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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문화적인 세상읽기]착한 식당이 싫어요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음식점들이 '착한 가게' 지정을 거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안전행정부·지자체 지정 '착한가격 업소'는 6793곳으로 지난해 말(7334개)보다 541곳 감소했다. 폐업한 곳도 많지만 수지 타산이 안 맞아 자진 취소, 지정 거부·탈락한 음식점이 적지 않다는 언론 보도다.

이제 화살을 반대로 돌려야 할까. 하루아침에 '나쁜 가게'로 얼굴을 바꿨다고 돌을 던져야 하나 이 말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민생 고통의 책임을 일부 음식점의 '선의'에 떠넘긴 정부와 지자체 정책이 애초부터 '나빴다'고 보는 게 옳다. 혹자는 "다 같이 죽는 길"이라고 했다. 음식점들은 장사가 잘되거나 말거나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착한'이라는 기준 자체도 코믹했다. 짜장면 2000원 등 음식값만 싸면 착하다는 등식이 대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 저질 식재료에 화학조미료를 다량 퍼부어 음식을 만들어도 버젓이 착한 식당 간판을 달 수 있었다.

종편 채널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선정하는 '착한 식당'은 그럼 괜찮을까. 이 프로그램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요리하는 음식점에 '착한'의 영예(?)를 안겨주고 있다. 반대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식당은 '악'으로 몰아세운다. 이는 또 다른 역편향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들어, 지독히도 장사가 안 돼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택하는 현실을 눈감긴 마찬가지다. 물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대다수 음식점은, 적어도 기자 믿음에는, 좋은 식재료와 조리법을 몰라 스스로 '맛없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해 화제를 모은 '반값 식당' 역시 착한 식당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의 생계와 자활을 돕는다는 훌륭한 취지로 시작했지만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1호 식당' 문도 열지 못한 채 결국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은 있지만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음식점 종사자 다수가 이미 저소득층인데, 그들 전체를 바라보기보다 오직 지자체의 '외형적' 성과에만 집착한 꼴이었다.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이영돈이 '착한 삼계탕'을 시식하는 모습. 지난 9월 20일 방송. /캡처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언론이 바꿔야 할 것은 자영업자들이 정직하게 장사를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근본 구조다. 골목 상권 보호만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주도의 식자재 공급·유통 시스템, 과도한 임차료·권리금, 음식점 간 출혈 경쟁 체제에서는 6000~7000원대 밥값(주요 대도시)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영돈식 착한 식당이 강조하는, 음식의 질을 높일수록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월 매출 400만 원도 안 되는 개인 음식점이 절반에 이르는 현실이다. 임차료, 재료비,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다. 여기다 대고 '착한'이니 '반값'이니 도덕적 명분만 앞선 용어로 일도양단 음식점들을 가르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다.

단박에 문제를 해결할 묘수는 없겠지만 찾아보면 길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정부가 일반 정육점에서 독일식 햄·소시지 생산·판매가 가능토록 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각종 지원책이 뒤따라야겠지만 거대 식품기업 중심의 햄·소시지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삼겹살·목살 외에 소비가 미미한 돼지고기 부위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지는 대안이다. 제품의 고급화, 자영업자 소득 증대도 기대된다. 대기업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착한 식당 따위엔 꿈쩍도 하지 않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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