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22) 대담 '오늘날 비정규직과 대한민국'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해법'을 논의하는 좌담회가 경남도민일보 주최로 지난 8일 오후 3시 서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렸다. 정당과 노조,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은 복잡하게 얽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부정확한 통계부터 바로 잡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악조차 안 되는 간접고용 포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치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했다. 또 현장의 힘을 모으는 것,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지, 어느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국내 최대 규모 산업별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연맹 비정규직 핵심 담당자를 포함해 이마트 불법 파견 사태 이후 주목받는 민간서비스노조연맹 정책기획실장, 민주당 정책실 노동 전문위원, 비정규직 시민단체 관계자, 이시우 경남도민일보 기자 등 7명(좌장 포함)이 참석해 비정규직 문제를 민낯 그대로 얘기해봤다. 좌담회 좌장은 이종래 한국노동연구소 부소장이 맡았다. 이 부소장은 캐나다 상급노조 유니포(Unifor) 취재에 동행했었다.

지난 8일 오후 3시 20분 서울 민주노총 15층 교육원 회의실에서 이종래 한국노동연구소 부소장(가운데)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해법 없나'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박민국 기자

△이종래 = 얘기를 풀려면 노조는 비정규직 사업을, 정당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쟁점부터 말해보자.

△이상우 = 금속노조는 제조업을 대표한다. 고용 형태는 기간제나 파견보다는 사내하도급이 주를 이뤄 간접 고용문제가 비정규직 핵심 사안으로 제기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규직 2만 명에 사내하도급 1만 명이 사용된다. 자동차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철강 쪽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제철 당진공장만 해도 경영목표가 정규직 30%에 사내하도급 70%다. 실제로 정규직 2000명인데 하도급은 이미 4000명을 넘었다. 조선업은 공정의 70~80%를 사내하도급이 담당해 배는 사내 하청이 만든다고 보면 된다. 생산 공정을 외주 형태로 분할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고민이다. 금속노조 소속 현재 8개 사업장 3600명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들어갔다. 현대, 삼성, 기아, 지엠대우 등이다. 그중 핵심은 대법원 불법 파견 판결을 받은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별 교섭이다. 현대차가 제조업 대표업체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띤다.

△이성종 = 전체 고용인구 70%가 서비스 산업에 있다. 서비스산업은 공공과 민간으로 나누는데 공공은 이미 이슈화됐다. 반면 민간은 방치돼 있고 많은 업종에 분포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기도 어렵다. 그래서 고민이 깊다. 올해 초 이마트 1만 명 외주업체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했는데 불법파견 조사결과였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회사 측이 100억 원 이상 과태료를 내야 할 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 또 서비스 업종은 특수고용노동자 지위의 비정규직이 많다. 학습지 교사와 대리운전기사, 여행사 가이드 등이다.

   

△김진혁 =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이슈화한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정규직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근로조건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더라도 각종 조례나 내부 규정으로 무기계약직 관리 규정의 평가, 업무이행과정에 따라 쉽게 해고 가능한 조항이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간접, 직접, 특수 고용 형태로 나뉜다. 예를 들어 우체국 재택 위탁 집배원이라고 대단지 아파트에 직접 우편물 배달하는 노동자가 있는데, 특수고용 형태다. 최근 원자력연구원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원직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은 정부 정책과 직접 맞닿아 있다. 그래서 노조 조직화가 낮다.

△이종래 = 민간서비스업에서 이마트 투쟁 이후 전개가 궁금하다.

△이성종 = 이마트 사태는 노조 관련 불법사찰에서 촉발됐다. 그나마 대형 유통업은 이마트가 상징이 되면서 다른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은 기업들이 외주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오래 잠복한 문제가 드러났다. 현재 이마트 노조원은 업체와 25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3분의 1 정도 합의했다. 여전히 현장은 비노조 기업 문화에 젖어 있다.

