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창원시 '가고파 국화축제' 명암

창원시 '제13회 가고파 국화축제'가 10일간 일정을 마무리 짓고 3일 폐막했다. 축제는 성황리에 끝났지만 되짚어 볼 문제도 남았다.

◇마산 국화 우수성 홍보 = 마산국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국화소비 촉진을 위해 2000년 첫선을 보인 국화축제는 그동안 '마산국화축제', '마산국화박람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명칭을 바꿔오며 성장해 왔다. 2010년에는 축제 개최 10년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넘는 등 진해 군항제에 이은 창원시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역시 '빛나는 오색국화-아름다운 꽃의 바다'라는 주제 아래 국향대전, 문화·경연행사, 특별행사, 체험행사 등이 펼쳐지며 마산항 제1부두를 빛냈다. 또 국화전시장에 7600여 점으로 만든 205개 조형물을 8개 주제별로 전시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2010년 1줄기에서 1315송이 꽃을 피워 세계공식 기록 인증을 받은 다륜대작(천향여심)이 1420송이로 기록경신에 성공, 큰 관심을 받았다. 축제와 연계한 '해양레포츠 무료체험' 행사에는 하루 평균 250여 명이 참여하는 등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화려함 뒤 그늘도 = 그렇다고 마냥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축제 기간 꾸준히 △부족한 편의시설 △주변 상권과 연계 △무질서한 야시장 △소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축제장 출입구는 딱 하나였다. 그마저도 건널목·인도와 인접한 곳에 있었다. 이에 축제장 앞은 건널목을 건너려는 사람, 야시장을 둘러보는 사람, 축제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서로 뒤엉켜 늘 북새통이었다. 전시장 내 부족한 편의시설도 문제였다. 화장실 이용은 원활하나 넓은 전시장에서 쉴 곳은 턱없이 부족했다. 벤치를 찾지 못해 길에 쭈그리고 앉거나,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한편 앞서 지난 17일 가고파국화축제위원회(위원장 배상근)는 마산어시장상인회, 마산어시장사업협동조합, 창동통합상가상인회 등과 함께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지역 상인회의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축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축제 기간 마산어시장, 창동예술촌 등 80여 점포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한 상인은 "축제 전이나 후나 매출에 변화는 없었다"며 "오히려 매출이 줄어든 곳도 있다"고 털어놨다. 창동통합상가상인회 김경년 간사는 "동선이 아쉽다"며 "어시장이나 창동예술촌 등은 축제장과 거리가 꽤 멀다. 특히 야시장에도 먹을거리가 많아 관광객의 자발적인 방문을 기대하긴 어려웠다"고 전했다.

제13회 가고파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창원시 마산항 제1부두 주변과 돝섬 선착장 주변에 노점상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김구연 기자

◇축제 본질 되찾아야 = 무질서한 야시장과 소음은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됐다.

축제 기간 내 축제장 앞 인도에는 옛 돝섬 터미널부터 해운동 삼거리까지 노점상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갖가지 먹을거리·볼거리가 눈길을 끌기도 하였으나, 인도가 무분별하게 점거당해 통행에 큰 불편을 줬다. 인도 옆 언덕에서 유모차를 밀고 가거나, 서로 충돌·다투는 일도 잦았다. 특히, LPG 통이 길가에 버젓이 방치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았다. 상인 대부분은 노래·영상을 틀어놓고 상품을 홍보했다. 저녁이면 야시장 곳곳에서 품바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본 공연과 소리가 뒤섞이거나, 옆 사람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등 조용히 꽃을 감상할 환경은 조성되지 못했다. 더불어 전시장이 문을 닫은 후에도 밤새 술판이 벌어져 인근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다. 상인은 상인대로 '명당'을 뺏기지 않고자 10일 내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물론 야시장과 시끌벅적함을 즐기는 시민도 많다. 한 시민은 "야시장이나 소규모 공연이 곧 축제 아니겠느냐"며 "모두 함께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은 '축제 본질'이 퇴색해가는 행태를 아쉬워했다. 한 시민은 "꽃과 함께 어울리며 '힐링'하는 것이 국화축제 참뜻 아니겠느냐"며 "매년 축제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가을이면 국화를 주제로 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조계사 ‘국화향기 나눔전’, 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 국화, 단풍축제’, 충남 아산시 ‘아산시국화전시회’, 전남 함평군 ‘대한민국 국향대전’, 제주 ‘한림공원 국화축제’ 등 그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게다가 대부분 ‘국화·야시장’으로 구성돼 형태마저 비슷하다. 심지어 야시장이 더 인기를 끄는 등 주객이 전도돼 ‘야시장 축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 ‘가고파 국화축제를 브랜드화해 상표 등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고파 국화축제는 분명히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국화가 안겨줄 진짜 즐거움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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