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이휘웅 경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상인들이 공동으로 물품을 싸게 구입해 배송, 관리하면서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중소유통 물류센터'가 내년 상반기쯤 창원, 진주에 생길 예정이다.

창원 지역에서는 지난 9월 2일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 앞 시유지에서 '경남 창원 중소유통 공동도매 물류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이 물류센터는 지상 2층, 지하 1층, 부지면적 6600㎡, 연면적 3418㎡ 규모로, 내년 6월쯤 준공 계획이다. 건립 비용은 총 98억 원으로, 경남도가 56%(54억 9000만 원), 창원시가 42%(41억 3000만 원), 경남창원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이 2%(1억 8000만 원)를 투자했다. 경남창원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진주 지역에 생길 중소유통 물류센터는 내년 7, 8월께 준공 예정으로 현재 설계 단계다. 올 연말 착공할 계획이다. 물류센터는 정촌일반산업단지 내 물류 단지 부지에 들어선다. 설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건축 연면적은 4000㎡가량으로, 예산 70억 원(국비 42억 원, 시비 11억 원, 도비 10억 원, 민자 7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경남진주슈퍼마켓협동조합이 운영을 맡는다.

현재 경남 지역에는 지난 2006년에 거제 중소유통 공동 도매물류센터가 세워졌고, 내년에 창원과 진주 두 곳에 중소유통 공동 도매물류센터가 추가로 들어서는 셈이다.

이휘웅 경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자이 함안군 칠원면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태창상사'에서 일하는 모습. 이 이사장은 전통차. 커피. 애견용품 등을 소매점에 납품하는 도매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중소유통 물류센터는 계속해서 생겨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560억 원을 중소유통 물류센터를 짓는 데 썼다. 현재 정부 지원으로 전국에 중소유통 물류센터 26곳이 들어섰고, 창원과 진주를 포함해 전국 11곳이 건립 중이다.

이처럼 중소유통 물류센터가 계속해서 생기는 이유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일원화·집중화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 체계로 바꿔서 중소 상인과 소비자에게 이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휘웅 경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창원에서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에 물건을 납품하는 도매정포가 120∼150군데 정도다. 가게마다 개인 창고를 가지고 있고, 관리하는 경리 직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포별로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공동 물류센터가 생기면 중소 상인끼리 공동 구매, 관리, 배송을 할 수 있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도매에서부터 비용을 절감해서 그 비용을 동네슈퍼, 골목상권, 전통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부여해 주면 8∼13%가량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그러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물류센터의 접근성, 적시성 등도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창원 중소유통 공동도매 물류센터'가 창원시 팔룡동 농산물 도매센터 근처에 생겨서 중소 상인들이 농산물 도매센터에 물건을 구입하러 왔다가 도매물류센터에도 들러서 물건을 구입하면 배송비가 추가되지 않아 현장 판매로 물건을 더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 또 대형마트 등의 물류센터보다 지역에 가까이 있어서 필요한 물품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다 전국 지역별 중소유통 물류센터가 공동 전산망을 갖추게 되면, 전국 공동구매 등으로 구매력을 높여서 단가를 더 낮출 수도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7일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상공인·전통시장 자생력 제고 대책 마련'을 통해 중소 유통 및 물류체계 개선 계획 등을 밝히기도 했다. 창원, 진주 지역 등을 포함해 새로 생기는 중소유통 물류센터 10곳에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고, 이후에 추가로 10곳에도 통합전산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전국 중소유통 물류센터 전체가 하나의 전산으로 되면 구매력(바잉 파워·buying power)이 커진다. 우선 1단계로 전산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차츰 공동 구매도 단계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유통 물류센터가 초기 안정화까지는 인건비, 재고 구매 비용, 운영비 등이 많이 드는데다, 단가가 크게 낮춰지지 않으면 이용자가 적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골목상권 살리려면 자체 경쟁력 키워야"

30여 년 전부터 유통 대리점업을 해온 이휘웅(60) 경 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 일뿐 만 아니라 중소 상인 자구책 운동에도 골몰해 있다.이 이사장의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경남 창원 중소유통 공동도매 물류센터'가 지난 9월 기공식을 하고 내년 상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물류센터는 언제부터 왜 준비한 것인가.

"중소유통 물류센터 신청은 이미 3년 전에 했다. 작년에 정부, 지자체 예산이 배정됐다. 현재의 중소상인 유통구조에서는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 동네슈퍼마켓이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매업자가 각자 개인 물류 창고,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 싼 가격으로 물건을 줄 수가 없다. 그래서 공동 물류센터를 만들어 함께하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추진하게 됐다. 중소 상인들이 공동 구매, 관리, 배송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면 유통 가격을 낮출 수 있어 대형마트와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경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은 조합원 1000여 명 모집을 통해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현재 조합원은 얼마나 되나.

"도·소매, 지역생산업체 등 발기인 30여 명을 포함해 현재 조합원은 400여 명이다. 제조사에서 물건을 싸게 받을 수 있는 도매 50여 곳, 소매(슈퍼마켓) 310여 곳, 몽고식품, 삼아호일 등 지역 제조사 5∼6곳 등이 참여하고 있다. 창원 물류센터는 도매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 다수 참여해 제조사에서 물건을 싸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합원이 되려면 가입금 200만 원을 내고, 조합에 1좌(10만 원) 이상 출자를 하면 된다."

-경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전국 유통상인연합회 상임대표, 경남유통상인연합회 상임대표, 중소상인 살리기 SSM 입점 저지 경남대책위 상임대표, 마·창 유통협의회 회장, 소상공인포럼 경남 공동대표 등의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활동 계기가 있나.

"유통 대리점을 30대 초반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30년 이상 해왔다. 진해에서 아버지가 하시던 중간 도매 가업을 이어받았다. 아버지가 주류 쪽 일을 했고, 저는 마산으로 점포를 옮겨서 국산차, 커피, 애견용품 등 도매업 일을 했다. 지금은 다시 함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일을 오랜 시간 하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골목상권이 황폐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생존권에 위협을 느꼈고, 그러면서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자구책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유통법 등을 만들고, 개정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제가 연장자이다 보니 전면에 나서게 됐다.(웃음)"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마·창 유통협의회 회원이나 조합원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 상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하려면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중소 상인을 위한 지원법을 잘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물류센터도 그러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른 방안이 있으면 또 그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자', '바르게 살자'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데, 두 가지 일을 하는 데에도 이 문구를 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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