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관심은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이다. 그중에서도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가 많다. 주변에 책 좀 읽고 글자라도 알면 부러운 눈치다.

어릴 때 독서 습관을 들여야 평생 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다보니 조기 독서 열풍도 열풍이지만, 독서가 만능이라는 생각에 돌도 되지 않은 영아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허다하다.

목이 쉬어라 책을 읽어주고, 입소문난 전집을 들이는 것은 아이 있는 가정의 흔한 풍경이다. 값비싼 전집을 순서대로 들이도록 유도하고 영아, 유아들에 초점을 맞춘 책을 쏟아내는 출판 시장도 한몫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와 교육열, 그리고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에 나 홀로 '자연식 교육관'을 밀고가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기다려주면 아이는 스스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급증에 걸린 대한민국의 '맘'들은 내 아이가 혹시라도 뒤처질까 봐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한동안 독서 영재를 만들어내던 사회 풍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돌 때 책을 읽고 두 돌이 지나 글자를 깨친 아이들이 유사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책만 읽는 아이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책에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고른 발달을 보이지 못하는 자녀 때문에 전문 상담기관을 찾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도 독서만 하는 아이가 있다. 독서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독서량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교사 입장에서, 부모 입장에서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걱정이 앞선다. 대개 미스터리, 추리, 판타지 등 특정 장르에 치중한 독서이거나 잡식성 독서다.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다식(多識, 多食)'이다. 배는 부른데 허기지는 독서이다.

과유불급. 넘치는 게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아이 독서에 관심을 갖고 온갖 독서교육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정보를 긁어모으고, 심지어 독서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나 역시 입소문난 전집들을 웬만큼 구입했다. '워킹 맘'이라서 책 읽어줄 시간이 없는 게 너무 미안한 대한민국 맘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과한 독서 열풍에 반기를 드는 사례와 부작용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나오자 덜컥 겁이 났다.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딱 맞다. 부모 욕심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다가 결국 과부하에 걸리는 아이들. 심지어 뇌 손상에 이르기도 한단다.

   

학습이 가능한 좌뇌는 7세가 되면 저절로 열린다고 한다. 간혹 350명 중에 1명 정도가 일찍 좌뇌가 열리지만 결국 10살이 넘어가면 학습 능력 면에서 똑같아진다.

술술 글자를 읽고, 독서에 몰입하는 아이에 대한 황홀경을 버리자. 그래야 우리 아이가 행복해진다.

/심옥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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