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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문화적인 세상읽기] 호위무사 김윤상의 꿈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3년 10월 16일 수요일

혼외 아들 논란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가 있었다. 법무부의 감찰 지시에 항의하며 함께 사직한 김윤상(사진) 전 대검 감찰1과장. 그는 "차라리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며 호기롭게 사표를 던졌다.

채동욱 검찰에 호의적이었던 야권 성향 언론이나 인사들은 김윤상의 충정에 꽤나 감동을 했던 것 같다. 트위터 등엔 박수 소리가 넘쳤고 한 언론은 "김윤상 전 검사가 던진 사표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란 '검찰 정신'을 지켰던 '호위무사'의 것"(미디어오늘 윤성한 편집국장)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비롯해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등 채동욱 검찰이 과거 검찰과 좀 달랐던 건 사실이다. 정부와 조선일보가 집중 공격한 혼외 아들 문제도 검찰총장으로서 중대 결격 사유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의 자정과 변화 움직임은 검찰개혁 요구가 드높아질 때마다 늘 되풀이된 일이었다. 과거 행태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근본적인 제도개혁 없이 잠시간의 몇몇 긍정적인 조짐만으로 '검찰 독립' 운운하는 건 또다시 검찰의 '작전'에 놀아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연합뉴스  

맞다. 그들은 '독립'을 꿈꾼다. 그러나 그 독립은, 어떠한 견제와 간섭도 받지 않고 오직 검찰조직 스스로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김윤상이 '호위'를 거부한 그 정치권력 안엔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포함되어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김윤상의 선언은 일견 멋져 보이지만 정치권력은 물론 국민의 통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김윤상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주관한 '평검사와 대화'에 참석했던 검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외부 인사가 참여한 인사위원회를 거쳐 정정당당하게 정치성 인사를 솎아내야지 밀실인사를 했다"고 따졌다. 역시 패기만만한 검사 아니냐고? "나는 지금 검찰조직 상층부를 믿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당시 노 대통령의 답변은 이랬다. "인사위를 구성하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인사 대상인 검사다. 제척 사유다. 권력기관인 검찰에 대한 문민 통제가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그럼에도 검찰에 상당한 정도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하지만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완전한 패착이었다. 지난 2009년 봄 검찰 수사를 받던 노 대통령은 "제도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뒤 나에 대한 검찰의 모욕과 박해는 그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얼마 뒤 벌어진 일은 모두 알고 있는 그대로다. 교훈은 명확하다. 통치자의 선의나 개혁 대상의 자정 노력은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 자기만족은 잠시 얻을 수 있겠으나 뼛속부터 보수·기득권세력 편향에 강렬한 자기보전 의식을 지닌 검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숱한 개혁 요구를 무력화해왔고, 대통령(측근)과 재벌 봐주기 수사, <PD수첩>을 비롯한 언론 탄압, 공안 탄압, 노동계 탄압에 앞장서왔던 그들이다.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 전 총장 역시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 비리 봐주기 수사의 주역이었고, 그가 취임 후 직접 구성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도 알맹이 없는 논의만 거듭하다 활동을 종료했다.

진정 국민의 호위무사라면 '보스'의 곤경이 아닌 바로 이런 때 분노해야 맞지 않을까? 김윤상이 반발한 '대한민국을 짓누르는 권력의 음산한 공포', 그 중심에 항상 검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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