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젊은 시인 이재성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젊은 시인'.

물론, 그 수식어가 단순히 '젊음'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글짓기를 좋아하고 시적인 언어를 즐겨 써서 붙은 말은 더더욱 아니다.

2011년 '마드리드 호텔 602호' 외 2편 시로 등단한 진짜 시인. 이재성(27·사진) 시인이 첫 시집을 들고 나왔다.

2012년 <피플파워> 인터뷰에서 '바다에 시 뿌리는 시인', '글쟁이 삼등항해사'로 얼굴을 알린 이 시인. 당시 7개월간 북태평양 고기잡이 체험을 마치고 막 돌아온 그에게서는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겼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 곁에는 바다가 있다.

"바다에 갔다 온 후 대학생활을 마무리 짓고 곧바로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석사 과정에 들어갔어요. '해양문학'을 전공으로 삼아 그동안 쌓은 경험을 펼쳐보려 한 것이죠."

이 시인은 현재 창원과 부산을 오가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구모룡 교수(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 가르침 속에 논문을 준비하며 해양문학 새 지평을 열고자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반드시 잊지 않는 것이 있다.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일은 역시 시를 쓴다는 것'. '시인이 되었으니 단기적인 다음 목표는 시집을 내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던 옛 각오를 늘 품고 있었던 결과였다.

이 시인은 언제 어디서나 수첩과 펜을 꺼내 들고 시를 써갔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늘 꿈 꿔왔던 일인 걸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이 행복을 절대 놓칠 리 없죠."

주제와 소재는 모두 바다에서 찾았다. 7개월간 적었던 항해일지를 바탕으로 추상적인 바다가 아닌 직접 체험한 바다를 그려나갔다. 과거와 오늘을 비교하며 행을 이어갔고 연을 만들었다.

노력과 즐거움은 곧 결실을 보았다. 첫 시집 <누군가 스물다섯 살의 바다를 묻는다면>은 그렇게 나왔다.

"저뿐만 아니라 청춘이면 공감할 수 있는 도전의식을 담았어요. 제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이가 겪은 이야기를 바라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죠."

특히, 이 시인은 총 46편 시 중 22번째 시(스물다섯의 바다)를 청춘에 추천한다. 자신이 겪었던 '20대의 조급함'과 그 속에서 느꼈던 생각을 담은 시는 '조급한 마음 가운데서도 청춘이면 누구나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시인은 글에서 '경험'을 가장 중요시한다.

"시를 읽다 보면 시 내용과 자신 경험이 투영되었을 때 딱! 하고 감동이 오잖아요. 항상 그 느낌을 이야기·시 속에 풀어내려고 노력하죠. 막연하게 생각해 오던 일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나면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혹시 '다시 바다로 나갈 생각은 없느냐'는 주변 물음에 늘 아리송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하는 이 시인. 그 삶 속에는 늘 경험과 도전정신이 살아있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목표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논문을 마무리 지어야죠. 이후 박사 학위까지 도전할 생각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바다와 문학…. 끝까지 함께 가야죠."

이 시인은 산문집도 준비 중이다. 항해일지를 다시 추스르고 자료를 한 데 엮어 틈틈이 퇴고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이 시인은 두 번째 바다 이야기를 기약하고 있다.

또래 작가 혹은 문학인을 꿈꾸는 청춘과 함께 다양한 합평 기회를 만드는 일 역시 바라고 있다.

"예전부터 저의 시나 소설을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선 그들의 느낌을 묻곤 했죠. 이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그 일을 이어가고 싶어요. 단순히 혼자서 부지런히 글만 쓰는 것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학을 만드는 거죠."

'젊은 시인'이라는 호칭답게 이 시인이 품은 열정은 젊고 도전적이다. 여전히 경험을 원하고 다양한 문학을 접하려는 그. 하지만, 그나 그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덧붙이는 말이 있다.

"이러나 저러나, 젊거나 늙거나, 변함없는 건 저는 늘 글 쓰는 이재성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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