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블]대만서 만난 부부, 남편 한국파견으로 진주에

요즘 우리 지역에서도 어디서나 외국인들을 쉽게 접할 때가 많다. 여행객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생활하는 이방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필통에서는 진주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나라에 대한 이해도 높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이번에 찾은 외국인은 글로벌 부부였다. 남편은 미국인이었고 아내는 대만 국적이다. 진주시 초전동 자택으로 우리를 초대한 P J 오티즈·쉐런 부부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몸집이 큰 후덕한 인상의 미국인 남편 'P J 오티즈'와 아름다운 대만인 아내 '쉐런'이 환한 미소로 현관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커피 한 잔이 이어준 사랑

'보잉'이라는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남편 P J 오티즈. 그가 대만으로 출장을 갔을 때, 공항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쉐런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지금도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그녀 때문에 매일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갔고, 쉐런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둘은 결혼하게 되었고 한국의 삼성항공으로 파견되면서 현재 진주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한국말도 하지 못하고 남·북한이 대치하는 이곳 현실이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법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그에게 많은 걱정을 했었지만 오히려 그는 한국 역사를 잘 알고 있었고, 한국 친구들의 응원으로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었다고 한다. 쉐런 또한 긍정적인 성격이라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과 한국 사이의 문화적 차이로, 어린아이에 대한 반응을 꼽았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여 주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부모가 아닌 사람들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는 것이다. 그는 그 점에서 한국이 친절한 나라로 느낀다고 말했다. 아마도 미국에서 우리나라에서처럼 아이들을 대했다간 여러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인 P J 오티즈, 대만인 쉐런 부부와 그들의 아들 케이든.

◇영어로 치킨 전화 주문은 불가 

한국말을 잘 못해서 생활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쉐런은 좋은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지금은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같이 영어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고 한국말도 자연스레 배운다고 한다. 또 한국문화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한국말이 쉽게 늘지는 않는다며 답답한 때도 잦다고 고개를 흔든다.

P J 오티즈, 쉐런 부부는 웃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준다. 바로 전화로 배달 주문하는 것이었다. 치킨이 먹고 싶어서 치킨집에 전화하면 영어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상대편에서 무조건 끊어 버렸단다. 몇 군데 전화해 보았지만 주문을 할 수 없었고 치킨을 배달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결국 쉐런은 처음엔 한국인 친구에게 부탁해서 배달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말이 늘어 간단한 주문 정도는 전화로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대견한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시키는 한국, 너무 놀라워

어쩌면 대만과 한국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했다. 쉐런은 한국이 대만보다 사람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했다. 대만도 일을 열심히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오락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한국사람들은 회사에 다니든지 개인사업을 하든지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한다.

특히 자신이 많이 놀랐던 것은 한국의 교육열이라고 한다. 대만도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데 한국은 초등학생들마저도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는 점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아이가 있다 보니 엄마의 입장으로서 한국의 교육열이 걱정스러웠을 것도 같았다.

대만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녀도 지금 한국 청소년들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대만도 한국처럼 대학을 중요시하고 공부를 많이 시키는데 그녀는 그 시기에 행복하지 않아서, 케이든은 한국이나 대만이 아닌 미국의 교육방식대로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반면 P J 오티즈는 쉐런과는 다르게 한국의 교육방식에도 호의적인 듯했다. 오티스는 어린 시절부터 좋은 학습이 이루어지면 아이가 똑똑해져 자신이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며 케이든을 바라보았다. 의견이 좀 다른 듯 했지만 부부는 케이든의 직업 원하는 걸 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케이든이 김밥을 좋아해서 식당을 열어도 행복할 것 같다며 웃는 케이든을 꼭 안아 준다. 무엇보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 행복한 길이라면 무조건 응원하겠다고 오티스와 쉐런은 맞장구를 친다.

◇한국의 친절함과 정을 느껴

한국말도 못하는 부부가 낯선 나라, 진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아이까지 키우며 산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왠지 너무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큰 목적이 있겠지라는 선입견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P J 오티즈와 쉐런 부부를 만나면서 그리고 그의 아들 케이든을 보면서 우리의 생각이 한참을 빗나가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행복해 보였다. 일상의 새로움을 즐기고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쉐런은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들과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도 너무나 큰 기쁨이라고 이야기하며 한국사람들의 친절함과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비록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 오티스와 쉐런이지만 인터뷰를 하고 나니 왠지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어색한 이방인이 아닌 그냥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진주에서도 각국의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어느나라에서 왔건 피부와 눈동자 색이 어떻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임을 알고 마음을 열어 주는 따뜻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김아휘(삼현여고2)·윤소정(진주여고1)·구광모(중앙고2) (http://www.ifeelt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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