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개정 실효성 논란

최근 사천시는 '사천시문화예술공간 및 미술장식 설치조례'를 폐지한다는 공고를 냈다. 폐지 이유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경상남도 문화예술진흥조례'가 지난해 6월 28일 개정됐기 때문. 조례 개정으로 기존 광역·기초로 이원화되어 있던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 절차가 시·도 단위로 일원화됐다. 사천시뿐만 아니라 도내 각 기초자치단체가 문화예술 공간 및 미술장식 설치 조례를 폐지하고 있거나 이미 폐지했다.

과거에는 법에 따라 건축주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무조건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2011년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건축주는 미술작품 설치나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각종 리베이트 등 미술작품 설치 과정에서 비일비재한 부정과 비리를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미술작품을 설치하려는 건축주와 기금을 내고자 하는 건축주의 행정 절차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전자의 건축주는 사용승인(사용검사) 신청일 5개월 이전까지 도지사에게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계획서를 제출한다.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의 감정과 평가를 거친 후 도지사가 그 결과를 해당 건축주에게 통보한다. 이후 설치 확인, 승인 등 총 8단계를 거친다.

창원 모 백화점 앞에 설치된 미술작품.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김민지 기자

기금을 내려는 건축주는 설치의무 고지 후 기금출연계획서를 제출하고 기금출연 후 확인서를 교부받는다. 비교적 절차가 간편하고 준비 과정이 짧다.

경상남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도가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총 30명)를 구성하면 심사위원 10명씩 돌아가며 가격, 예술성, 환경과 친화성, 접근성 등을 평가한다"면서 "과거에 비해 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화돼 건축주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법 개정 당시만 해도 부정과 비리가 줄어들고, 작품 설치 대신 문화예술기금을 내는 건축주가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기금을 내는 건축주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개정된 2011년 11월 26일부터 현재까지 기금제를 선택한 건축주는 전국 25곳에 불과하고 기금은 약 17억 원이다.

경남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 문화예술과에 따르면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총 66개 대상 건축물 가운데 기금을 낸 건축주는 단 한 곳(㈜장일주택)뿐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개선 현황 및 출연기금 분배 방안 연구'(2012년 12월)를 보면 기금을 선택한 건축주의 만족도는 88% 이상으로 높다. △사용승인 일정 임박 △기금출연으로 인한 할인 혜택 △작품 설치에 따른 행정 절차의 복잡함, 작품의 사후관리의 번거로움 등이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2012년 출연된 기금은 건축물 미술 작품 설치 금액 대비 1.7%에 불과하다. 매우 낮은 수치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기금 출연의 혜택이 실질적이지 않고 미술작품 설치와 관련한 '어두운 유혹'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남 지역 건축업자 ㄱ 씨는 "미술작품은 눈에 보이지만 출연 기금은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사라지는 돈이라는 인식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건축업자 ㄴ 씨는 "사실상 기금 납부 금액 대비 세제 혜택이 크지 않다"면서 "기금제를 선택하면 미술작품 설치 비용의 70%만 내면 되는데, 브로커가 그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법 개정 자체만으로는 부정과 비리 근절이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건축주 대부분은 출연 기금이 향후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몰라 기금 사용처에 대한 소유의식(주의의식)이 약한 게 사실"이라면서 "현재 출연된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약 17억 원인데,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 구체화된 계획·실천은 내년부터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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