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19) 캐나다 GM정규직 노동자는 달랐다

지난 9월 18일(캐나다 시각) 오전 차를 타고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40분가량 가니 유럽 평원과 같은 지역이 나왔다. 이 평원에는 밀밭 대신 공장들이 즐비했다. 지엠(GM), 도요타, 혼다 등 주요 자동차완성차와 부품 공장들이 즐비한 오셔와(Oshawa) 지역이다. 토론토와 달리 전형적인 공장지대였다.

지엠 오셔와 공장 정문에서 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유니포 로컬(지부·Local) 222 사무실이 있었다. 이날 10시 30분 1층 강당에서는 은퇴 조합원과 가족을 위한 요가 강의가 한창이었다.

1937년 UAW(전미자동차노조) 지부로 시작해 76년 역사를 자랑한다. 1985년 UAW에서 독립해 CAW 지부로, 올 8월 말 CAW와 CEP 합병 뒤에는 유니포 로컬 222가 됐다.

로컬 222 론 스바즐렌코(Ron Svajlenko·52) 의장(지부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지엠 전기기술자라는 그는 로컬 222 기본 현황을 들려줬다.

   

이 지부에는 조합원 7435명이 있다. 단체협약 단위인 분회(unit)는 26개이며, 지엠 오셔와 분회가 3634명으로 지부 조합원의 48.8%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사까지 포함한 자동차산업 조합원은 5518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지엠 오셔와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존슨 컨트롤(JCI)사 풀타임(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기본급 대비 1.2∼1.3% 수준이다.

스바즐렌코 의장에 따르면 지엠 오셔와에는 1980년대만 해도 1만 8000명이 일했다. 80년대 지엠은 북미 시장 점유율이 37%였지만 지금은 19%대라고 했다. 두 개 공장 중 한 곳은 임펠라 옛 기종을, 다른 공장에는 뷰익, 카메로, 새 임펠라 등 세 개 차종을 만든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2006년만 해도 노동자 1만 1000명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장직 노동자(조합원) 3600여 명, 관리직·기술직 1200명 등 4800명으로 확 줄었다. 연간 36만 대를 생산한 대형 트럭 공장이 멕시코로 이전한 게 주요 인력 감축 이유였다.

   

부품사 조합원과의 관계를 바로 보여주는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몇 년 전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JCI 사측이 오셔와 공장 물량을 미국 미시간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JCI분회 조합원들은 격하게 반발했고, 같은 지부 소속인 지엠 오셔와 분회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며 원청사인 지엠을 압박했다. 결국 JCI 오셔와 생산 물량을 지켜 냈다.

그는 "우리 조합원이 있는 부품사 공급 물량을 지키고, 우리 노조 형제·자매 일자리를 지키고자 지엠 오셔와 조합원들은 작업 거부, 파업 위협 등으로 지엠을 압박했다. 대부분 성공하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또다시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완성사들의 부품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이 탓에 낮은 이윤율로 하청-재하청-재재하청 등 불필요한 다단계 하청 구조가 형성되고 하청 구조 가장 아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악화하는 구조, 이를 알면서도 묵인해온 한국 완성차 노동자들. 그들이 스바즐렌코 의장 얘기를 듣는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해졌다.

로컬222 사무실에서 10분 정도 가면 자동차 부품사인 존슨 컨트롤(JCI) 오셔와 공장이 나왔다. 지난 9월 19일 오전 JCI분회 실무 조직 담당자인 테리 맥도날드(여·50) 씨와 함께 공장을 둘러봤다. 물론 미주지역 자동차 부품사 견학 취재를 왔다며 사측을 안심시켰다. 낌새가 이상했던지 회사 밖 공터에서 얘기하던 내내 관리직 6∼7명이 담배를 피우는 척하면서 동태를 살폈다. "캐나다 사측도 한국과 별 차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이곳은 미시간으로 이전하고자 투자를 하지 않은 탓인지 한국 부품사들보다 설비들이 더 낡았다. 자동차 시트, 차량용 오디오 박스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 노조(분회)는 지엠 노동자들과 함께 공장 이전을 막았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회사가 파견직 노동자들을 현장에 넣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올 5월과 9월 50명가량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단협 사항은 아니었지만 별도 협상으로 이뤄냈다. 100명이 넘던 파견노동자는 9월 말 65명(정규직 324명)으로 줄었다.

