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 공제 확대사후관리 요건 완화

독일은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사회적 책무 계승'이라는 긍정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가업승계 비용을 줄이는 조세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통해 가업승계의 긍정적 측면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행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70%(최대 300억 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처럼 상당한 혜택이 있는 제도임에도 정작 혜택을 받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적용 요건이 까다로운데다, 설령 공제를 받았다더라도 10년간 엄격한 사후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8월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대상 기업이 늘어나고 엄격한 사후관리 규정이 다소 합리적으로 완화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가업상속 대상 기업이 현행 매출액 2000억 원 이하 기업에서 3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또 현행 가업상속 공제는 상속인 1인이 가업 전부를 상속받아야 적용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상속인 간 유류분 반환청구로 공동 상속되는 경우에도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엄격했던 사후관리 요건도 완화된다. 가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업종전환이 금지돼 있다거나 기업경영이 악화하더라도 고용 인원을 줄일 수 없다는 사후관리 규정은 요즘같이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업의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세분류 범위 내에서 전환하더라도 상속 공제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또한, 경영 여건이 악화해 일시적인 고용 감소가 필요한 경우를 고려해 판정 단위를 구분 적용하도록 변경된다.

매년 근로자 수가 기준의 80% 이상 유지되고, 전체 평균 근로자 수를 기준의 120%(중소기업 100%) 이상 유지하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된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를 이어 장수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반면 가업승계에 대한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제도 신설로 나타나 가업승계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세법은 항상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얼굴이 있는데, 이번 개정안이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안재영(IBK기업은행 창원PB센터 세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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