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뚱's 얼큰이

맛집 첫 도전기, 매운맛을 제대로 봤다.

스트레스 풀기에 만점인 뚱's 얼큰이는 매운 닭요리 전문점으로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있다.

주인장 말대로 세 점째 닭날개를 입에 넣는 순간 입에 침이 고이면서 "스읍"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닭발을 먹으면서 준비해 간 흰 우유를 가방에서 꺼냈다.

매운 닭집이 옆에 생기면서 칠성슈퍼 주인 아주머니도 마음이 즐겁다.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매운맛에 한 번 빠지면 못 헤어나오다 보다"며 "매운 닭집 인기 덕에 흰 우유 사가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매운맛을 녹여주는 데는 우유 만한 게 없는데 성분 때문이다. 우유는 혀에 붙어 있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떼어내 주는 역할을 한다. 무극성 용매인 우유는 매운맛을 잡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극성 용매인 물은 혀에 파고든 캡사이신을 씻어낼 수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합성동 골목에서 별명이 '황금돼지'인 젊은 사장을 모르는 이웃이 없을 정도다. 이현준(29) 씨는 음식점을 열기 전부터 이웃한 가게 주인들에게 맛 평가를 들었다. 한 달을 꼬박 양념 맛을 연구하는 데 쏟은 현준 씨는 골목을 돌며 시식을 권하고 매운맛의 정도를 잡아내느라 밤도 여럿 지새웠다.

넉살 좋은 공동창업자 강기성(27) 씨가 없었더라면 닭꼬치와 닭발을 들고 동네를 누빌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이현준 대표가 추천하는 매운 닭날개./김구연 기자

뚱's 얼큰이에는 맛있게 매운 닭발을 만드는 현준 씨뿐만 아니라 기분 좋아지는 분위기를 맛보게 하는 기성 씨가 함께 있어 손님들은 즐겁다. 단골은 맛있는 음식이 기본이겠지만 푸근하게 넋두리 늘어놓을 주인장도 한몫하는 법이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지난 4월에 매운 닭 전문점을 내면서 벌어놓은 돈을 모두 털어 넣었다. 이현준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돈을 모았다. 나중에 꼭 내 이름을 건 식당을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안 해본 일이 없다. 아버지 손맛을 닮아 주방에서 요리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 공부도 손을 놨다.

세상 사는 데 공부가 전부가 아니란 걸 두 사람은 일찌감치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일하는 강기성 씨도 군대를 제대하고 수산물시장, 수출 포장회사, 가스 배관 일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땀 흘려 모은 돈을 밑천에, 패기를 더해 이현준 대표를 닮은 오동통한 닭이 빨간 고추 위에 앉아 있는 가게 뚱's 얼큰이를 열었다.

"내가 먹어봐도 우리 집 매운 날개가 제일입니다. 처음부터 입도 못 대는 매운맛보다 딱 세 점째부터 슬슬 매워지는 그 맛을 찾느라, 매운맛과 단맛 강도에 따라 만든 양념 통 10개를 놓고 비교하고 또 비교해서 제하고 남은 게 딱 이거 하나였지요."

메뉴는 총 9가지이고 그 중에서도 불닭날개, 왕꼬치, 뼈없는 닭발이 인기가 많다. 인기 많은 3종을 맛봤다. 같은 양념이지만 조리법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다르다. 왕꼬치가 셋 중에 가장 덜 맵고 뼈없는 닭발이 가장 매워 입을 얼얼하게 만든다.

불닭날개는 매운 정도에서 중간지대로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입이 벌게지도록 먹다 보면 밥 반찬으로도 딱 맞다 싶다. 살코기를 좋아하면 왕꼬치를 찾으면 되고, 뭐니 뭐니해도 쫀득하게 입에 착 달라 붙는 게 매운 닭발의 매력이다.

닭은 30분 정도 삶아서 물기를 뺀 다음 12시간을 양념에 재워놓아야 제맛을 낼 수 있다. 손님이 주문하는 즉시 석쇠 불판에서 10분 정도 구워낸다.

꼬치는 양념에 재워놓지 않고 오븐에 초벌구이를 한 다음 구우면서 양념장을 바른다. 그래서 미리 재워놓은 날개나 닭발보다 구우면서 양념을 입히는 꼬치가 덜 매운 것이다.

원재료인 닭 말고는 부수적인 재료가 없다. 오직 양념이 맛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양념에는 태양초, 마늘, 양파, 소금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가는데 비율과 배합 순서는 비공개에 부쳤다.

다른 프렌차이즈 매운 닭집을 가봤던 손님은 이곳 뚱's 얼큰이를 찾으면 놀라곤 한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장을 봐온 재료로 직접 양념을 만들고 닭을 삶고 볶아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은 젊은 여성이 많다. 매운맛을 즐기는 여성들이 뚱's의 중독성에 빠져들어 때만 되면 찾는 메뉴가 됐다.

잊을 만하면 또 생각나는 맛은 비 오는 날에는 인기가 더 많다. 최고의 술안주가 되는 닭요리에 마니아 형성이 쉬운 매운맛을 더했으니 한번 찾으면 계속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두 젊은 사장은 휴일도 없이 매일 식당 문을 연다.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진 게 아니라 문이 잠긴 가게만큼 손님을 허탈하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한 덕에 고향 마산을 찾은 한 대구 손님도 매운 닭에 빠져 한 달에 한 번은 꼭 합성동에 온다고 한다.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코오롱스포츠 매장이 있는 골목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칠성슈퍼가 보인다. 슈퍼를 지나면 뚱's 얼큰이가 있다.

"체인점을 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맛 보고 간 손님 중에도 있었고요. 양념장 만드는 법만 가르쳐주면 체인점은 쉽게 낼 수 있죠. 당장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이란 걸 모르지 않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10년은 이 자리를 지키고 매운 닭만 할 거예요. 양념장 찾느라 고생한 것 생각하면 10년은 거뜬히 밀고 나갈 힘이 있답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불닭날개 7000원 △왕꼬치 7000원 △뼈없는 닭발 7000원 △불닭 1만 4000원 △영계구이 70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84-55번지. 055-299-891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