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을빛이 아름답습니다. 여기저기 축제가 열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자태를 발합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집에 온 딸아이가 문득 말합니다.

"엄마, 수박 먹고 싶어!"

"알았어. 사 놓을게"

대학 새내기인 딸이 가고나니 김치 냉장고에 있는 수박, 누구 하나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밤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위해 직접 만든 요구르트와 함께 수박을 썰어 주였습니다.

두 사람이 먹고 난 수박껍질을 보니, 누가 먹은 것인지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에게 가서

"○○야! 이것 좀 봐!"

껍질 두 개를 나란히 놓아 보여주었습니다.

"왜요?"

"아직 모르겠어?"

"몰라~~"

"아니, 빨간 부분이 많은 건 네가 먹은 것이고, 흰 부분이 많은 건 아빠가 먹은 거야."

"껍질까지 다 드셨구먼"

"그럼 너도 빨간색은 먹어 줘야지."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말을 합니다.

"녀석아! 수박껍질에 영양가가 더 많이 들었어."

"정말?"

"그럼."

"그래서 엄마가 수박껍질을 장아찌도 담그고 그러지."

"앞으로는 먹을게."

그래도 안 먹는다는 소릴 하지 않습니다.

수박껍질을 보니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 우리 아이가 살아가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시골 깡촌에서 6남매가 자라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오십대인 우리 세대와 입만 벌리면 무엇이든 먹고 싶은 건 다 먹을 수 있는 우리 아이들 세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검소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지리 궁상 어지간히 떨어라 할 게 아니라 아낄 건 아끼고, 쓸 땐 과감하게 아낌없이 쓸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녁노을(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http://heysukim114.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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