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세탁전문기업 '월드크리닝' 한정남 대표

"세탁업도 진화 중이다." 세탁 전문 기업 '월드크리닝' 한정남(46·사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과 집, 그리고 옷.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는 현대화 물결에서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이 가운데 옷은 옷감부터 그 질과 모양, 옷을 만드는 방법까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옷을 깨끗이 하는 '세탁'도 중요해졌다.

세탁기가 보편화하면서 냇가에서 찬물에 손 담그며 빨래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 옷감 종류나 질이 워낙 여러 가지여서 옷을 다루는 방식이 까다롭다. 이럴 때 전문적인 세탁 과정이 필요하다. 물 대신 유기 용제를 써서 세탁하는 방법이다. 드라이클리닝을 해주는 세탁소가 전국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탁이 업(業)이 된 배경이다.

월드크리닝은 동네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안에서도 볼 수 있는 세탁 업소다. 전국 체인망을 갖춘 기업인 줄 알았지만, 실은 마산과 창원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영남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뜻밖에 아주 가까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성동에 있는 월드크리닝 세탁 공장에서 한정남 대표를 만났다.

   

세탁업에도 흐름이 있었다. 한 대표는 "시대가 변하듯이 세탁업도 변화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이나 일본은 진화했고, 우리나라도 10년 차이로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한때 동네마다 들어섰던 세탁업소는 차츰 위기를 맞고 있다. 한 대표는 이렇게 진단한다. "세탁업 1세대가 대부분 50~60대다. 40대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서서히 대가 끊긴다는 점이다. 한 세대에서 끝이 나고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내다봤다. "세탁업의 다음 단계는 브랜드화하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나아가리라 생각한다. 1세대 세탁업도 10년 안에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현재 일반 세탁소가 60~70%, 프랜차이즈 형태는 30~40%를 차지한다는데 앞으로 7~8년 정도 흐르면 이 비율도 역전이 안 되겠나 싶다."

월드크리닝은 출발부터 다른 세탁소와 달랐다. IMF 외환위기 영향에서 크게 못 벗어났던 1999년 3월. 한 대표는 마산 합성동에 있는 83㎡(25평) 정도 가게에서 지인 권유로 창업한다. "그때만 해도 국민 경제활동인구를 보면 대다수가 직장인이었다. 자영업 활동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자영업이 수익 면에서 괜찮았다. 세탁소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일을 시작했다."

완벽히 준비된 도전은 아니었다. "일반 세탁소에서 한 벌당 5000~7000원 받을 때 우리는 시작부터 3500원을 받았다.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싸게 받았는데, 사실 아무런 지식이나 경험이 없었다. 대충 생각했고 세밀한 준비도 없었다."

쉽게 이익을 내기 어려웠고 업소 유지도 벅찼다.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짜야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싸게 받는 만큼 빨리 생산해내는 기술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없었다. 변화를 줘야 해서 국내에서 크고 잘한다는 곳은 3~4개월 동안 거의 다 둘러봤다. 일본도 몇 차례나 방문해 세탁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왔다."

이런 경험은 약이 됐다. 한 대표는 '안정적인 품질과 대량생산'이라는 목표를 세운다. 그래서 창업한 그해 7월 합성동을 떠나 창원 도계동으로 옮긴다.

브랜드화를 예상한 것은 이때다. 월드세탁할인마트라는 당시 간판을 내리고 '월드크리닝'이라는 상호를 만든다. 여기에는 세탁업계 변화에 대한 판단이 숨어 있다. '냉철한 통찰력'은 월드크리닝의 경영 이념이 됐다.

한 대표는 고향인 통영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창원에 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창원공단에서 제조업 기술 엔지니어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경력이 10년이 넘는다. 예전만 해도 유럽에서 들여오던 차체 조립 설비를 국산화해 대기업에 납품했다. 국산화를 이끈 초기 구성원으로 미래가 밝았지만, IMF 위기는 그의 삶도 바꿔놓았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움을 겪어 결국 부도가 났다. 새 길을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세탁업 창업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월드크리닝 창업 이후 5년 동안에는 금전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아이들이 젖먹이 때인데, 분유 값 해결하기도 쉽지 않았고…….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한편으로 엔지니어 경험은 도움이 됐다. "세탁업도 설비·장치 산업이다. 지금은 마케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지만, 세탁에도 많은 장치가 필요하다. 어떤 산업이든 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안정적인 품질과 생산성이 나올 수 있다."

