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88) 부산 맥도 생태공원

오는가 싶게 가버릴 듯하다.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가을이 아주 성큼성큼 지나가고 있다.

가을은 어쨌거나 억새의 계절이다.

'쏴∼' 바람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며 스산한 가을 소리를 내는 은빛 가을 전령사와 만나고 싶다면 이번 주말 맥도 생태공원(부산시 강서구 낙동북로 477)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2013 강서 낙동강 갈대꽃 축제'(10월 17∼19일)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이곳을 서둘러 찾았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를 즐기려면 대부분 산 정상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와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지금 딱 이곳이 적당하다.

갈대꽃 축제라고 이름을 정했지만 부스스한 갈대꽃과 윤기 나는 은발 신사의 머리처럼 가지런한 억새가 조화를 이뤄 갈색과 은빛 물결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맥도 생태공원은 지난 2006년 개장한 자연생태공원으로 낙동강 하구에 자리하고 있다. 낙동강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를 살리고 주변에 초지를 조성해 갈대와 연꽃 지피식물이 자라고 있다.

생태공원에 들어가면 폭신폭신한 잔디와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공원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각종 놀이기구와 적당한 쉼터들이 휴식 공간으로서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알록달록 솟은 솟대와 갈대로 만들어진 움집들이 제법 형체를 갖췄다. 움집을 만들어내는 일꾼들의 바쁜 손놀림엔 축제의 설렘이 담겨 있다.

갈대 미로.

솟대 사이를 지나 이제는 제철을 보냈으나 막바지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호박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호박터널을 빠르게 통과해, 멀리서도 빛을 발하는 억새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억새 속으로 가기 전 미로처럼 만들어진 갈대꽃 숲 사이로 들어갔다. 누가 여자의 마음을 갈대와 같다고 했을까? 부스스하기도 하고 솜털처럼 폭신폭신한 것이 갈대 사이로 얼굴을 넣으니 포근한 엄마 손이 간질간질 닿는 듯하다.

갈대 미로를 지나면 은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살짝 스치는 바람에도 여지없이 은빛 가루를 날리며 바지런히 몸을 흔들어댄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잎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날카로워 살이 스치기라도 하면 감쪽같이 베인단다.

호박 동굴.

멀리서 볼 땐 햇살에 반사된 딱 은빛 물결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는 은빛 새처럼 힘차게 바람을 타고 있다.

눈을 감는다.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시원한 가을 바람이 은빛 물결을 지나서는 서늘한 소리로 우리를 감상에 젖게 한다.

목재데크 속으로 들어가면 더욱 그 운치를 즐길 수 있고 자전거길을 따라 끝없이 달리면 가을 그 한가운데로 풍덩 빠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갈대 너머로 보이는 맥도 생태공원의 여유로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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