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

공활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어도 좋고,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더디게 흘러가는 하늘도 좋다. 그 어떤 모습도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여행이 업이 된 지금, 무엇이 가장 좋으냐고 누가 묻는다면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많아졌다고 답하겠다.

땅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하늘은 언제나 조화를 이룬다. 하늘은 아침·저녁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계절마다 그 모습을 바꾼다. 가을 하늘은 단언컨대, 그 중에서도 최고다.

뒤늦게 해수욕장으로 향했지만 바다를 보러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남일대 해수욕장(사천시 향촌동 710-1번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위를 피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을 해수욕장은 이제 오롯이 자연의 몫으로 돌아갔다.

보드라운 모래는 온전히 바다 생물의 몫으로 돌아갔고, 적당한 간격으로 몰아치는 파도 소리만 생생히 귓가에 들린다.

신라 말기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의 맑고 푸른 바다와 해안의 백사장, 주변의 절경에 감탄해 '남녘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이라는 뜻으로 남일대(南逸臺)라 이름을 지었단다.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 에코라인. 기대 반 두려움 반에 아이는 본능적으로 아빠를 꼭 붙잡는다.

생각보다 작고 아담한 편이지만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찜질로 유명한 보드라운 모래, 해변을 둘러싼 기암괴석과 울창한 솔숲이 지난여름 이곳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리라.

남일대 해수욕장을 찾은 이유는 가을 하늘을 가로지를 수 있는 에코라인과 산책하기 딱 좋은 요즘, 경치가 그만인 산책로를 걸어보고 싶어서다.

△에코라인을 타고 하늘을 가르다 = 허공을 가로지르는 줄을 타고 저 너머로 간다는 말에 아이가 지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아빠의 품에서 함께 간다고 하니 두려운 눈빛을 잔뜩 머금고도 고개를 끄덕인다.

안전장치를 입고 편한 자세로 앉으라는 말에 몸을 줄에 맡긴다. 아이의 몸에도 안전장치가 채워졌다. 4살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아빠의 다리 위에 아이의 다리가 살포시 얹어졌다.

아이와 아빠 사이의 공간이 10㎝도 되지 않는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저 아래 경치가 아닌 아빠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몸이 공중에 뜨고 '윙' 소리와 함께 줄에만 의지한 채 반대편으로 질주한다. 처음엔 눈도 질끈 감게되고 절로 함성이 터져나왔지만 조금 지나니, 그 짧은 순간에도 남일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가깝고 바다와 모래사장은 발 아래서 빛이 난다.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 여부가 수시로 달라진다. 전화로 확인을 하고 떠나야 헛걸음하지 않을 수 있다. 전날 문의하면 당일 오전 운영 여부를 문자로 알려준다. 문의는 010-7748-4011.

코끼리 바위와 거북이 바위.

△코끼리 바위 등 절경 속을 걷다 = "매머드다!" 에코라인을 타고 반대편에 서니 코끼리 바위가 정면에서 보인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면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누가 봐도 거대한 코끼리가 코를 늘어뜨리고 서 있는 형상의 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아이의 눈에는 코끼리보다 더 거대해 보인 듯하다.

이 바위는 코와 몸체 부분 사이에 천연동굴이 있어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모래알과 조개 껍데기가 하얗게 쌓여 있다. 코끼리 바위와 마주하고 코끼리에게 뭐라 이야기하듯 고개를 쳐드는 듯 보이는 바위는 거북이 바위다. 참 신기한 자연의 조화다.

해수욕장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모례마을로 건너가는 작은 현수교인 남일교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 왼쪽 오솔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걷다 보면 한려수도의 비경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이 진널전망대는 울창한 소나무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잠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잘 꾸며져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비경을 바라보며 한참 걷다가 다시 남일대 해수욕장의 보드라운 모래를 찾아왔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거닐고, 조개 껍데기를 관찰하다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적시며 한껏 여유를 부린다.

출렁다리.

<인근 먹거리>

전복 물회, 바다 머금은 듯...메밀면 '퐁당' 또 다른 별미

◇삼학횟집 =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맞으며 제법 스릴을 즐기고 나니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음식이 절로 생각난다. 사천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고 현지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전복 물회를 찾아 도착한 곳은 삼천포 원조 삼학물회(삼학횟집, 사천시 서금동 140-1, 055-833-2257).

전복과 회가 매콤한 양념과 만나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개운함이 입안에 퍼진다. 함께 나온 메밀면을 퐁당 빠뜨리면 또 다른 별미다.

내장의 진한 색깔이 우러난 전복죽도 아이와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복과 내장만으로 맛을 낸 듯 삼삼하다. 바다를 입에 머금은 듯 향도 맛도 그만이다.

물회 1만 원(전복 물회 2만 원), 전복죽 1만 5000원.

전복 물회와 메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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