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20) 제비 이름 어원은 뭘까?

제비 울음 소리 지지배배

제비는 왜 제비라고 불렀을까? 바람둥이를 왜 제비족이라 할까? 물찬제비, 물수제비, 제비초리와 제비추리, 제비나비까지 제비가 붙은 말이 정말 많다. 왜 제비가 붙었을까?

먼저 제비의 어원을 찾아본다. 15세기 <두시언해>와 <훈몽자회>라는 책에는 제비 연(燕)자를 '져비'라고 했다. 일본말로 제비는 '쓰바메'라고 하는데 제비와 쓰바메는 소리가 닮았다. 만주어로 제비를 '치빈'이라고 하는데 소리가 닮았다. 제비가 지지배배 운다고 하면서 ㅈ과 ㅂ 소리가 제비 울음 소리를 흉내낸 소리다. 일본말 쓰바메와 만주말 치빈, 한국말 제비가 모두 제비 울음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이다. 제비라는 이름은 제비 울음 소리를 흉내낸 말이다로 정리된다.

제비를 닮아서 붙인 동식물 이름

제비를 닮아서 제비가 들어간 이름이 제비콩, 제비추리, 제비초리, 제비나비, 제비갈매기, 제비족이 있다. 닮은 것은 인터넷 검색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제비나비는 나비 꼬리가 길게 내려온 것이 제비 꼬리를 닮았다. 제비콩은 콩눈이 하얗게 생겼는데, 제비 새끼 부리 하얀 옆선을 닮아서 제비콩이라고 한다. 제비갈매기도 제비처럼 늘씬한 몸매에 뛰어난 비행술을 보면 진짜 제비랑 닮았다. 날아가는 모습이 물을 차고 날아가는 제비처럼 날렵하고 멋진 몸매를 가진 사람을 물찬 제비라고 불렀다.

제비추리 제비초리는 늘 헷갈리는 녀석이다. 제비초리는 뒷머리가 뾰족하게 V자로 모아지는 머리를 말한다. 옛날에는 제비초리가 참 재수가 좋은 머리였는데 제비족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바람피우는 사람의 유전자로 오해를 받는다. 제비추리는 소고기 갈빗살 안쪽에 제비가 날개를 편 것처럼 길고 날씬하게 붙어 있는 고기를 제비추리라고 한다.

제비족 어원을 찾아보면 서양의 연미복에서 찾을 수 있다. 연미복(燕尾服)은 제비 연자에 꼬리 미자를 써서 제비 꼬리 옷이다. 연미복은 swallow-tailed coat(제비꼬리 코트)를 직역한 말이다. 연미복이란 말보다는 턱시도라고 더 많이 알고 있다. 턱시도를 입은 서양 제비가 한국에 바람피우는 제비족의 어원이다.

꽃제비는 먹고 잘 곳이 없어 떠돌아 다니며 구걸하는 북한 청소년을 이른다. 16살보다 어린 아이들은 꽃제비, 16살에서 30살까지는 청제비, 40살 이후는 노제비라고 한다.

제비 뽑기의 제비는 날아다니는 제비랑 관계가 없는 제비다. 제비는 접은 종이라는 뜻인데 책갈피나 뽑기 종이처럼 접은 것을 제비라고 불렀다.

제비콩(사진 가운데 흰 테투리 사진) 흰 선이 제비부리 흰 선을 닮았다. /박대현

제비가 올 때쯤

제비꽃은 옛날엔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다. 제비가 올 때쯤 핀다고 제비꽃이고 청나라 오랑캐가 봄이 되면 쳐들어 온다고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다. 해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제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동식물보다는 노래에 제비가 많다.

윤승희는 노래 <제비처럼>에서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이라고 제비는 돌아왔는데 떠난 임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조영남은 노래 <제비>에서 '먹구름 울고 찬 서리 친다 해도/ 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라고 제비 돌아올 때 임도 돌아오길 노래했다. 물레방아의 <내 마음 제비처럼>, 김건모의 <제비>도 제비가 돌아오듯이 떠난 임도 돌아오길 노래한다.

하늘의 사자 제비

제비는 우리 나라 사람에겐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였다. 착한 일을 하면 금은보화가 가득한 박씨를 받을 것이고 나쁜 일을 하면 놀부네 박씨를 받을 것이다. 제비가 지지배배 우는 소리가 바로 시시비비(是是非非-옳고 그름)를 가리는 우리 맘 속 잣대이다. 우리 마음 속 하늘의 사자가 바로 제비다.

/정대수 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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