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명 생활 이겨내고 프로야구 3년 만에 '50 도루'…"좋게 봐주신 팬들에 감사"

"요령이 없어 열심히만 했던 올 시즌, 내 점수는 70점이다."

지난 16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NC 김종호(29·사진)는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올 시즌을 다소 야박하리만큼 낮게 평가했다.

김종호는 "잘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것도 많았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호는 NC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했다. 부동의 1번 타자로서 2번 교체 출장하고 126번 선발 출장을 했다. 타율 0.277, 출루율 0.376, 129안타, 72득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고, 지난 2010년 이후 끊겼던 50도루 고지를 밟으며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NC 다이노스 김종호. /김구연 기자

50도루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고비를 맞기도 했던 김종호다.

"도루 47개를 기록한 뒤 열흘 가까이 도루를 못했다. 처음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 달성이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플레이가 조급해졌다."

지난 9월 18일 삼성전에서 47호 도루에 성공한 김종호는 6경기 동안 도루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던 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순식간에 도루 2개를 성공했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3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김종호는 KIA 선발 박경태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쳐 출루한 뒤 1사 후 나성범의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이호준의 타석 때 또다시 3루 베이스를 훔쳤다. 박경태가 이호준에게 연이어 볼 3개를 던지며 흔들리던 사이 시즌 49호 도루를 완성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KIA 배터리를 흔들어놓을 만한 활약이었다.

김종호는 "그날 2개를 추가하면서 정확히 3경기가 남아 있었다. 그때 욕심이 생겼다. 꼭 하나는 추가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넥센과 시즌 마지막 맞대결(2일)에서 도루에 성공하면서 전준호 코치와 약속을 지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5월 NC와 한화의 경기에서 전준호 코치의 작전지시를 받고 있는 김종호(가운데) 선수./김구연 기자

사실 50도루는 전준호 코치의 주문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 코치는 김종호에게 꼭 50개 도루에 성공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리고 출루에 성공하면 가장 많은 말을 주고받았다.

"전준호 코치와 1루에서 리드 폭이나 볼카운트, 후속 타자, 상대 투수의 습관까지 생각하면서 도루 타이밍을 잡았다. 아무래도 1군 경험이 적어 전준호 코치의 힘을 많이 빌렸다. 하지만 40개 이후부터는 스스로 뛰었다. 전준호 코치가 그때부터는 날 확실히 믿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김종호는 기나긴 무명 생활을 버텨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NC에 입단해 마지막 기회를 잡고자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입단 전 김종호는 '발이 빠르고 타격 센스는 있지만 외야수로서 갖춰야 할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런 이유로 1군 출장 경기가 24번에 그치며 주로 2군 무대에 머물렀다.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훈련은 역시 수비였다. 김종호는 아직도 수비가 불안하다고 자신을 평가한다.

"올 시즌은 수비가 정말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갈 길이 먼 듯하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더 정교한 타자도 되고 싶다. 주루나 도루는 만족하지만 삼진이 너무 많았다."

올해 129개의 안타를 때려냈지만 삼진을 100개나 당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볼넷은 삼진의 절반에 가까운 57개였다.

지난 9월 NC와 기아의 경기에서 김종호가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삼진을 많이 당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후반기부터였다. 그때부터 주변에서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걱정을 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체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집중력이 떨어져 삼진을 많이 당했고 그 사이 많이 답답했다."

후반기 부진에도 김종호는 최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팬 투표에서 이호준·이재학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김종호는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팬 여러분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내년 시즌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는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1년이 다르게 조금씩 올라가고 싶다"고 1위 소감을 전했다.

마산구장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NC의 유일한 '타격 타이틀 홀더' 김종호는 내심 연봉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김종호의 연봉은 3000만 원이다.

"도루 50개를 성공했으니 이 부분은 인정해주시겠죠. 이호준 선배가 협상 테이블에서는 항상 마지막까지 기다리라고 했어요. 느긋하게 제 연봉 올라가는 모습 보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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