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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첫출발, 최저임금 못 받고 차별로 시작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15) '아르바이트도 노동자'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주인공: 이영주(22·가명)

소속: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경력: 고교 3학년 이후

"대학생 5명 중 1명꼴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휴학생은 절반 가까이 일을 하지요. 하지만 아르바이트 학생 중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이에요. 최저임금법 사각지대에 있는 겁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전 소장은 "학생들은 주 40시간 알바를 해도 등록금 마련조차 버겁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알바노동자들은 스스로 힘으로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겠다며 '알바연대'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첫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부산에서 규모가 가장 큰 맥도날드에서 일을 하는 이영주(사진) 씨는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노동자'라고 했다. 지난 8월 알바연대 부산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돈'이 필요한 세상

   

20살이 된 2010년, 이영주 씨는 가족 품을 떠났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부산 소재 4년제 대학에 입학하면서 홀로서기를 했다. 타지생활은 배가 고팠다. 부모님이 하숙비 40만 원과 용돈 20만 원을 매달 꼬박꼬박 부쳐주지만 부족했다.

"술과 담배 안 해요. 그런데도 돈이 없어요.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면 눈 깜짝할 새 용돈이 바닥나더라고요."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7세 이하 전국 대학생 1406명을 대상으로 '새 학기 생활비와 소비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 한 달 평균 생활비는 38만 6000원이었다. 대학생들은 외식비와 품위유지비 등에 생활비 절반 정도를 쓴다고 응답했다.

이 씨는 1학년 때 '은둔형 외톨이'를 자처했다. 돈을 아끼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 생일파티와 동아리 뒤풀이, 미팅 등 돈이 들어가는 모임은 일부러 피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는 끊겼고 대학생활은 재미가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전단 아르바이트를 잠깐 했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 씨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면 돈을 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연애와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삼포세대에 앞서 그는 친구까지 잃게 될 판이었다.

사회 속에 섞이려고 그는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저시급 있으나 마나

첫 아르바이트는 학원 강사였다. 이 씨는 대학생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단과학원에서 일하기로 했다. 2학년 겨울 방학 때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학원에 가서 중등수학을 가르쳤어요. 갈 때마다 일급으로 5만 원을 받았죠. 그런데 2주 후 관뒀어요. 사학전공생이 수학을 가르치려니 아이들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애들도 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올 3월 개강 후 일자리를 찾던 이 씨는 여행 강사를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이 유적지에 역사기행을 가잖아요. 스토리텔링을 하는 메인 강사가 있고 보조하는 강사가 있어요. 보조 강사였는데 아이들을 통제하는 일이었죠. 2주에 한번 주말마다 갔어요."

그는 '지옥 같은 알바'라고 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시간 동안 일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됐다. 다음 날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지난 6월까지 여행 강사 일을 계속했다. 한 학기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씨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14시간 동안 일한 시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가 받은 돈은 일급 6만 원이었다. 올해 최저시급 4860원을 적용하면 6만 8040원을 받아야 하지만 업체는 지키지 않았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사업장 919개소를 감독한 결과 △근로조건 명시 위반 595건 △금품관련 위반 307건 △근로시간 제한 관련 위반 64건 등 법 위반 건수가 2756건(789개소, 85.8%)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근로조건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 씨도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아 억울했다. 그래서 그는 최저시급 등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는 곳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 맥도날드였다. 이 씨는 2학기 시간표를 아르바이트 시간에 맞춰 짰다. 일주일에 3일은 오전 수업을 뺐다.

◇알바로 시작하는 사회

맥도날드는 체계적이었다. 이 씨는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 면접관은 학교와 일할 수 있는 기간 등을 물었다. 그리고 면접 당일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라는 말을 들었다.

"미국 초대사장 얘기부터 사훈까지, 맥도날드 역사를 배웠어요. 안전교육을 받고 근로계약서를 썼죠. 오리엔테이션 후 '교육'을 3일 받는데 매장에서 일을 하는 거예요. 이때 교육생들이 짜증을 내죠. 3일 안에 일을 관두면 오리엔테이션비와 교육비를 못 받거든요. 그래서 일한 게 아까워서라도 일을 하죠." 이 씨는 '메인'이라고 불리는 일을 한다. 음식을 조리하는 '그릴'이 필요한 재료들을 갖다주는 일이다.

