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신전휘·아들 신용욱 씨 편찬

'올해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이 시대에 허준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신전휘(72) 대구·경북한약협회장과 아들 신용욱(41) 경남과기대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가 이 책을 만든 이유다.

신전휘·신용욱 부자는 허준의 <동의보감>이 약재의 이름만 있을 뿐 구별할 수 있는 그림이 없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허준의 <동의보감>(탕액편)에 있는 443종의 식물과 743종의 약재를 3000장의 사진으로 정리 소개하였다. 원저(原著)에 충실한 해석은 물론 비주얼까지 갖춘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동의보감'이다.

식물 생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의 배경을 없애고 특징을 부각시키는 등 쉽게 약재류를 구분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저자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주영승 우석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띤 약용 식물과 약용부위, 약재로 가공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비전문가도 쉽게 약초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며 "동의보감의 집필의도에 가장 부합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을 편찬한 아버지 신전휘(오른쪽) 씨와 아들 신용욱 씨,

부자는 7년간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 약용 식물 사진을 모았고 약재명을 중국어 병음으로 병기하여 한의학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한·중·일 3국에서 달리 보는 기원식물은 라틴어 학명과 색상 기호로 외국인도 3국의 약초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단순한 자구(字句)의 번역을 넘어 시대와 지역의 한계까지 극복하려 했다.

조선시대 한의서와 고증을 기반으로 '쉽게 알 수 있는 한의서'를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에는 세종시대의 의서인 <향약집성방>을 약초도감으로 재해석한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를 발간하여 대한민국학술원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이즈음 한의학계는 500여 년 전 약재의 이름만을 가지고 <향약집성방>의 약초를 고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원저의 약용 식물 이름이 한자 음을 빌려 쓴 이두로 표기되어 있는데다 수백 년을 거치면서 언어도 변화를 겪었다.

신용욱 교수는 "약재류를 찾아다니는 것도 힘들었지만 500여 년 세월 동안 언어 변천이 심했기 때문에 <향약집성방> 원본의 한자 약재 이름과 현재 사용 중인 약재의 이름을 고증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흩어지고 묻힌 진주를 캐서 모으고 실로 꿰는 작업"으로 비유했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은 "저자는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에서 융합과 창조의 길을 실천하였고, 이번에 다시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을 통해 컨버전스의 새 지평을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부자는 "전통의약이 다시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데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지난 2009년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최초의 의서로 한의학의 독창성을 증명하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1613년 정식 발간 이후 수백 년 동안 중국과 일본까지 전해졌다.

<동의보감>은 의학뿐 아니라 민속, 문화인류학, 사학, 철학, 국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속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예방의학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피부미용과 약선, 음악치료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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