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18) '비고도리' 누구냐 넌

◇넌 꿩이니? 제비니?

고도리에 나오는 새 중에서 가장 아리송하고 슬픈 비운의 새가 바로 비고도리다. 많은 사람들이 꿩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꿩이 아닌 제비가 맞다. 제비라고 해서 어디 제비를 닮았는지 눈 씻고 찾아봐도 제비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꿩처럼 보인다. 또 비고도리는 음력 12월 한겨울이다. 겨울에 버들도 계절에 맞지 않지만 여름 철새 제비도 겨울에 그려 놓은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

초봄부터 가을까지 있어야 할 제비를 왜 겨울 음력 12월에 그린 것일까? 이른 봄이 되면 봄소식을 알려주는 버들은 왜 엄동설한에 제비와 함께 그리게 된 것일까? 비고도리는 제비와 버들부터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넌 왜 고도리로 안 쳐주니?

한국 화투 비고도리. 처진 버들가지에 꿩처럼 생긴 새가 사실은 제비다.

비고도리는 왜 고도리로 안 쳐줄까? 꿩인지 제비인지 헷갈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비광은 무조건 거꾸로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라서 다른 광은 한자 빛 광(光)자가 모두 아래에 있는데 비광만 위에 있다. 비 쌍피는 도깨비문이라서 변신을 한다. 변신을 할 수 있어서 화투를 칠 때 10점이 되기도 하고 쌍피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비고도리도 정식으로 고도리로 쳐 주지 않을까? 아예 고도리로 대접도 안 해주는 솔광 학(두루미)보단 더 좋다고 애써 서운한 맘을 달래 본다. 그러나 학(두루미)은 새 중에 지존이라서 온갖 잡새들이 고도리가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중간에 끼인 비고도리 제비만 사람의 약속에 따라 비고도리가 되기도 하고 아무 짝에 쓸모없는 새가 되기도 한다.

솔광 두루미는 동양에서 새 중의 새인 지존으로 감히 고도리에 끼울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새라서 그렇지만 비고도리 제비는 알 수가 없다. 화투판에 이것저것 막 끼어들면서 12월 비광의 역사는 변신의 역사가 되었다.

◇변신의 역사

버들은 초봄을 상징하고 제비는 음력 삼월삼짇날이 되어서 강남에서 돌아온다. 그러면 비고도리가 나오는 버드나무에 제비 그림은 음력 3월이 되어야 하는데 왜 음력 12월일까? 본래 일본 화투를 찾아보면 12월 비광이 11월이 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11월 똥광과 12월 비광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순서를 바꾼다. 다시 역사를 거슬러 일본 메이지 시대 이전으로 가면 '사다구로'라는 산적이 주인공이다. 비광 그림 주인공이 완전 바뀐 것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화투를 교육적으로 교훈이 있는 이야기로 바꾸면서 산적 대신에 일본의 대표적 서예가 '오노도후(小野道風)'로 바꾸었다. 산적 그림 대신에 버들에 청개구리가 그려지고 버들에 제비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고스톱 3월 벚꽃 사쿠라가 본래 중국에서는 살구꽃 어사화 과거 급제 축하 잔치 그림이다.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서 3월 벚꽃 사쿠라 그림이 되었다. 이 그림과 같은 것이 바로 버들 가지에 제비 그림이다. 초봄이면 세상에 봄이 왔다고 알려주는 연한 버들잎 물드는 색은 정말 맘을 설레게 한다.

제자리가 아닌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이 바로 음력 12월 비광이다. 버들에 제비는 음력 3월 사쿠라 자리에 있어야 정답이다. 버들에 제비가 자연 생태로 음력 3월이 되어야 하지만 일본 화투에서 11월로 자리를 잡았고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12월이 되었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비광 화투패보다 더한 듯하다. 밀양 할머니의 피눈물이 원자력 마피아의 다이아몬드가 되고 4대강 녹조라테가 토건 마피아의 튼튼한 동맥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꼬이기 시작한 패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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