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단감, 품종 다양하고 맛도 수확시기도 천차만별

어린 시절 나의 감에 대한 기억은 홍시나 곶감이 전부였습니다. 홍시나 곶감이 아니고는 너무 떫은 맛 때문에 먹지 못하는 과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홍시가 되지 못한 감은 침을 담근다고 해서 소금물에 담갔다가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감물이 옷에 들면 잘 빠지지 않았던 기억도 있군요.

감에 대한 별 생각 없이 2년 전에도 나는 창원 단감축제 팸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동읍농협 김순재 조합장이 창원단감축제 제전위원장을 하면서 전국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하는 단감축제 팸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일정 중 블로거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단감 농가를 방문해서 체험하고 취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나는 주남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위에 12만 그루를 심어 단감농장을 운영하는 '준현농장'의 박영수님을 따라갔습니다.

'준현농장' 농장주 박영수 씨. '준현농장'은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가입한 단감 농장이다.

농장입구에 '준현농장'이라는 입간판이 참 예쁩니다. 우리를 안내하던 박영수 씨는 준현농장은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가입된 농장이라고 자신의 농장을 자랑합니다. 탑프루트 프로젝트는 농사일을 하는 농부가 일정기간 교육을 수료하고 정부의 지원으로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품질을 보증할 수 있도록 품질개선을 하는 사업이라는 설명입니다. 박영수 농장주가 직접 농장간판의 QR코드를 스마트폰이 인식하여 농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박영수 씨의 설명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많은 단감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로 풍부했습니다. '준현농장'은 단감나무에 감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철저하게 '1지1과 (1枝1果)'방식으로 나무 한 가지에 과일 하나를 가꾸어 재배한다고 합니다. 단감에 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한 진실한 농부 같았습니다. 농장을 돌아보고 잠시 쉬는 자리에 특별한 감을 내어 놓습니다.

창원지역에서 재배하는 단감은 주로 '부유'라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험 재배하는 '서초'라는 품종에 대한 설명을 해 줍니다. 단감종류는 일일이 세기가 어려울 정도로 품종이 많다고 합니다. 그중에 '서초'라는 품종은 추석 전에 수확이 가능해서 시기적으로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감에 흠집이 잘 나는 것이 문제라는 군요.

단감나무 농장에는 반드시 수감나무를 한두 그루 심어 두어야 수정이 잘 된다고 합니다. 씨가 없는 감은 낙과가 잘 된다고 하면서 그가 고른 감을 칼로 반을 가르자 반은 씨가 영글어 있고 반은 씨가 없는 특이한 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씨가 있는 부분은 검은 색으로 단맛이 나는 반면 씨가 없는 쪽은 먹지 못할 정도로 떫은맛이 납니다.

감의 종류를 보면서 감의 품종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내가 한 번이라도 들어본 것 같은 감의 이름은 부유, 청도반시, 안동 쪽감, 의령반시, 곶감, 도근조생, 고욤, 산청단성시, 상주둥시 정도 입니다. 오늘 내가 처음 이름을 들어 보고 맛본 '서초'도 속이 검은색을 띠고 당도가 높은 내가 알지 못하던 품종이었습니다.

단감 밭을 둘러보고 단감 선별장으로 갔습니다. 단감 선별장 주변에는 농기구들이 즐비합니다. 이번에 새로 구입했다는 단감운반용 차량은 가격이 무려 2000만 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어제 방문했던 '두레박사슴단감농장'도 단감재배에서 가공공장 운영과 마케팅까지 두루 섭렵해야 하는 만능재주꾼이 되어야 했습니다. 오늘 방문한 곳도 농기계 운전에서 단감 선별기 운영까지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단감수확기엔 하루 인건비만 100만 원이 넘게 지출된다고 합니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넌지시 농장주께 "이정도 농장의 규모라면 농사일을 하면서 서구 유럽의 농장주들 같이 가끔은 골프라도 즐기는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아! 내가 아는 분 한 분은 그렇게 사는 분 있습니다"라며 자신도 그런 희망과 꿈을 가지고 열심히 농장을 가꾸고 있다고 합니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농촌도 농사일에 얽매여 골병이 들 정도로 노동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빨리 탈피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감의 종류를 보고 깜짝 놀란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농촌의 꿈들이 이제는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장복산(진해사랑·http://blog.daum.net/iidel/1607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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