 청소는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마산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자칫하면 지저분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깨끗이 이용한다. 공공시설물 사용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 인성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교사는 청소용역 노동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우려하기도 했다.

양덕중학교 전종실 교장은 "그렇다면 청소를 누가 해야 할까? 학생들에게 위생개념을 강조한다고 청소용역원을 고용한다면 학생들은 청소용역원의 노동 가치를 무시할 것이다"며 "일괄적으로 용역에 맡기는 것보다 학교가 교육철학에 맞게 화장실 청소에 대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경남지부 박시동 사무처장은 "화장실 청소를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이 교육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문제보다 화장실의 바른 이용지도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되는 게 먼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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