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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조는 '불안정 노동자'를 위해 나섭니다"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17)신규 조직에 역량 쏟는 캐나다 Unifor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2013년 10월 29일 화요일

"우리는 앞으로 5년간 매년 노조 전체 예산의 10%를 불안정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쓸 겁니다. 우리 두 노조를 합친 이유도 이런 새로운 대응을 하기 위해서죠.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지난 9월 16일 오전(캐나다 시각) 토론토 한 주택 겸 사무실(홈 오피스)에서 만난 던칸 브라운(Duncan Brown) 씨 발언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캐나다 두 번째 규모의 산업별노조인 유니포(Unifor) 중앙대의원이자 유니포 휴머니티기금(Unifor Humanity Fund) 상임이사를 맡고 있었다.

새롭게 창립한 노조 '유니포' 실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지금 어떤 일을 하려고 할까?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다른 나라 노조는 어떤 대응과 활동을 하는지 취재한 캐나다 Unifor. 이들은 캐나다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핵심 조직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10만 명과 20만 명이 합쳐 노동조합 미래 고민하다

지난 8월 중순 국내에서는 캐나다자동차노조로 알려진 CAW(National Automobile, Aerespace, Transportation and General Workers' Union of Canada) 국제국장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취재가 어렵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8월 말 CAW가 다른 노조인 캐나다 통신·에너지·제지노조 CEP(Communication, Energy and Paperworkers Union of Canada)와 합병을 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 차례 연락 끝에 국제국장은 회의를 거친 결과 취재 일정을 잡겠다고 답했다.

자칫 취재조차 어려울 뻔했던 이 합병 사태(?)의 내용은 이랬다. 미국 영향력 아래 있는 각 산업별노조 캐나다지부가 아닌 국민(National) 노조 중 캐나다 제조업 최대 산별노조였던 CAW(조합원 20만 명가량)는 캐나다 벨(Bell) 사를 중심으로 한 통신·에너지·미디어 분야 조합원이 많았던 CEP(조합원 10만 명)와 합쳐 새로운 노조 창립 총회를 8월 말 했다. 두 노조 합병으로 30만 명의 새로운 노조가 탄생했다.

새로운 노조인 'Unifor'는 'Union Forward'를 줄인 말이다. '노조, 미래를 향해' 혹은 '노조, 앞을 향해'라는 의미다. 이들이 내세우는 노동조합의 미래란 무엇일까?

   
  지난 9월 17일(캐나다 시각) 캐나다 토론토 소회의실에서 노조 활동가들 이 최근 벌인 유니포 주최 불안정 고용 철폐 캠페인 영상을 보고 있다./이시우 기자  

Unifor 전신인 CAW

이들이 합병하기 전 새 노조의 한 축이던 CAW는 캐나다 내에서도 전투적인 노조로 알려졌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11권 2호)에 '캐나다의 복수노조 사례- 노조 간 조직경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 그리고 결과'라는 논문을 게재한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도 "CAW는 캐나다에서 민주노총 초기와 가장 닮은 노조"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노조 형태는 크게 '연합(United)'을 붙이는 미국 노조 영향 아래 있는 캐나다지부, 미국노조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산업별 혹은 업종별 노조 체계를 갖춘 국민(National) 노조, 상급 노조단체를 두지 않는 독립노조, 지역 내 여러 독립노조가 합쳐진 지역 독립노조로 나뉜다. CAW와 CEP 모두 미국 노조 영향 아래 있다가 독립한 국내 노조에 속했다. CAW는 기존 UAW(미국자동차노조) 캐나다지부로 있다가 1980년대 레이건 정권 시절 UAW가 여러 차례 양보 교섭을 하고, 이를 캐나다지부에도 적용하라고 요구하자 1985년 독립을 선언한다. 최초 이름은 캐나다자동차노조였고, 자동차산업 조합원들도 80%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0% 수준에 그친다. 2000년대 초까지 다른 노조와 합병 등을 통해 조합원을 20만 명까지 늘렸지만 이후 조합원 수는 정체 상태였다.

이 노조는 미국노조 영향에 있는 캐나다 노조들과 달리 '사회적 노조주의(Social Unionism)-노동자의 협소한 이해보다는 더 넓은 계급적 이슈들을 강조하고 사회적 변화를 추구)'를 내세우고, 내부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이런 성격으로 다른 노조보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많이 연대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지속적인 혁신과 실질적인 투자. '유니포의 비전과 계획' 맨 처음 장에 나오는 문구이다. 던칸 브라운 씨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는 스스로 돈을 벌면서 대학에 다닐 수 있었고, 대학을 나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 세대(그는 40대 후반이다)는 20대 초반이면 대부분 독립해 살았지만 토론토 대학 강연 때 '부모랑 같이 사는 이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까 대부분 들더라"며 "이런 청년 세대와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유니포는 앞으로 5년간 5000만 달러(약 508억 원), 연간 1000만 달러를 불안정고용 노동자와 신규 조합원 조직화에 쓸 예정이다. 이는 사업비·운영비를 포함한 전체 노조 예산의 10%라서 캐나다 노조 역사상 조직 확대 사업에 가장 많은 비율의 예산을 쏟는 것이다.