맥도날드는 카운터, 그릴, 라이더, 메인 등 업무가 4가지로 나뉘고 임금도 달랐다. 그릴과 카운터는 법적 최저시급을 적용받고, 메인은 최저시급보다 90원 많은 4950원이다. 배달을 하는 라이더는 5000원이다. 배달을 완수하면 건당 500원의 수당이 붙는다.

이 씨는 최저시급을 지킨다고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노동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일합니다. 근로기준법은 4시간 일하고 30분 쉬도록 명시하잖아요. 우리는 '휴식가겠습니다'라고 매니저에게 물어봐야 해요. 그리고 퇴근도 자유롭지 못해요. 메인은 상자 16㎏짜리를 들고 옮겨요. 창고가 지하에 있거든요. 창고는 깜깜하고 미끄러워요. 매니저에게 요구했지만 수리가 안 됐어요. 노동환경이 열악해서 그런지 메인 알바노동자는 자주 바뀌어요. 면접관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을 꼭 물어보는 것도 이 때문이죠." 그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로계약서가 있다는데 왜 사용자는 말을 안 할까, 최저시급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왜 지키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커졌고, 우연히 알바연대를 알게 됐다. 그리고 알바노동자에 대한 가치를 생각했다.

"서면 편의점 알바노동자를 만난 적 있어요. 시급 3600원을 받는대요. 그런데 점주한테 항의할 생각이 없대요. 용돈 벌이니까 괜찮다고 여기는 거예요. '정식 취직'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한 거죠. 하지만 알바노동자는 대학생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일은 알바부터 시작하잖아요."

돈 때문에 차별받는 사회에 살기 싫다는 이 씨는 오늘도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위법적인 노동활동이 있는지 생각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 지킴이'를 패스트푸점과 편의점, 음식점 등에 파견해 근로조건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감시 인원은 100명이다. 하지만 통계청은 전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을 54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서비스업 '질보다 양?' 좋은 일자리 적어
좋은 일자리 10개 중 4개 불과…노동수요 비정규직으로 충당

1997년 말 IMF구제금융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며 서비스 산업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 '좋은 일자리 관점에서 본 한국 고용의 현주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조업에서 일자리 53만 7000개가 생겼지만 서비스업의 일자리는 356만 개가 늘었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금융위기에도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노동수요를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충당했다.

서비스업은 일자리 기여도를 높였지만 고용의 질은 낮췄다.

◇'질 나쁜' 일자리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많은 산업은 건설업에 이어 도소매·음식숙박업이다. 총 207만 명이다. 이들은 민간부문 서비스업 대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서비스업은 질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3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시간제 노동자가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지난해 52만 4000명이던 것이 올해 54만 8000명으로 2만 4000명 증가했다. 가장 열악한 시간제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이다. 이는 다른 산업과 임금 격차를 불러왔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악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올 상반기 통계청 경제활동 부가조사를 재분석해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발표하고 2013년 3월 현재 시간당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4860원에 못 미치는 노동자가 도·소매업(36만 명), 음식·숙박업(36만 명)에서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은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서비스 산업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1년 기준 3860만 원으로 제조업(851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산업분석팀은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에 대해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와 같은 비임금근로자와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탓"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뭉쳐야 할 때"

지난해와 올해 초 이마트의 대규모 불법 파견 문제가 대두해 민간 서비스업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 상황이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그동안 음식업과 숙박업, 운송업 등 종사자들은 기존 노조가 있던 제조업이나 금융업과 비교해 사회적 관심을 덜 받았다. 서비스업 규모보다 활동이 저조했다.

그래서 지난 1998년 백화점 노동자들의 주휴점제 투쟁부터 2011년 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산재인정 투쟁 등을 벌인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은 올해를 '서비스노동자가 중심에 서는 원년'으로 선언하고 대대적인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롯데마트와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에도 노조가 설립됐다. 경남에서는 경남청년유니온이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의 좋은 일자리는 전체 39%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61%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행보가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알릴 바로미터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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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