△이종래 = 금속산업을 보면 자체 힘보다는 소송 중심으로 가는 것 같다. 좋은 소식만은 아니지 않나?

△이상우 = 우리 힘으로 하려는데, 그게 안 되니까 법적 소송에 기대고 있다. 물량팀이라는 다단계 하도급 체계가 있다. 사내 도급업체 외에 예비적으로 10명 단위의 물량팀 2~3개가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 쟁점은 사용 기간과 파견법상 사용사유 제한 등이었는데, 현재는 외주화와 도급화, 재도급화 등 근로계약 관계에서 벗어나는 간접고용 확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를 세련된 경영방식이라고 하더라. 유능한 경영방침인 것처럼 말한다. 문제 핵심은 간접고용으로 넘어갔다. 현재 소송으로 이뤄지는 것은 비겁하지만 소송은 파견법에 간접고용을 규제할 수 있는 끈이다. 이마저도 없다면 간접고용이 일반화된다.

△김진혁 = 공공부문도 비슷하다. 간접고용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정부 대책 자체가 오히려 이를 고착화하고 있다. 민간위탁 외주화가 김대중정권부터 시작되더니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대놓고 진행했다. 정부는 부처마다 시설공단을 만들어 외주화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화되는 과정이다.

   

△이시우 = 통영, 거제지역 조선소를 취재했다. 거기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물량팀 소속이었는데 대우조선 1차 하도급 정규직이 된 사람, 또 다른 사람은 통영·고성 조선소를 돌며 계속 물량팀에서만 일했다. 물량팀은 예전과 달리 기본 계약을 1년 넘게 하기도 하는데, 근로계약 형태는 3개월이나 4개월로 끊는다. 현장에 가면 상당히 심각하다. 중급 이하 조선소로 갈수록 심각하다.

△이종래 = 지금껏 정부가 내세운 비정규직 보호법은 보호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는 결과를 냈다. 2006년 당시 노동계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민주당은 비정규직 관련 입법 계획이 뭐가 있는가?

△정길채 = 우선 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세웠는데, 각 기관 직접 고용 비정규직 20여만 명을 무기계약직 전환한다고 했다. 그런데 2014년도 예산에는 정규직 전환 예산이 없다. 계약만 무기 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런 예산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더라. 약속 자체가 무기계약인 탓에 차별 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19대 국회 들어와서 노동계 안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했다. 이른바 파견법, 직업안전법, 근로기준법이 노동계 의견대로 발의돼 계류 중이다. 기존 파견법을 개정해서 사용사유 제한을 둬야 한다.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책임 등 위주로 정리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성종 =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도급사업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산재예방조치가 강화됐다. 건설업종도 포함됐다. 제조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도급사업주는 노조법상 노사관계 사용자로서 당사자는 아니지만 책임을 물릴 수 있지 않을까?

△박점규 = 문제는 비정규직노동자 규모 실태가 얼마나 정확한가이다. 현대모비스는 비정규직이 1%도 안 되는 좋은 기업이라고 대외에 알리지만 실상은 정규직이 거의 없는 나쁜 기업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년 3월 31일 고용 공시를 한다. 여기에는 도급업체 등 간접고용이 포함됐다. '소속 외 인력포함'이라는 말을 쓰더라. 그간 노동자 투쟁으로 비정규직을 많이 쓰면 나쁜 기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만들었다. 기업으로서는 두려운 거다. 이 고용 공시를 두고 비판하려 해도 우리(노동계)도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종래 =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없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민주당도 노동자 얘기를 하지만 근거는 통계청 자료이다. 노동계가 말하는 숫자와 정부 숫자는 다르다. 통계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이미 10년 넘도록 여러 형태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는 게 현실적인 평가다. 이번 기획기사도 이런 점을 짚고자 마련한 것으로 안다. 이들을 조직화할 방법이 없을까?

