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산과 만나면 동서화합 의미 커질 것

경남과 전남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이 경전선 폐선 부지를 활용해 '남도 순례길'을 조성할 것을 청와대에 공동으로 청원하기로 하였답니다.

경남과 전남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동서통합남도순례길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마산폐선로 푸른길가꾸기 시민모임, 진주YMCA, 사천환경운동연합, 하동군적량면청년회 등 영남지역 단체들과 순천YMCA, 광양경전선 푸른길 운동본부 등이 동서통합남도순례길추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경전선은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광주광역시 송정역에 이르는 300.6km 구간인데, 최근 밀양에서 순천까지 복선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삼랑진-순천 구간의 폐선은 168.97km나 되지만 아직 뚜렷한 활용 계획은 세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전선 폐선 구간이 지나는 지방 정부들이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을 찾고 있으나 막대한 부지 매입 비용 때문에 적극적인 활용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유휴부지 임대 사업을 통해 일부 부지를 민간에 임대하였는데 음식점, 스크린 골프장 등으로 활용되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구간별 개통 시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경전선 구간은 대표적인 남도 근대문화 유산이기 때문에 그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국가적인 활용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삼랑진-마산 구간은 1905년, 마산-진주 구간은 1923년, 순천-송정 구간은 1922년, 진주-순천은 1968년에 각각 개통하였다고 합니다.

동서화합을 위한 남도 순례길.

구간별 개통 연도만 보아도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경전선 구간에 철도가 놓이기 시작한 것은 1905년이지만, 경전선이 온전하게 연결된 것은 1968년 진주-순천 구간이 연결된 이후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 자료를 보니 동서통합남도순례길추진위원회는 우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부지 매입 비용을 중앙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달라는 청원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막대한 부지 매입과 임대비용을 해결해야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서통합남도순례길추진이 현실화되려면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서통합남도순례길추진위원회는 계획을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한광옥 위원장)'에 정부 사업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의미와 명분에서는 '동서통합'이라고 하는 큰 대의명분에 여·야 정치권이나 어느 지방정부도 반대하기 어려운 사업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데,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서 영호남 순례길이 국내의 대표적인 도보여행 코스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영호남 순례길은 영호남에 걸쳐 있는 민족의 명산을 품고 있는 지리산 둘레길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리산을 따라 영호남에 걸쳐 있는 둘레길 따라 걷는 274km와 경남과 전남을 잇는 경전선 구간인 '동서통합남도순례길' 300.6km가 연결되면 영호남을 잇는 국내 최장거리 도보 순례길 574km(연결 구간 포함 약 600km)의 도보 순례길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지도를 보면 지리산 둘레길 하동센터는 경전선 하동역과 인접한 곳에 있습니다. 하동에서 지리산 둘레길과 동서통합 남도순례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지요.

지도를 보면 지리산 둘레길 하동센터는 경전선 철길에서 불과 50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백두대간과 연결되는 지리산이 가진 상징성이야 이루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걷기의 철학>이라는 책을 쓴 크리스토퍼 라무르는 "순례라 이름 붙인 걷기는 성스러운 장소를 향해 걷는 성스러운 걸음"이라고 하였습니다. 동서통합남도순례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만나면 '성스러운 순례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동서통합남도순례길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제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남도순례길이 지리산 둘레길과 만나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도보순례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동서통합남도순례길이 지리산 둘레길과 만나면 그 안에 남도의 근대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박물관이 될 뿐만 아니라 도보 여행 코스로도 훨씬 다양하게 활용되어 그 의미가 확장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http://www.ymca.pe.kr/1799)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