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21) 제비를 떠나 보내며

지난 1년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제비 탐사를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제비생태탐구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는 새소리가 들려도, 하늘 위로 새나 제비가 날아다녀도, 별 상관없이 지나쳤던 내가 새가 하늘을 날면 고개를 들어 저 새는 무슨 새일까 생각을 한다.

제비의 개체 수가 옛날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걱정되고,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고, 혹시나 길을 가다 비어 있는 둥지를 볼 때면 저기 살던 제비는 어디로 갔을까 하고 생각하고 인위적으로 제비 둥지를 허물어 진흙 자국이 남아 있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씁쓸해하고.

이렇게 애착이 갔던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6학년을 졸업하고 학교를 떠나게 되어 제비탐사를 그만두게 되지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제비탐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 제비탐사를 시작할 때에도 6학년을 졸업하며 끝마쳐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끝이 서서히 다가오니 아쉬우면서도 미련이 남는다. 혹시나 다음에도 제비 탐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번에 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보고 싶다.(하유정 6학년)

<제비꽃은 피었는데, 제비야> 악보.

한 해 동안 제비 조사 활동에 참여했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제비가 다가왔을까? 해마다 제비 조사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활동 소감을 써 보고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제비 조사활동이 어떻게 다가갔는지 느낄 수 있어 좋다.

이제 우리나라를 찾은 대부분의 제비는 월동지로 떠났고, 흔적만 남은 이곳에 제비 관련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학생들과 했던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해 본다.

위에 본 글처럼 활동을 정리하면서 쓰는 소감문이 있다. 아이들은 나름 한 해 동안 경험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다음은 우리 마을 제비지도이다. 조사한 지역의 제비에 둥지와 관찰 결과를 담은 지도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보았다. 이것을 해 보면 한눈에 마을 제비 현황을 알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은 자신이 조사한 장소를 지도 위에 연결지으며, 또 다른 표현 방법을 배운다. 해마다 같은 지역을 조사할 경우 연도별로 제비 개체수와 둥지 현황을 견주는 좋은 자료도 된다.

세 번째는 흙과 짚으로 제비 둥지 만들기를 해 보았다. 나무판에 진흙과 짚을 섞은 것을 조금씩 떼어 둥지 모양으로 지어보는 활동을 하면서 보통 수직으로 된 벽면에 둥지를 만드는데, 자꾸 흙이 떨어지는 것도 느껴보고, 제비 둥지 형태도 더 자세히 알게 된다. 더불어 흙을 그 작은 부리로 일일이 날라 정성껏 조금씩 짓는 흙투성이 부리를 한 제비의 마음도 느껴보면서 둥지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다.

네 번째는 페이퍼크래프트로 어미제비, 새끼제비, 둥지를 만들어 보면서 제비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우리 활동이 무사히 잘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또 다른 학생들에게 우리가 제비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가 있어 그들에게 마을 제비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끈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제비 노래를 백창우님의 도움으로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불러 보면서 제비 사랑에 대한 마음도 모아보고 노랫말 속에 사라져가는 제비에 대한 조사 활동의 뜻도 새겨 보았다. 계속 부를 때는 반가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오늘도 혼자 제비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제비꽃은 피었는데 제비야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니?/ 내가 요즘 안 보이는 건 사람들 가슴 속에 내가 없어서야/ 그래도 난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거야!"<끝>

/오광석(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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