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창원꽃차문화교육원 연 김인영 씨

지난 20년 넘게 여성단체에 몸담으며 여성의 삶이 달라지는 데 앞장서온 김인영(51·사진) 경남여성단체연합 전 대표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시민운동이라는 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이며 앞만 보고 내달려 자기 몸 돌볼 겨를도 없었다던 그녀가 그동안 어깨에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고 꽃을 덖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 김 씨는 꽃차를 알려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산과 들을 좋아해 그곳에서 피어나는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취미로 식물을 키우던 그는 지난 2008년 우연히 꽃차를 알게 됐다.

"마창여성노동자회 시절 전국 수련회가 청주에서 열렸어요. 회원들과 길을 가다 꽃차카페를 발견했어요. 산에 다니면서 물에 꽃을 띄워 마셔본 적은 있어도 차로 만들어 먹을 생각은 전혀 못했었거든요. 신선했죠.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 명함까지 받아왔어요."

이날부터 김 씨는 인터넷카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모임에 가입을 하고 활동도 시작했다. 하지만 꽃 덖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1년쯤 지났을까. 인터네카페에서 부산·경남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발견한 그는 곧바로 수강신청을 했고 1년 동안 12회 교육을 받았다. 수업은 한 달에 한 번 진행됐기 때문에 독학이 필요했다. 그녀는 짬이 날 때마다 전국의 산과 들을 찾았고 꽃차를 가르쳐준다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치 않았다.

   

"수백만 원 들었어요. 그런데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덖는 내내 꽃이 아주 예쁘고 향도 좋고. 꽃차를 만드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내 꿈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요."

그는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고 했다.

"단체활동을 20년 넘게 했어요. 휴일 없이 일하다 보니 항상 쫓기는 마음으로 살았죠. 시민운동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고 피로도 심했죠. 그나마 등산하는 게 낙이었어요. 그런데 꽃차를 만난 후 몸이 달라졌어요. 특히 창원꽃차문화교육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봄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몸도 가벼워졌어요. 요즘 지독하다던 감기도 비켜갔어요."

꽃차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지난 2012년 창원꽃차문화교육원을 만들었다. 한국꽃차협회 창원지부인 셈이다. 한국꽃차협회는 민간자격제도인 꽃차소믈리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꽃차 문화를 확산하려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씨는 지난 5월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교육원 간판을 내걸었다. 원장으로서 꽃차소믈리에반을 신설해 교육생을 가르치고 있다. 또 꽃차를 확산하려면 대중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꽃차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공간을 꾸몄다. 한쪽 벽면에는 모양을 그대로 간직한 장미와 맨드라미, 해바라기가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는데 모두 그녀가 직접 덖은 것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꽃을 직접 덖어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고 '보리수 라떼' 등 흔하지 않은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커피에만 매달리는 젊은 세대에게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이 지닌 효능을 그대로 발휘하는 꽃차를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 회복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자연의 선물을 기쁘게 마실 수 있는 게 꽃차라고 했다.

나이 쉰을 넘겨 시작한 인생 2막. 그는 교육생을 가르치고 카페를 운영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20년 넘게 활동가였던 제가 장사하는 게 민망해요. 그래서 교육원을 낼 때부터 다짐한 게 있어요. 내년까지 꽃차소믈리에를 양성하고 내후년에는 꽃 농사를 지을 생각입니다. 마을과 협력해서요. 지역의 꽃을 재배해 꽃차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마을기업 또는 사회적기업 형태로 구상 중입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를 꾸릴 거예요."

오는 18·19일 창원 용지공원에서 열리는 꽃차 시음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김 씨는 앞으로 꽃차로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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