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인터뷰]아들 윤성문이 쓰는 어머니 임경애 이야기

일요일 저녁 <맘마미아>라는 예능프로에서 연예인과 그들 어머니가 함께 나와 지나간 옛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나 윤성문(26·사회복지사)은 어머니 임경애(54·요식업) 씨와 TV에 나오는 연예인 가족들처럼 추억을 회상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적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 추억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엄마! <맘마미아>라는 TV프로그램 보셨어요?

"연예인 엄마들 나와서 이야기하는 거?"

-네, 맞아요!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는 엄마하고 옛 추억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추억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죠.

"지나가 버린 지 너무 오래된 것들이라 기억이나 날까 모르겠네. 워낙 까마득한 기억들이라…."

-잘 생각해봐요. 저와 함께 하나씩 기억을 끄집어내 보도록 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정말 오래된 기억이네. 고등학생 때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그 시절 다 그렇듯, 그래도 친구들이랑 무리 지어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부산 서면 먹자골목에 가서 떡볶이하고 튀김도 먹곤 했었지."

-그럼 지금 계모임하는 친구들이 그때 동창이신 거예요?

   

"그렇지, 고등학교 때 동창들이지.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하고서는 다 연락이 끊어진 거야. 다 자기 일들 하기 바쁘고 몇몇은 타지로 가고, 또 어떤 친구는 시집가버리는 바람에 어느 순간부터는 감감무소식이 되었지. 그런데 엄마 친구 중에 한 명이 인터넷에서 '친구 찾기'를 해서 한 명씩 한 명씩 다시 그 시절 친구를 찾기 시작한 거야. 그래서 지금 친구들이 다 모이게 되었고, 지금 계 모임이 만들어지게 된 거지. 처음 다 같이 모였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잊고 있던 추억이 이렇게 다시 살아나게 된 거야."

-모임 하실 때마다 항상 친구들이 반갑고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학창시절 항상 친하게 붙어 지내던 친구들이었으니까. 몇 달 전에 친구들 만났을 때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깔깔깔' 웃으면서 학창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이야기도 하고 그랬었지. 그리고 부산에 음식 잘하는 곳 찾아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랬어. 친구들이랑 수다 떨면서 먹으니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고, 떡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졌지."

-역시 친구들이 좋아요. 그렇죠? 그러면 20대는 어땠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가족들을 위해 일을 시작했지. 모두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일하면서 지내었지. 그리고 그때 일하면서 알게 된 친구랑 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

-여행? 엄마도 여행 다니는 것 좋아하셨구나.

"그래, 엄마도 젊었을 때는 너희처럼 친구랑 같이 여행 가서 바람도 쐬고 풍경도 즐기는 거 좋아했지. 그때는 설악산도 가고, 지리산도 가고, 하동 쌍계사도 가고, 거제도도 가고…. 많이 다녔었지."

-설악산까지 갔었어요? 멀리까지 여행을 다니셨네요. 그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곳이 있어요?

"설악산 대청봉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 설악산에 가려고 야간 입석 열차를 탔었거든. 입석 열차다 보니 당연히 자리가 없는 거지. 그래서 빈 공간을 찾아서 쪽잠을 자면서 강원도까지 갔었던 기억이 나네. 그렇게 어렵게 올라간 강원도였지만 또 하나의 관문이 더 있었어. 설악산 대청봉까지 올라가야 했던 거야. 올라가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그래도 막상 정상에 올라가니 다리 아래에 구름이 있는 장관을 보곤 입이 떡 벌어졌었지. 정말 그때가 참 좋았어. "

   

-엄마의 옛 추억 이야기를 들어서 아주 좋았어요.

"이렇게 오손도손 앉아서 살아온 이야기를 너한테 할 수 있었던 엄마도 좋았다. 그리고 그 시절이 참 그립네. 너는 원하는 일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나중에 후회되지 않도록 지금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

이번 추억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아련한 한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나의 학창시절처럼 어머니 또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사진을 찾아보시곤 그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번에 어머니와 함께 여행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단풍놀이 가요~'

/윤성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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