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최소화" 주문도 무시한 채 경찰 동원…해답은 공론화 통한 협의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과 마을주민들이 대치하면서, 고령의 노인들이 대부분인 주민이 부상을 입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송전탑 건설을 막겠다며 처절하게 싸우고 계십니다.

그러나 한전은 마을 주민의 강한 저항에도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초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강구했지만 한전 추천 전문가들의 파행으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공기업정보공개사이트 알리오에 들어가 한전의 경영공시정보들을 살펴봤습니다.

한전에서 그동안 감사원과 국회로부터 지적받은 내용이 나열되어 있는데요.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밀양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지적사항들이 보이네요.

2011년 9월 23일 국회는 '밀양 765㎸ 송전선로 건설 민원 관련, 송전선로 경로수정 등 밀양지역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전력이 밀양송전탑 공사 재개에 따른 호소문을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초입에서 한전 직원들이 길을 우회해서 마을로 진입을 시도하자 마을 주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2012년에도 역시 국회지적을 받았는데요. 2012년 10월 17일 '밀양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 관련, 기존 345㎸ 송전선로 활용 등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관련 소송 및 고소를 취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적받았습니다.

밀양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밀양에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765㎸ 송전탑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사항도 눈에 띕니다.

2010년 11월 3일 감사원에서 낙뢰대비 765㎸ 송전선로 설계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765㎸ 등 고장이 발생할 것을 대비한 전력공급방안이 수립되어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지적내용을 보면 "765㎸ 송전선로 뇌과전압에 대한 절연 설계 시에는 실제 관측결과를 반영하여 절연설계 기본조건인 연간뇌우일수를 산정하여야 함에도 94년 12월 육안과 청각에 의한 연간뇌우일수를 기준으로 설계하여 최근 뇌우일수와 차이가 많아 사고율이 높게 나타나므로, 연간예상 낙뢰일수에 맞추어 송전선로 절연설계지침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또 '765㎸ 등 고장 대비 전력공급방안 미수립'에는 "각 계통 전압별로 2중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공급 지장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비유지 강화 및 계통운영 방안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으나, 일부 선로는 2중 고장시 광역 정전사고 유발 우려가 있으므로,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에 맞지 않는 154/765㎸ 송전 선로에 대해 적정한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밀양의 주민은 보상금 같은 것 필요 없으니 살던 데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전과 정부는 토지강제수용을 통해 765㎸ 송전탑을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송전탑이 세워지게 되면 그 지역 주민은 평생을 일궈온 터전에서 살 수 없게 됩니다. 강제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지는 않지만, 이미 송전선으로 인한 재산상, 건강상의 피해는 심각해 회복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원전산업과 도시의 전기사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의 희생과 지역공동체의 훼손 역시 묵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대도시와 대기업의 전기사용을 위한 개발. 원전산업의 영속을 위한 개발 때문에 한 달에 전기요금으로 1만 원도 채 내지 않는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평생 일궈온 고향이 파헤쳐지고, 평생 누려온 공동체가 깨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노인들은 산꼭대기에서 포클레인 바닥에 드러눕고, 쇠사슬로 몸을 묶어가며 죽음을 불사하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공사 강행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미 국회에서도 지역과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전은 경찰력을 동원하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공권력을 투입해 처리할 일이 아닙니다. 사안을 공론화하고, 냉정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협의해야 합니다.

이에 주민측은 TV토론회을 열 것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opengriok(정보공개센터·http://www.opengirok.or.kr/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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