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수달과 삵이 사는 창원 남천

10월 25일, '수달이 사는 남천'을 만들기 위한 시민실천 선포식과 협약식이 남천 중류에서 개최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창원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단체장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창원의 주요 하천인 남천을 살리기 위해 수달을 상징으로 하여 시민실천을 끌어내고 연구조사사업을 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맑은 남천을 만든다고 하천이라는 자연계에 희석하지도 않은 EM효소를 몇 통씩 철철 뿌리는 사진을 보고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뒤 지인으로부터 봉암갯벌 인근 도로에서 로드킬된 어린 삵의 사체를 받아들었다. 지난 6월 봉암갯벌생태학습장 학습관 인근에서 삵의 분변을 발견하고 벅찬 마음으로 유전자 분석을 의뢰·확인하고 남천과 봉암갯벌의 건강성 회복을 보도자료로 내기도 했다. 그런데 싸늘한 주검을 받아드니 속이 시렸다. 관련 부서에 전화해서 주검 처리를 요청하니 환경미화원이 푸른색 종량제 봉투를 들고 나타나셨다. 도저히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장으로 보낼 수 없어 국립생물자원관으로 얼음을 채워 택배를 보냈다.

수달

깊은 밤 두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른 동물들은 쓰레기소각장으로 보내지고 있는데 연일 뉴스에서는 야생동물 로드킬로 발생하는 차량 손상에 대한 보상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보도가 방송되고 있었다. 모든 생명들의 목숨값은 다 같은 법이거늘 해마다 들리는 수달·삵·말똥가리·고라니의 로드킬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이전에도, 오염원이 넘쳐나 남천이 썩어갈 때도, 생태하천 복원 시범 사업을 한다고 하천 바닥과 둔치가 모두 난도질당하던 그때에도 남천에서 수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정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관리를 하면서 물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지금도 남천에는 수달이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물종 복원한답시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사다 넣은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관심이 없던 그때에도 남천에는 수달이 살고 있었다.

수달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사는 남천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천에 사는 수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먹이와 은신처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수질을 만들어 주고, 잠을 자고 새끼를 키울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천의 문제는 도시 속에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 EM효소를 하천에 들이붓는 것이 아니라 하수관거 정비를 잘해서 오수가 하천에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세탁기는 바로 놓았는지, 하수관이 우수관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는지, 공장의 폐수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오염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여기는 성산구청이고, 저기는 의창구청이고 하면서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혹은 부서별로 미룰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면 물고기가 돌아오고 먹이가 풍족해지니 물새도 날아들고 상위 포식자인 수달도 삵도 자연스럽게 남천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정말 수달이 돌아오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천을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다. 저절로 자라난 풀들과 덤불이 수달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수백 명의 인원을 동원한 시끌벅적한 행사를 하천 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이 없는 하천을 수달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수달이 돌아오는 남천'을 만들려면 사람이 주인이 되는 남천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달·삵·고라니·족제비 같은 야생동물들의 공간으로 배려하면 된다. 그런 마음이면 충분하다.

행정은 남천에 계획한 900m짜리 산책로 설치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고, 남천의 오수맨홀 뚜껑 일부는 폭우가 쏟아지면 아직도 뒤집어진다. 남천의 지류인 토월천과 가음정천에서는 오수가 펑펑 쏟아져나오는데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마산만을 따라 하천으로 올라온 숭어와 농어 어린 놈은 낚시꾼이 던지는 낚싯바늘과 그물에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미끼 채집을 위해 갯벌을 뒤집어 갯지렁이를 마구잡이로 캐고 밤이면 술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야생동물들의 주요 이동통로이고 은신처인 하천 둔치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낚시하면서 먹고 버린 일회용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소각까지 일삼지만 행정의 관리는 보지 못했다. 수달의 똥과 발자국이 가장 많은 삼동보 아래에는 어도를 만든다고 둔치 풀들을 몽땅 베어내 버렸고, 물새들이 쉬어가던 햇살 따뜻한 모래등도 빼앗는 게 창원시의 남천관리, 하천 환경 정책의 현주소다.

창원시가 환경수도를 선포한 지 5년을 넘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보여주기식 행사, 하천생물에 대한 기만행위를 거두기 바란다. '수달'이라는 이름을 미끼로 환경 이미지만 낚으려는 '환경 쇼'는 이제 그만 거두길 바란다. 수질 관리를 위해 애쓰는 부서 따로, 생색내는 부서 따로 아닌 오염원과 위협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환경정책 마련과 실현에 노력하기 바란다.

/이보경(마창진환경련 회원·봉암갯벌생태학습장 생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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