던칸 씨는 "5000만 달러가 의미하는 것은 조직활동가 63명을 만들어 현장 등에 배치한다는 의미다. 이와 별도로 종자펀드를 만들어 지속하고, 신규 조직화와 관련한 연구·교육·데이터 베이스 비용은 별도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CAW 은퇴자 조직담당자인 로렐 리치(Laurell Ritchie) 씨는 "캐나다에도 중산층을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반감이 분명히 있다. 일부 계층은 노조원을 특권층으로 보기도 한다. 자본과 보수 미디어 영향도 있지만 노조 간부의 관료화, 전문직화도 우리 스스로 자성할 부분이다. 다시 노동 현장에서 고민하고 조직화하는 게 대규모 예산 투입과 함께 새 노조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니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한 캐나다 노동운동과 늘어나는 시간제 노동자, 임시직 등 불안정 노동에 맞서 조직 통합과 조직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 확보로 이른바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련기사-우리보다 인구 적은 캐나다, 노조 가입률은…
기업 단위로 단체협약은 '비슷'…산별노조, 여러업종 혼재 '차이'

캐나다는 2012년 7월 기준 인구 3485만 명으로 한국보다 약 1600만 명이 적다. 캐나다 환율은 27일 기준으로 미국(US) 달러당 1.04달러로 거의 차이가 없다.

CAW(현 Unifor) 본부가 있는 토론토시는 캐나다 최대 도시로 2013년 초 기준 인구 279만 명이며, 토론토 광역권은 5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공용어는 영어와 불어이며, 토론토는 대표적인 영국계 도시로 알려졌다. 이 광역권은 캐나다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다.

CAW 연구소가 캐나다 통계청과 캐나다 산업부 자료를 토대로 밝힌 2013년 상반기 현재 캐나다 산업 현황은 연간 국내 총생산(GDP) 1조 4000억 달러(캐나다 달러 기준), 1인당 GDP는 약 4만 달러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같은 연방제로 운영된다. 온타리오(Ontario), 퀘벡(Quebec) 등 10개의 주(province)로 구성된다. 수도 오타와와 주도 토론토가 있는 온타리오주는 캐나다 정치·경제·금융·관광의 중심지이다. 주 인구는 2012년 기준 1351만 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다. 주 총생산(GDP)은 5972억 달러로 캐나다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캐나다 노조 가입 인구는 460만 명이며, 노조 가입률은 31%이다. 지난 2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8월 말 한국 노조가입률은 12.4%로 전년 동기보다 0.9%p 올랐다. 노조가입 인구는 210만 여명이다. 정규직은 17%, 비정규직은 3%다. 캐나다 노조 가입률은 같은 북미인 미국(12∼13%)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노조총연맹은 캐나다노동회의(CLC, Canada Labor Congress)로 2006년 기준 전체 조직노동자의 72%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전국노조총연합(CSN-CNTU) 6.4%, 퀘벡노조총본부(CSQ) 2.8%, 민주노조총본부(CSD) 1.3% 순이다.

이외에도 상급노조단체를 두지 않은 독립노조도 12%에 이른다.


캐나다노동회의는 우리나라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으로 보면 된다. 여기에 각 산업별노조가 가맹단체로 가입한다. 캐나다노동회의에는 캐나다 최대 산별노조인 캐나다공공노조(CUPE: Canadian Union of Public Employees, 조합원 62만 7000여 명), 제조업 최대 산별노조인 CAW(현 Unifor, 30만 명), 미국노조 영향력 아래 지부 형태로 있는 연합철강노조(USW, United Steelworkers) 캐나다지부 등이 대표적인 가맹노조이다. USW 캐나다지부 등은 CLC와 미국 AFL-CIO에 함께 가입해 있다.

캐나다노동회의와 각 산별노조가 맺는 관계는 우리나라 민주노총과 가맹 산별노조가 맺는 관계보다 오히려 느슨하다. 심지어 성향 차이로 CLC 내 산별노조 간 조합원 이동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산업별노조는 단체협약을 기업(사업장) 단위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산별노조처럼 기업별 노조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평소 기업노조가 아닌 지역지부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산업별노조라고 해서 한국 금속노조처럼 자동차·기계·철강 등 금속산업에만 사업장이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업종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노조 성격이 강한 것이 한국 산별노조와 가장 구별된다. 전미자동차노조 캐나다지부에서 독립한 CAW는 지난 8월 말 Unifor라는 새로운 통합노조로 태어나기 전 조합원 20만 명 때 이미 자동차산업 조합원 수가 전체의 30% 이하였고, 항공산업 등 다른 제조업 조합원 수를 합쳐도 절반 정도였다. 자동차, 항공산업을 제외한 CAW의 나머지 70% 조합원 구성은 금속노조가 아닌 우리나라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오히려 닮았다.

취재 자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한국노동운동연구소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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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전 자치행정1부(정치부) 도의회.정당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최근 경제부 (옛 창원지역) 대기업/창원상의/중소기업청 경남지역본부/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