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71) 흑싸리의 비둘기는 누구

◇흑싸리에 비둘기?

흑싸리에 날고 있는 새는 무슨 새일까? 흑싸리라는 정체불명의 식물은 싸리나무가 아니라 등나무가 정답이다. 비둘기처럼 생긴 새는 비둘기처럼 생겼지만 비둘기가 아니라 뻐꾸기와 너무 닮은 두견이가 정답이다. 등나무에 꽃이 필 때쯤 두견이가 운다는 일본 문화를 잘 나타낸다. 두견새를 새 도감에서 찾아보면 두견이라고 되어 있다. 두견이를 찾아보면 늘 막히고 어려운 것이 누구는 두견이가 맞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소쩍새가 맞다고 한다. 두견이와 소쩍새는 한중일 삼국에서 왜 헛갈리는 새가 되었을까?

   

◇두견이와 소쩍새

옛날 국어 시간에 외운 이조년의 시조를 다시 보자.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자규에 밑줄 좍 긋고 두견이라고 썼나요, 아니면 소쩍새라고 썼나요? 자규는 접동새, 귀촉도, 소쩍새, 두견이라고 적었지만 소쩍새가 맞는지 아니면 두견이가 맞는지 참 어렵다. 접동새도 어떤 사람은 두견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소쩍새라고 한다.

시조를 풀어보자. 배꽃에 밝은 달이 비치고 은하수가 한밤중이라는 구절을 보면 밤에 우는 소쩍새 소리라고 추측하기 쉽다. 그러면 두견이는 밤에는 울지 않을까? 아쉽게도 두견이는 낮에도 울지만 밤에도 새벽에도 운다. 일지춘심(一枝春心)에서 봄날에 우는 텃새이거나 일찍 강남에서 돌아온 여름철새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두견이와 소쩍새 모두 여름철새다. 배꽃이 피는 봄날 밤에 우는 새는 두견이가 맞을까? 소쩍새가 맞을까? 이 시조로 보면 둘 다 정답이 될 수 있다.

두견이.

◇자규(子規) 불여귀(不如歸) 귀촉도(歸蜀道)

자규를 찾아 고려시대에서 다시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로 가보자. 중국 촉나라 망제(望帝)라는 왕은 이름이 두우(杜宇)였다. 배신을 당해 왕위와 나라를 뺏기고 밤낮으로 울었다. 망제가 죽어 그 넋이 새가 되어 두견(杜鵑)이가 되었다. 밤마다 불여귀(不如歸=돌아가지 못함)를 부르짖으며 목구멍에 피가 나도록 울었다. 두견이가 울면서 토한 피가 땅에 떨어져서 두견화(杜鵑花=진달래)가 되었다. 억울하게 죽은 촉나라 망제 새를 촉혼(蜀魂), 망제혼(望帝魂)이라고 부르고 이름 두우(杜宇)를 쓰기도 하고 촉나라로 돌아가는 귀촉도(歸蜀道)라고 불렀다. 원혼이 피맺힌 한으로 우는 새는 두견이 소리가 맞을까? 소쩍새 소리가 맞을까?

중국 두견이 우표.

◇두견이와 소쩍새

두견이와 소쩍새는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부터 지금까지 2000년 가까이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 지식인을 헛갈리게 하고 있다. 해설을 들어도 헛갈린다. 분명히 새는 다른 새이고 소리와 모양은 다르지만 옛 이야기에는 서로 같이 쓰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정민 교수의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2권을 보면 잘 나와 있다. 김소월의 시 '접동새'와 조지훈의 시 '낙화'에 나오는 귀촉도는 두견이일까, 소쩍새일까? 고려말 이조년의 시조부터 현재 김소월과 조지훈의 시까지 모두 우리나라 자연과 생태이기 때문에 정답을 찾으려면 2000년 전 중국 촉나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일본 두견이 우표.

◇두견이와 소쩍새 비교

두견이는 뻐꾸기랑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비둘기보다 날씬하고 더 작다. 소쩍새는 올빼미와 부엉이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작다. 두견이 울음 소리는 '쪽빡 바꿔줘' 또는 '홀딱 자빠져' 하고 운다. 두견이 울음 소리도 불쌍한 며느리 전설이 전해져 내려올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슬프게 들렸나 보다. 소쩍새는 '솥적' '소쩍' 2음절로 울기도 하고 때론 '솥적다' 또는 '소쩍꿍' 3음절로 울기도 한다. 두견이는 밤낮으로 울지만 주로 낮에 활동한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야행성이다.

두견이는 뻐꾸기처럼 다른 작은 새 둥지에다 몰래 자기 알을 낳아 키우는 탁란을 하는 얌체 같은 새다. 소쩍새는 올빼미 부엉이 중에서 가장 작고 밤새 우는 소리가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 가슴을 파고 드는 새다.

◇2000년의 혼동

왜 이렇게 소리도 모양도 다른 새를 2000년 동안 한중일 3국의 지식인들은 제대로 구별을 못했던 것일까? 밤에만 우는 소쩍새도 낮에는 보기가 어렵고 두견이도 소리는 온 동네 울려퍼지지만 찾아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 촉나라에서 2000년 세월을 돌아 한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두견이가 어려운 것은 글로 배웠기 때문이겠다. 두견이가 중국 대륙을 거쳐 한국으로 다시 일본으로 들어가면서 두견이와 소쩍새 둘 다 같이 쓰면서 '있다, 없다, 맞다, 틀리다'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지금은 두견이와 소쩍새는 천연기념물이 되어 우리 마음 속으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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