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아내 서진희가 쓰는 남편 주철우 이야기

아내 서진희(44·전문상담교사)가 남편 주철우(47·경남정보공개센터 감사) 씨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1995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 제자 소개로 남편을 만났습니다. 만난 지 3개월 만에 평생 동지가 되기로 결심하고 2개월 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함께 보낸 18년이라는 시간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처음과 같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리를 지켜주었기에 지금의 시간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는 든든한 우리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기에 어려운 순간을 잘 보낼 수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제 남편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저는 남편을 믿습니다.

   

나이는 쉰을 향해 가고 있지만 항상 청년 정신으로 옳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굽히지 않는 열정과 꿈이 있는 멋진 남편입니다. 올해 초 제 직장 때문에 저는 양산에서, 남편은 그대로 창원에서 지내는 주말부부입니다. 고2 아들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에 있는 태봉고등학교 기숙사에서, 고1 딸은 양산 효암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면서도 주말에 함께 모여 회포를 풀다 보니 더 애틋하고 사랑의 표현을 잘하게 된 듯합니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든지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로 알아요. 그래서 그동안 직장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과 참 빨리 사귀고, 그만두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곤 하죠?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모두가 연락하는 건 아니고요. (웃음) 참 솔직하고 밝다는 얘긴 많이 들었어요. 특히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에는 인사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전 직장에 근무할 때 고졸과 대졸로 나뉘어 소통이 잘 안 되는 걸 보고 바꿔 보려고 중간에서 맘고생 많이 했어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 일부분만으로 평가하고 학력으로 사람의 값을 정하는 것에 젊은 피가 들끓어 싸움도 많이 했죠. 그런 부분을 주변 사람들이 좋게 봤던 것 같아요."

-물론 한시적으로 떨어져 지내게 된 생활이 처음은 아니지만 벌써 6개월 넘게 혼자 지내는데, 어떨 때 제일 힘들어요?

"당신과 아이들을 길게는 보름 가까이 보지 못할 때지요. 그래도 당신이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화해줘서 지낼만하답니다. (웃음)"

-전 개인적으로 당신이 작년 가을에 KBS <우리말 겨루기>에 참가했을 때 아직 녹슬지 않은 당신만의 매력을 다시 확인해서 좋았어요. 자신이 생각하기에 당신의 매력은 뭐예요?

"우리말 실력은 대단하지는 않고, 음…. 착한 거! (웃음) 그리고 많은 실패에도 꿋꿋한 거! 제가 생각해도 참 긍정적인 것 같아요. 말한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네. 아이고 부끄러워라."

   

-우리 결혼 생활 18년을 돌아보니 서울에서 9년, 함양 귀농해서 4년, 창원에서 5년이네요. 당신은 언제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당신과 결혼을 꼭 하고 싶어 정치인처럼 '존댓말 쓰기, 집안일 열심히 하기'를 내걸고 그 당시 친구들의 빈축을 사면도 지금껏 지켜온 것. 아니면 매년 아이들 생일에 편지를 써서 성년이 되면 주기로 했던 거. 꼭 하나만 꼽으라면 불과 몇 년을 남겨두고 중단했던 '아이에게 편지쓰기'라고 하고 싶네요. 아쉬움이 커서 그런지 특히 기억에 남네요."

- 60세에 은퇴하면 다시 시골에 가서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했잖아요. 당신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저는 서울에서 무서운 속도로 살아오다가 귀농이라는 것을 선택했지요. '느린 삶'이 참 좋았어요. 당신은 저보다 밭일을 더 많이 해 마냥 좋지만은 않았나 봐요. (웃음) 다시 가는 그때는 기운이 지금보다 좀 더 없어질 테니까 농사는 당연히 조금 지을 거고, 그냥 자연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삶을 산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은둔하는 건 아니고요."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 협동조합 준비모임을 하면서 그 시기가 늦춰져 많이 아쉬워요. 실무를 맡고 있던 당신은 더 하겠죠? 혹시 준비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요?

"그게 말하자면 조합 만드는 일뿐만이 아닙니다. 일의 성과보다는 필요성과 가치에 초점을 둬야 해요.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되겠지만, 아직은 그렇게 할 사람이 없는 거겠죠. 전 다른 계획이 있어 끝까지 할 형편은 안 되었고…. 그리고 지속 가능해지려면 어느 정도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약했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기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봐요."

-아이들에게 참 다정하고 좋은 아빠예요.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하나만 얘기한다면 이 사회의 시대적 고민에도 귀 기울여 보고 생각하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자신과 자기 가족만 생각하지 말고요."

서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떨어져 있음에도 남편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탓인 양 미안해합니다. 제가 2008년 다시 도시로 돌아가 뭔가에 도전하고자 했던 순간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해준 남편이었기에,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인터뷰를 해 보았습니다. 내 남편 주철우! 이젠 제가 당신에게 응원의 박수를 전합니다. 파이팅!

/서진희 객원기자

경남건강가정지원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으로 가족 이야기를 싣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한 이 지면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남석형 (010-3597-1595) 기자에게 연락해주십시오. 원고 보내실 곳 :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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