맥도날드 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우리도 노력한다. 그래도 솔직히 회사가 마구 밀어넣으면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부품사 노조원을 향한 지엠 오셔와 노동자의 태도, JCI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과 연대 등 캐나다 오셔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비정규직과 하나이고자 했다. 최소한 아직은 말이다.

관련기사-유니포 전략가 짐 스탠퍼드를 만나다
"인권·건강 등 한 해 100회 넘는 교육, 진취적 지도자 키우는 밑거름으로"

지난 9월 18일 오후 유니포(Unifor, 전 CAW + CEP)의 대표적인 전략가이자 경제학자인 짐 스탠퍼드(Jim Stanford·사진)를 만났다. 그로부터 유니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단체협약이 없는 커뮤니티지부(Community Chapter)를 만든다고 했다. 그 역할이 궁금하다. 불안정 노동을 겪는 노동자와 청년층 노조 가입과도 관련 깊을 것 같다.

"일반적인 경제적 흥미가 있고, 변화하고자 싸우려는 열망이 있는 노동자들이 이 새로운 지부를 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동자들은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몹시 어렵다. 캐나다에서는 사업장 내 노동자가 50% 이상 (주단위 노동위원회에서) 공인한 협약 단위(unit)를 구성했을 때만이 단체협약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사용자들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그걸 멈추는 데 성공한다. 커뮤니티지부에 가입하는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대개 임시직이거나 불안정한 고용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단체협약 단위가 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구성원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한 소비자운동, 청원운동, 다른 압력 수단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집단행동에 참여할 것이다."

-유니포의 전신인 CAW는 자체 교육센터를 보유하고, 다양한 조합원 교육을 한다고 들었는데.

유니포 전략가 짐 스탠퍼드를 만나다
"인권·건강 등 한 해 100회 넘는 교육, 진취적 지도자 키우는 밑거름으로"
"우리가 자체 운영하는 가족교육센터(Family Education Centre, 온타리오주 북부 Port Elgin에 위치)를 말하는 것 같다. 그곳은 굉장한 시설로, 한 번에 약 2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한 해에 100개가 넘는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그중 노동 역사 개괄, 단체협약, 정치경제학 등으로 짜인 4주간 유급 교육 휴가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다음에는 건강과 안전, 인권, 여성문제, 국제 경제 이슈 등 세분화한 주제로 1∼2주 과정이 있다. 주목할 만한 과정은 여름마다 2주간 조합원과 그들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 교육 휴가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캐나다에서 만난 조합원 중 여러 명이 예전 부모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고 했다.) 이 시설 이외에도 지역별로 50개가 넘는 짧은 교육들이 있다. 우리 교육 과정은 북미의 어떤 노조보다 가장 광범위하고 활발하다고 자부한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우리 조합원을 진취적인 노조 지도자로 성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현장 이외 사무실 인원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불안정 노동을 전담할 새로운 부서를 만들 것인가?

"전국(본부, National) 단위로 약 350명이다. 단체협약과 대의권 있는 지부(로컬)에 도움을 제공하고 캐나다 전역 다른 지역 사무소에서 일하는 서비스 대의원(대표) 150명, 연구소·교육·법률 부서 등에서 일하는 100명의 전문가, 100명의 업무지원 직원(스태프)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지역 대표나 지부(Local) 대표와 상의를 거쳐 노조 위원장이 일괄 임명한다. 3명의 본부 사무국장(임원), 3명의 지역 대표, 25명의 전국단위 상임 집행위원(national executive)이 있다. 토론토에 전국(본부) 사무실이 있고, 이외 캐나다 전역에 15개 지역사무실이 있다. 노조 내에서 퀘벡은 캐나다 내 독특한 위치를 고려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 받고 있다. 800개의 로컬(지부)이 있고, 단체협약 단위(지회 혹은 분회, unit)는 3000개 이상이다. 단체협약은 보통 3년 단위로 갱신하며, 더 짧거나 긴 곳도 있다. 불안정 노동 문제는 요즘 노조에서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다. 관련자 한두 명 임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조직, 우리의 단체협약, 각종 연구, 여러 청원운동에서 이 불안정 노동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정도로 적극적일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 약력: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미국 뉴욕 뉴스쿨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진보적 경제학자 모임인 '진보경제학 포럼' 초대 회장을 지냈다. 저서 <자본주의 사용설명서>(Economics for Everyone)가 번역돼 국내에 출판됐다.

취재 자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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