△이성종 = 서비스업 실태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결국 노동자 스스로 나서야 하는데 (비정규직) 당사자가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주지 않으면 용기 내기 어렵다.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유형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단계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이종래 = 반면 공공부문은 인천공항공사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등을 전략적으로 조직화했지만 그 이후 단체교섭에서 애를 먹지 않나?

△김진혁 = 인천공항은 모든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는 없다. 간접고용 사업장 중에는 파업을 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된 곳도 많다. 또 노조로는 묶여 있지만 실천력이 없는 사업장도 있다. 무기계약직과 간접고용직은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엄연히 다르다는 인식도 만연해 있다. 기존 정규직과 새로 조직된 비정규직 연대 강화도 필요하다.

△이상우 = 금속노조에서 비정규직은 간접고용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노조를 못 만들게 하려는 의도로 외주화를 많이 한다. 업체 자체가 원청과 6개월에서 1년 단위 계약이고, 업체 내 노동자도 계약 기간이 다르다. 또 노조를 만들어도 교섭권이 개별 (하청)사업장에 있다. 예를 들어 108개 사내 하청업체가 있는 현대중공업에 사내 하청지회가 만들어졌다면 이 노조는 108번 고민해야 한다. 동일 노동을 하지만 교섭은 개별 업체로 따로 진행해야 한다.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려고 해도 사내 하청 대신 정규직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다고 말한다. 그날 하루만 업체와 계약 해지했다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를 만드는 것, 노조활동 하는 것은 비정규직에게는 정말 파리 목숨같은 일이다. 당장 정규직화되기 어렵고 차별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면 정규직이 힘을 보태야 한다. 또 지역요구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정부와 협약을 체결하는 형태도 현실적일 것 같다.

△이시우 = 김두관 전 지사 시절 경남도가 도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비정규직과 여성, 청소년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 실태조사를 했다. 통계에 한계가 많지만 의미 있는 자료였다. 자치단체가 수준 높은 실태조사를 한다면 이후 비정규직 문제를 파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이성종 = 자치단체의 통계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사업장별 노조와 달리 비정규직을 지역별로 조직화한 이후도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와 노사협약을 만들더라도 단체교섭과는 다른 것이다. 사업장 문제보다는 지역 공공성에 맞는 공통요구가 될 것이다.

△정길채 = 단순하게 한 자치단체장의 역할로 정의할 수 없다. 복합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 중앙당에서 지역 의제를 제기하지만 선거팀에서는 지역 노조 힘이 얼마인지도 중요하다. 최근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해 네덜란드 노총 부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시간제 일자리 나쁘다고만 하지 말고 조직화부터 해 보라"고. 허를 찌른 말이었다. 경남도민일보 기사에서도 캐나다 노조(유니포)는 전체 조합 예산의 10%를 투입해 간접고용 노동자를 조직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한국사회에서 노조가 이 정도 의지와 노력이 있었는가 냉정하게 짚어볼 문제이다. 제도 개선 문제는 국회에서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현장의 힘이 없다면 소용없다.

△박점규 = 우리는 43년 전 전태일 열사가 한 얘기를 똑같이 하고 있다. 현재 위장도급 관련해 삼성전자 서비스노동자들이 피땀 흘리고 있다. 현대와 삼성 등 대표싸움을 해야 하고, 여기에서 이겨야 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로 올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이종래 부소장 = 좌담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비정규직 관련 제도와 조직화 고민 등이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아직 비정규직 실태자료조차 없다는 게 부끄럽다.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 정도라는 것조차 모른다. 이것부터 연구돼야 할 것이다. 2시간 30분 넘게 토론해준 전문가들께 감사드린다.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해법 모색 서울 좌담회 참석자

-좌장

이종래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토론자

정길채 민주당 정책실 노동 전문위원.

이상우 전국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

김진혁 공공운수노조/연맹 비정규직전략조직실장.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정책실장.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이시우 경남도민일보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기획취재팀장

좌담회 전문 보기

취재 자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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