도계동에서 2년간 일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0년에는 본사와 매장을 잇는 온라인 시스템, 드라이클리닝 회수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했다.

마산·창원을 기반으로 영남권에 자리 잡은 세탁전문기업 '월드크리닝' 한정남 대표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세탁공장에서 세탁물을 살펴보고 있다. /박일호 기자

현재 본사가 있는 회성동에는 2001년 10월 옮겨왔다. 나름대로 세탁 기술을 축적한 월드크리닝은 마산을 중심으로 창원과 김해 등으로 뻗어나간다. 확장 시도였다.

그러던 중 2002년 3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만나게 된다. 같은 해 5월 첫 입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안에서도 자리를 잡아갔다.

당시 주변 환경을 전하면서 한 대표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프랜차이즈 세탁 업소가 하나 생겨나면 다른 하나가 죽고. 이런 현상을 되풀이했다. 세탁업계에 1차적인 변화가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업체가 기술이나 경험, 관리 능력이 없었던 탓에 고객한테 인정을 못 받았다."

월드크리닝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영남권 홈플러스 전체에 입점하게 됐다. "물량이 쇄도해 우리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대형마트 대리점과 일반 세탁소는 고객 기대치부터 다르다. 단순히 세탁만 잘하는 것을 넘어 품질을 보장하고 무엇보다 고객 관리와 서비스가 중요했다."

이 시기 한 대표는 다시 일본을 찾는다. 일본 상황에 또 놀랐다. "일본은 세제와 세탁 기계까지 모든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상태였다. 브랜드나 업체마다 그 역사가 30년, 길게는 50년까지 안정돼 있었다. 반면 우리 시장에서 특히 세제 같은 인프라는 주먹구구식이었다."

일본을 계속 방문했다. "100회 넘게 오갔을 것이다. 수많은 공장을 견학했다. 세제 약품, 기계, 작업 방식 등을 배워와 시험을 했다. 그런 과정을 5년 거쳐 품질이나 생산성에 안정을 가져오려고 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교육도 진행하면서 우리 업체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기술력의 핵심은 '위생'이다. "기름 용제를 계속 쓰다 보면 수분과 결합해 용제 자체가 썩는다. 기름이 오염되는데, 이를 증류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용제로 만들어 사용한다. 통닭을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야 신선하고 맛있듯이 드라이클리닝도 똑같다. 용제가 깨끗해야 안전하게, 보이지 않는 세균까지 없앤다."

현재 영남권에 11개 지사 150여 개 대리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40개 정도는 대형마트 안에 있다. 마산 공장은 세탁물 분류부터 세탁, 건조, 다림질에 포장까지 생산 라인 형태로 하루 6000~7000점을 처리한다.

2006년 양산에 제2공장을 차렸고, 작은 세탁 공장 형태의 지사는 거제, 대구 율하동, 부산 만덕동, 부산 반여동, 대구 대곡동 등에 있다. 대리점은 세탁물을 받아 공장으로 건네고 작업이 끝나면 다시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2010년부터 추진한 지사 사업은 월드크리닝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만든 것이다. 한 대표는 "우리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아껴두기엔 아깝다. 좀 보수적으로 운영해오던 것을 바꿔 규모를 키워 실리를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4시간 물세탁도 가능한 '코인숍', 침구류와 운동화 등을 직접 세탁하는 '론드리숍(laundry shop)'까지 대리점 형태도 다양화했다. 월드크리닝은 이 같은 대리점을 주부나 부부 창업으로 추천한다.

월드크리닝 역시 전국 체인망을 둔 세탁 업체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남에서만큼은 으뜸을 꿈꾼다. 5년 안에 대리점 500개, 공장 50개가 목표다. 한 대표는 "규모도 키우지만, 실속 있다고 인정받는 세탁 회사가 되겠다"고 했다.

본사 100여 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은 500명가량. 간담회나 워크숍 등으로 본사, 지사, 대리점의 소통과 마케팅 교육을 강화한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와이셔츠 970원, 정장 한 벌 4200원, 운동화 한 켤레 3500원이다. 세탁이 완료되거나 명절이나 특정 시기 할인 행사가 있으면, 고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다. 누리집(www.worldcleaning.co.kr)과 모바일 누리집(m.worldcleaning.co.kr)에 있는 '고객의 소리'도 소통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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