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58) 성삼섭 의령 연호전통식품 대표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조청을 고던 우리 전통이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런데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 않은 것들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들 개량식 제품이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전통'이 아니라는 거죠. 맞다 틀리다를 논하는 게 아니라 식품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전통은 전통다워야 합니다."

의령 연호전통식품 성삼섭(57) 대표는 우리 전통의 우수성을 연신 강조했다. 불과 오래지 않은 과거에 가정에서 설탕 대신 음식에 맛을 내는 감미료이자 상비약으로 사용하던 것이 바로 '조청'이었다.

쌀뿐 아니라 고구마·인진쑥·부추 등 다양한 재료가 원료가 되고, 그 쓰임새 또한 많은 전통 음식이 '조청'이라고 한다.

◇6년 전 고향으로 = 의령군 부림면이 고향인 성 대표는 대학을 부산에서 다니고 부산에서 공무원 생활도 10년가량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 그만뒀다.

성삼섭 의령 연호전통식품 대표와 부인 손윤교 씨.

"1990년 컴퓨터가 한창 뜰 때였습니다.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가 직접 회사를 차렸죠.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10년쯤 하니 매너리즘에 빠지고 하기 싫어졌습니다."

제대로 된 식품을 팔아보자는 생각에 식품 회사를 차렸는데 쉽지가 않았다. 또한 친환경 매장을 하면서 맛본 소위 '전통 식품'이 어릴 때 먹던 맛이 아니었다. 왜 된장 맛이 옛날과 다를까 고민에 빠졌다.

결국 5년가량 회사 운영을 하다 직접 좋은 식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 2007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인 손윤교(54) 씨는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아내와 대학 같은 과에 다녔죠. 아내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입니다. 농촌 실정을 모르니까 따라왔죠. 또 당시 상황이 절박하기도 했고,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았으니 반대를 안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전통 이어받기 = 귀농하며 성 대표가 '믿는 구석'은 바로 어머니였다. 지금 나이가 90세인 손을선 여사는 조청과 고추장 등 우리 전통 식품을 전통 방식으로 꾸준히 만들고 있었다. 이를 이어받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성 대표의 계획이었다.

어머니께 비법을 배우고 만드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수수·마늘·부추·콩·도라지·무 등 원재료를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하고 무쇠 가마솥 10개를 내걸었다.

성 대표는 철저히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연호전통식품에서 내놓은 조청은 무도라지청, 수수청, 인진쑥청, 칡청, 부추청 등이다. 설탕 등 인공 첨가물 없이 국산 보리엿기름을 이용해 만든다.

"보통 쌀 조청만 알고 있는데 용도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만들지 않지만 꿩이나 돼지도 조청 재료가 됩니다."

성 대표가 내놓은 조청은 입자가 약간 거칠었다. 가스불과 고압추출기 대신 장작불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스불에 끓이면 온도가 일정하니까 단맛이 강한 대신 깊은맛이 없습니다. 가스불은 최대온도가 800도로 적정 온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장작불은 최고 1300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원적외선과 피톤치드 등이 나온다고 하죠. 장작은 소나무와 참나무를 씁니다. 장작불과 무쇠 가마솥을 이용하면 원재료의 성분이 완전히 빠져나옵니다. 가스불을 쓴 것과 맛이 다릅니다."

물론 가스불과 고압추출기를 이용하면 시간도 적게 걸리고 양도 많지만, 우리 전통을 지키는 진정한 '솔 푸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성 대표 부부의 각오이다.

◇가마솥 이용한 제품 다양화 = 한우곰탕도 연호전통식품의 주력 상품이다.

수수 등 농작물을 기본으로 한 조청과 축산물을 이용한 한우곰탕이라는 어색한 조합이 '무쇠 가마솥'으로 하나가 된다. 재료 신뢰성을 위해 곰탕 재료는 의령 농협과 축협에서 사온다.

"곰탕도 얼마든지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만들어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전통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곰탕이면 다 곰탕이라는 거죠.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가스불이냐 숯불이냐를 따지면서 곰탕은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출하자면서 엉뚱한 개량품만 좇으니 전통을 지켜 고생해서 만들어도 판매 루트가 거의 없어요."

   

시간을 들여 푹 곤 한우곰탕은 "혹시 우유를 섞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할 만큼 진하고 구수하다.

이 외에도 연호전통식품에서는 전통발효효소 정, 환, 약고추장, 보리지장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내, 그리고 남편 = 아무것도 모르던 도시 아낙은 시골에 와서 독초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좌충우돌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하루는 밭일을 하다 남편이 '더덕이다'며 뭔가를 던져 주더군요. 좋은 걸 발견했구나 싶어 집에 가져와서 찢어서 물에 담가 뒀다가 먹었는데, 30분 지나니 토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 자리공'이라는 독초였어요. 결국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가고…."

아내는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수수 한 알을 심었더니 주먹 한 움큼이나 열리는 게 신기했습니다. 마늘도 한 알 넣었는데 여섯 알이 되니까 신기했죠."

아내는 "나는 고생을 안 한다. 남편이 일을 다 한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서 해가 질 때까지 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의 말은 다르다. "조청 만드는 것도 술 만드는 것도 아내가 다 한다"며 제품 설명을 아내에게 미룬다. 인터뷰용 사진을 찍을 때도 꼭 아내를 불렀다.

투박한 경상도 남편과 알뜰살뜰 하나부터 열까지 남편을 살피고 돕는 아내지만,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남편은 "아내가 보기와는 다르다. 내가 꽉 잡혀 산다"며 고자질했다. 막걸리 발효실의 문을 열쇠로 걸어 잠근 사람이 바로 아내라는 것.

"내가 오며 가며 술을 살짝 마시니까 아내가 아예 잠가 버렸습니다. 내가 아내한테 꼼짝을 못해요."

◇가마솥 50개 내거는 게 꿈 = 성 대표는 상복도 있는 편이었다. 그동안 경남관광기념공모전 금상과 벤처농업창업경연대회 농림부 장관상,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품평회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런 수상이 제품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연호전통식품의 상품명은 '의령 황새골'. 성 대표가 자리 잡은 부림면 감암리의 골짜기 이름을 땄다. 지난해 매출은 1억 원으로, 이를 5억 원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가마솥도 현재 10개에서 50개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이는 수제품으로도 충분한 분량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성 대표는 가마솥 50개가 완전 장관을 이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듯했다.

성 대표의 향후 계획은 2가지이다. 하나는 전통식품학교를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도시에 복합매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전통 먹거리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공장 바로 위에 터를 사서 황토 등으로 집을 짓고 있습니다. 이곳을 체험시설로 활용할 계획인데 아직은 20명 정도를 수용할 규모밖에 안 됩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4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연호전통식품의 주 고객층도 인근 지역보다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많이 있다.

홈페이지(www.otfood.com)가 있지만,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특산물 사이트인 'e경남몰(http://egnmall.net/)'을 통해 주로 판매한다. 전화 문의는 010-2831-9716.

<추천이유>

◇이영미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 = 연호전통식품 성삼섭 대표는 의령군귀농자협의회와 의령군식품가공협의회 회원으로, 무쇠가마솥에 장작불로 농축한 전통발효효소, 홍삼정처럼 원재료를 농축하여 차로 마시는 전통발효효소, 소화흡수가 확실하고 부작용이 없는 프리미엄 고급환, 천연당분 식이섬유가 풍부한 경상도 전통 고추장,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진품 전통수제품 등을 생산하는 가공업체 대표입니다. 특히 조청과 전통가주, 곰탕 가공을 주로 하는 전통식품의 대가로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로 제품생산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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