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상도 블로거가 추천하는 가을여행

차의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풍경이 자꾸 차를 붙들어 맨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동자바위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표지판 앞에서 차를 세웠다. 섬진강 슈퍼를 지나 작은 공터가 나왔다. 걷기 시작했다.

/김천령(김천령의 바람흔적·http://neowind.tistory.com/1144)

구담마을에서 천담마을까지 그 옛날 먼지 폴폴 나는 흙길의 서정은 아니더라도 섬진강이 주는 풍경은 충분히 포근했다. 구절초며 갖은 들꽃들이 강 언덕에 피어 풍경을 더하고 있다.
이 보드랍고, 따뜻하고, 아득하고, 고요하고, 정적에 가까운 섬진강. 이따금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움직임만 감지될 뿐이다.
섬진강을 닮아서일까. 시인이 없는 빈집을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소박한 시인의 집에서 섬진강 자체가 자신의 핏줄처럼 느껴진다고 했던 그를 다시 읽는다.
마침 천담마을까지 가는 길이라며 암치마을에 산다는 사내는 두 말 없이 우리를 태워줬다. 짐칸에 탄 우리는 손잡이를 꽉 잡은 채 섬진강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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