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시국미사 열어

[2보-오전 12시]30일 오전 11시 10분 경남도청 앞에는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라는 성가가 울려퍼졌다. 이 성가 합창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기원하는 말씀의 전례'라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시국미사의 시작이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백남해(신부) 위원장 집전으로 시작된 시국미사에는 박창균·김정우 등 마산교구 소속 신부 8명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백남해 신부는 기원 말씀에서 중국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진주의료원 사태에 빚대었다.

"두 건달이 버스에 탄 한 아름다운 여성을 겁탈하려고 했다. 하지만 승객은 내 일이 아니라는 듯 누구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 건달은 버스운전사에게 '세우라'고 했지만 운전사는 이를 듣지 않았고, 결국 운전사는 칼에 찔렸고 버스는 섰다. 두 건달은 여성을 버스 밖에서 겁탈했다. 이를 보다못한 한 청년이 버스에서 내려 따졌다. 이 청년은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두 건달은 유유히 사라졌고, 겁탈당한 여성은 옷이 온통 찢어진 채 버스에 타서는 피 흘리는 기사를 버스 밖으로 내렸다. 자신을 도와주려던 청년이 버스에 타려고 하자 이 여성은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요'라며 버스 문을 닫았다. 그 광경을 본 버스 승객들은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 저런 일을 당해'라며 비웃기까지했다. 그러고는 이 여성은 직접 버스를 운전하고 가 버렸다. 당황스러워 한참 멍하게 서 있던 청년은 사람들로부터 '저기 버스가 천 길 낭떠리지로 떨어져 승객들이 모두 죽었대'라는 말을 들었다. 청년은 그 여성이 왜 그랬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30일 낮 12시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시국미사에 참석한 이들은 백남해 신부의 말씀을 듣고 있다. /이시우 기자

백 신부는 이 사건을 예로 들면서 "지금 우리사회 처지가 이 여성과 청년이 처한 상황과 같다. 내 일이 아니라고 눈 감는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양 송전탑 반대 어르신들을, 대한문 앞에서 죽음을 걸고 싸우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내 일이 아니다'고 외면하면 다음 표적은 바로 '나'가 될 것이다. 또한 오늘은 진주의료원이지만 내일은 내 직장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 신부는 "똥은 옆에 두고도 밥을 먹을 수 있지만 (굶주린) 사람을 옆에 두고는 밥 못 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그런데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문 닫으며 수많은 노동자를 거리에 나앉게 했고, 어려운 환자들을 외면했다"고 홍 지사를 비판했다.

시국미사 참석자는 오전 11시 45분 도청 건물 현관 앞으로 이동했다.

일터를 잃어버린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오주현 조합원은 "우리 조합원 심정이 신부님이 말씀하신 그 여성과 똑같을 것이다. 만약 옆에 홍 지사가 타고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어떤 힘든 과정이 있더라도 우리와 함께 해주는 수많은 사람을 위해, 돌아올 환자를 위해 끝까지 갈 곳이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석영철 도의원은 "오늘 오신 신부님 중 한 분이 제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이다. 얼마 전 홍 지사와 한 행사에서 만났는데, 홍 지사는 '당신은 나와 갈 길이 다르다'며 외면하더라"며 "조합원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싸움은 공공의료와 한국 의료정책을 위한 역사적인 투쟁으로 자리할 것이다. 분명히 그런 평가를 받을 것이다. 끝까지 싸워서 역사와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홍 지사에게 보여주자"고 격려했다.

이들은 이날 낮 12시 10분께 복음성가 〈실로암〉을 부르며 미사를 끝맺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1시 30분 도청 맞은편 대한지적공사 경남지사 옆 공터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공동으로 '진주의료원 재개원, 전교조 사수, 미타결 사업장 현안 해결,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 결의대회를 연다.

[1보-오전10시]“두고 보십시오. 홍준표 지사가 이기는지, 우리가 이기는지. 진주의료원 재개원까지 우리는 끝까지 갈 겁니다.”

진주의료원 살리기 진주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강수동 민주노총 진주지역지부장의 말이었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기자회견이 끝난 30일 오전 9시 30분 도청 정문 안에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진주의료원 살리기 경남·진주대책위는 국회의 경남도 국정감사 직전에 기자회견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6대 무시행위와 6대 파괴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를 중단하고 진주의료원 재개원 6대 과제를 실행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그간 홍 지사는 경남도민 무시, 국회 무시, 정부 무시, 새누리당 무시, 대통령 무시, 약속 무시 등 여섯 가지를 무시해왔다”며 “또한 지난해 12월 20일 취임사에서 ‘좋은 도지사가 되겠다’던 홍 지사는 10개월간 한 것이라고는 진주의료원 폐업 말고는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공의료 파괴, 환자 인권과 건강권 파괴, 민주주의 파괴, 일자리 파괴, 사회정의 파괴, 경남도정 파괴 등 여섯 가지 중대한 파괴행위를 일삼았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행위이고, 국민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30일 오전 9시 30분 도청 정문에서 진주의료원 살리기 경남.진주대책위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철저한 감사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이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경남도에 요구한 진주의료원 정상화와 재개원을 위해 홍준표 경남지사는 6가지 과제를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여섯 가지 과제로 △국회를 상대로 한 권한쟁의 심판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진주의료원을 조속히 정상화하라는 국회 결의와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정조사 결과 이행 △진주의료원 재개원과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의료장비와 진료재료, 물품 반출을 모두 중단하고 진주의료원 매각 포기 선언 △강제퇴원·전원한 환자들의 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진주의료원이 담당한 공공의료서비스를 원상회복·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진주의료원 청산인회를 즉각 해체하고, 박권범 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과 윤만수 전 관리과장을 업무상 혐의로 당장 검찰에 고발 △진주의료원 폐업과 해산을 철회하고 경남도의회에 발의돼 있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킬 것 △진주의료원 재개원과 정상화를 바라는 각계각층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 마련을 위해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등은 오전 11시 도청 정문 앞 시국미사, 오후 1시 30분 도청 맞은편 대한지적공사 경남지사 앞 집회를 할 예정이며, 또 경남도 감사를 마친 뒤 민주당 안전행정부 국회의원 4명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이 버스에서 경남도청 현관에 내리는 국회의원들에게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의견을 전달하려했으나 청경에 붙잡혀 끌려나가고 있다./표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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