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커피, 오랜 시간 바싹 볶아 쓴맛만 남아…가장 맛있는 커피 추출법 '핸드드립'

"맛있는 커피를 대접받거든

그 특별한 선물에 대해

40년간 존경하고 경외하고 기억하라"

즐겨 찾는 커피집 한편에 적혀 있는 글귀다. 터키 속담이란다. 대체 어떤 커피길래 무려 40년씩이나 존경하고 기억하고 거기다 경외까지 하라는 것일까.

한 잔에 수만 원씩 한다는 값비싼 고급 커피? 그보다는 대접하는 이의 지극한 정성을 찬양하는 의미가 짙겠다. 맛있는 커피는 그만큼 만들기도 먹기도 어렵다. 커피콩의 종류와 신선도, 볶은 정도, 원두 보관 상태, 분쇄·추출 방법, 물의 온도 등에 따라 커피 맛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추출법으로 구분했을 때 커피 전문가를 비롯한 애호가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가장 맛있는 방법은 '핸드드립(hand drip)'이다. 볶은 커피콩을 그라인더·핸드밀 등 기구를 이용해 갈아 드리퍼(깔때기)에 얹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방식이다. 특별한 고가의 기계 없이 개개인이 직접 커피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류별로 독특한 원두 그 자체의 다양하고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마니아들의 격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에스프레소는 왜 쓰기만 할까 = 핸드드립 외에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커피로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그리고 인스턴트 정도가 있겠다. 카페라테니 카페모카니 캐러멜마키아토니 하는 것들은 커피에 우유, 초콜릿, 생크림 등 부재료를 첨가한 것일 뿐이니 생략하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는 가압한 뜨거운 물을 미세한 커피층에 빠르게 통과시켜 만드는 커피로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한다. 핸드드립의 경우 보통 원두 10g일 때 150ml 이상을 추출하지만 에스프레소는 불과 25ml만 추출하기 때문에 맛이 상당히 진하고 강하다. 아메리카노는 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연하게 먹는 미국식 커피를 말한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역시 핸드드립과 마찬가지로 원두 종류, 볶은 정도에 따라 맛이 다양하고 풍부해야 하는데 보통 우리가 먹는 것은 천편일률 쓴맛일 때가 많다. 특히 '스타' '투섬' '엔젤' '카페' 어쩌고 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

왜 그럴까? 이는 이른바 '강배전'(강한 볶기)으로 커피콩을 지나치게 오래, 바싹 볶은 탓이 크다. 커피콩은 오래 볶을수록 쓴맛·신맛·단맛의 조화는 사라지고 쓴맛만 두드러지는데,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은 대개 이 방법을 애용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커피콩의 (낮은) 질을 숨기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다. 커피콩도 다른 식재료와 똑같다. 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신선도 등에 따라 맛의 차이가 현격하다. 제대로 보관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금방 맛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싹 볶아 수분을 최소화하고 쓴맛을 극대화하면 이런 수많은 약점을 극복하는 게 가능해진다. 물론 그에 비례해 맛은 형편없어지지만 말이다.

보통 '믹스' 형태로 먹는 인스턴트 커피는 이런 전문점들의 '꼼수'를 극한까지 밀고 간 것으로 보면 된다. 커피콩의 물에 녹는 성분만을 추출해 건조시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커피를 '미리' 만들어 입자화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당연히 가공·보관 과정에서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은 대부분 유실된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원두커피의 60% 정도 맛은 낼 수 있다지만, 커피의 진수를 즐기고 싶다면 되도록 '맛 들이지' 말아야 할 커피임이 틀림없다.

◇갓 볶은 원두가 최선은 아니다 = 커피 맛의 ABCD는 예의 커피콩(생두)에서 시작한다. 커피콩이란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을 말하는데 재배 지역과 토양, 기후 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남해 마늘과 의성 마늘의 맛이 다르듯이.

커피나무는 5~30℃ 온도에서 잘 자라고 얼음이 어는 추운 지방에서는 얼어 죽기 때문에 적도 부근 열대·아열대 지방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남부아시아 커피가 익숙하고 유명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대체로 아프리카 동부와 중남미 커피(아라비카 커피 품종)는 부드러운 향기와 좋은 신맛이 뛰어나고, 아프리카 중서부와 남미의 브라질, 동남아시아 커피(로부스타 커피 품종)는 쓴맛이 강하고 볶은 옥수수 냄새가 나는 특징을 보인다.

좋은 생두를 구했으면 다음 단계는 '볶기'다. 영어로는 로스팅(roasting), 한자로는 배전(焙煎)이라고 한다. '로스터'란 기계를 사용하거나 뚜껑이 있는 철망으로 개인이 직접 볶기도 한다.

'갓' 볶은 원두라고 무조건 맛있는 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늦어도 1주일 안에 먹어야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게 정설이지만, 갓 볶은 것은 볶을 때 생성되는 탄산가스로 인해 원두 그 자체의 맛이 방해받는다.

볶은 뒤 3~5일이 지나야 가스가 사라지고 최적의 상태가 되며, 그 이후에 다시 또 맛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프로 치면 포물선을 생각하면 되겠다.

볶은 커피는 반드시 원두 알갱이 상태로, 되도록 빛이 들지 않는 낮은 온도의 장소에서 밀봉해 보관한다. 갈아서 보관하면 공기 접촉면이 넓어져 금방 맛과 향이 달아난다. 원두는 먹기 직전에 갈아야 최상의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보관 장소 중 냉동실은 '비추'(비추천)다. 커피는 탈취력이 강해 완전 밀폐를 하지 않는 한 냄새 흡수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조금 조금씩 신선한 원두를 구입하거나 직접 볶는 게 가장 현명한 길이다.

분쇄 굵기 또한 커피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입자가 너무 굵거나 얇으면 적정 추출이 어렵고 결국 맛을 망치게 된다. 분쇄 입자와 관련해 한 가지 잘못된 상식은 드립 시 빵처럼 부푸는 원두가 신선하다는 것인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 분쇄 굵기가 얇고 고울수록, 오래 볶은 커피(강배전)일수록 크게 부풀어 오를 뿐 신선도와는 상관이 없다.

경남에는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일천한 안목과 경험이지만 창원(마산합포구)의 몬스터 로스터스, 김해 생림면 커피산책, 진주 평거동 이동우커피, 호탄동 부에나비스타 정도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맛있는 커피는 기분 좋은 쓴맛이 나면서도 상큼한 신맛이 받쳐주고 여기에 단맛의 여운까지 감돈다. 흡사 꽃이나 풀, 과일 향기 같은 독특한 향이 함께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누구나 조금만 애정을 쏟으면 프랜차이즈 전문점이나 인스턴트 커피가 우스워지는 정말 맛있고 매력적인 커피를 직접 만들 수 있다.

4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감동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정성 가득한 커피 한 잔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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