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17) 제비 얼마나 줄었을까

지난주 제비야 뭐하니? 기획 연재에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42년 동안 진행한 제비 조사 결과가 실렸다. 거기에 실린 '42년간 제비 추이' 그래프는 생물 연구에 대한 감동 그 자체다. 이것은 이시카와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이시카와현 전체를 42년간 조사한 것이라 그 어떤 연구 자료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신뢰성과 정밀성에서 탁월하다. 이에 따르면 72년부터 올해까지 40% 정도 제비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충북 산림환경연구소(1998년)의 미발표 자료에 따르면 10㏊당 제비의 개체는 1987년 2280마리에서 10년 뒤 155마리로 10년 동안 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단위로 제비 개체 숫자에 대한 조사가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행한 <야생동물 서식실태조사 및 관리 자원화 방안연구>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00㏊당 37마리였던 제비 숫자가 2011년 19.8마리로 11년 만에 약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여름철새가 줄어든 것에 견주어 그 폭이 아주 큰 편이다.

이 연구는 환경지표동물 개체군 조사 10종 가운데 제비가 포함되어 2000년부터 조사가 되었으며, 국립환경연구원(2000~2004)과 국립환경과학원(2005~2008)을 거처 현재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2009년 이후 조사를 맡고 있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꾸준히 제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80년대 특히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충북산림환경연구소 결과를 100㏊로 환산할 경우 1987년에는 100㏊당 2만 2000 개체 이상 관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거의 집집마다 제비가 둥지를 틀고 번식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1년 현재는 100㏊당 19.8마리로 줄었다. 약 0.1%(1/1000)로 줄었다.

   

조사 방법과 지역에 차이가 있어 일대일 대응은 어렵지만 이웃나라 일본에 견주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화재청에서는 제비와 관련하여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를 2009년과 2010년 2년간에 걸쳐 하기도 했다.

제비가 그렇게 줄었다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비는 사람과 가장 친밀한 동물로 다른 야생동물들은 사람을 피해 몰래 숨어 새끼를 키우지만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만 고집하여 둥지를 트는 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우리 인류와 더불어 살아왔다. 제비가 살기 어려운 땅이 사람이라고 살기 좋겠는가? 제비의 서식처인 논은 줄고 농약과 비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논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져 갔고, 제비의 둥지 재료인 흙은 도로와 시멘트로 뒤덮어 땅과 사람을 분리하고 있다. 농촌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998년 약 20%에서 2012년 35%를 넘어섰다. 제비는 18g의 몸무게로 그 영향이 더 빨리 왔고 개체수는 급감했으며, 도시화로 시골로 내몰렸지만 시골에도 빈집이 늘고 사람이 줄어드니 도시도 시골도 아닌 반도시화 된 곳으로 몰리고 있다. 앞으로 제비들은 어디를 선택할까?

처마 있는 집에 사람 인심 좋고, 식구들이 여럿 모여 살며, 둘레 논과 밭이 있고, 하천이 흐르는 곳, 어른 제비 한 마리 당 하루 약 300마리 이상 곤충을 먹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제비는 찾고 있다.

시골 처마에 줄지어 노래하던 제비 식구가 사라진 시골 풍경과, 더 이상 젊은이가 찾지 않는 우리네 농촌 현실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오광석(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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