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귀뚜라미

여름을 대표하는 소리가 매미소리라면 가을을 대표하는 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다.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운다는 의성어에서 유래했는데 이렇게 가장 비슷하게 우는 귀뚜라미가 극동귀뚜라미다. 리잇-리잇-리잇 우는 알락귀뚜라미, 루루루루 하고 우는 루루곰귀뚜라미, 귀뚜라미는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며 운다. 양쪽 날개를 마찰시켜서 내는 소리라는데 어떻게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과학자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귀뚜라미는 온도가 24도 안팎일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 울음 소리가 잦아들다 사라지면 찬 겨울이 민얼굴로 우리 옆에 서 있다. 그래서 난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을의 심장소리라는 상상을 한다.

귀뚜라미는 주변의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온동물이다. 그래서 열대 지방일수록 종 다양성이 더 높고, 위도가 올라갈수록 종 다양성은 떨어진다고 한다. 세계에 약 2500종, 우리나라에는 40종이 알려져 있다.

홀쪽귀뚜라미·모대가리귀뚜라미·알락귀뚜라미·남쪽귀뚜라미·청솔귀뚜라미, 우리 주변에 있는 귀뚜라미 이름들이다. 한국의 메뚜기 생태 도감에 한국의 귀뚜라미들이 정리되어서 귀뚜라미들은 더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울음 소리로 가을 소식 알리는 귀뚜라미.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주변의 온도를 알아냈기 때문에 '귀뚜라미는 가난한 사람의 온도계'라고 했다.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울음소리 끝에 겨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나라에는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라는 속담이 있다. 온갖 일을 다 아는 체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아마도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소리 내어 우는 것이 귀뚜라미라고 생각을 했고, 그 능력을 약간 시샘했던 모양이다.

최근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메뚜기를 비롯한 곤충을 식량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구 증가와 식량의 부족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싸게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곤충을 제시한 것이다.

귀뚜라미도 곤충 식량의 방안에 포함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하늘 새우'라는 귀뚜라미 요리가 있고, 인디언들은 귀뚜라미를 간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단백질블록에 귀뚜라미가 포함될 날도 머지않은 모양이다. 그 시절이 올지라도 누군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가을의 심장소리'라는 상상을 했으면 좋겠다.

/변영호 명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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