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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집에 거미가 나오면 손님이 찾아 온단다

[문화 속 생태] (70)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태적 지혜와 슬기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3년 10월 01일 화요일

아침 일찍 학교에 온 우리 반 순종이가 교실에 잘못 들어온 참새를 한 마리 잡았다.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본다. 옛날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집에 들어온 새 한 마리라도 곱게 살려서 돌려보냈다. 산에서 길을 잃고 내려온 고라니와 멧돼지도 곱게 살려 보내주었다.

요즘 도심 교실에선 말벌 한 마리만 들어와도 아이들은 무슨 흡혈귀 살인마라도 나타난 듯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는 정기적으로 약을 치고 학교도 정기적으로 약을 쳐서 다른 생명은 발도 못 붙이게 한다. 바퀴벌레 한 마리, 쥐 한 마리만 만나도 죽을 듯이 비명을 지른다. 왜 사람이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할머니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뱀한테 손을 보여주면 손이 썩는다.' 옛날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중 하나다. 개구쟁이 어린 손주는 독사인지 독이 없는 뱀인지 모른다. 그래서 무조건 뱀을 보면 잡지 말라는 이야기다. 할머니의 뱀 이야기를 듣고 자란 손주는 뱀이 보이면 손을 뒤로 감추고 뱀이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려 준다.

비가 온 뒷날이면 여기 저기 커다란 거시(지렁이)가 기어다닌다. 신기한 개구쟁이들이 지렁이를 보고 오줌을 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손주 녀석에게 지렁이에게 오줌을 누면 고추가 퉁퉁 불어서 오줌도 못 눈다고 한다. 놀란 손주 녀석 이제 지렁이에게 다시는 고추를 안 보여 줄테다.

◇두꺼비를 잡으면 눈이 먼다

비오는 날이면 지렁이·개구리·두꺼비가 여기저기 보인다. 개구리를 잡아 본 어린 손주 녀석, 두꺼비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잡으려고 한다. 두꺼비는 정말 느리다. 요리조리 두꺼비를 데리고 논다. 하지만 할머니가 하신 이야기가 생각나서 맨손으로 잡지 않는다. 두꺼비는 피부에 독이 있어 두꺼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따갑기는 하겠지만 눈이 멀진 않을 것이다.

작은 생물도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자연 생태를 존중하는 우리 조상들의 생태적 지혜이고 슬기다. 안동대 임재해 교수의 책 <민속문화의 생태학적 인식>에서 정리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 해 준 생태적 삶의 슬기를 정리해 보자.

◇생태적 지혜와 슬기

'방에 지네가 기어다니면 부자가 된다.' '물뱀에게 세 번 물리면 부자가 된다.' '뱀을 죽이면 죽인 사람에게 밤에 잘 때 와서 복수를 한다.' '매미를 잡으면 가뭄이 온다.' '까치를 잡으면 어머니가 병에 걸린다.' '제비를 잡으면 학질에 걸린다.' 작은 미물도 생명이 있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우리 조상의 생태적 삶의 지혜와 슬기이다. 주로 아이들과 철없는 어른들에게 할머니가 해 주었을 이야기다.

'논밭에 지렁이가 많으면 풍년이 든다.' '거머리가 많은 논은 곡식이 잘 된다.' 이 말은 농약과 비료로 멍든 논밭에서 유기농으로 되돌아가라는, 지금 보아도 정말 멋진 이야기다.

◇구렁이가 집에 오면 부자가 된다

자연을 잘 보살피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제비가 그 집에 오면 부자가 된다'가 대표적이다. '귀뚜라미(족제비·두꺼비·개구리·쥐·구렁이)가 집에 오면 복이 온다(부자가 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다. 집에 들어온 뱀도 쥐도 모두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집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과 상생과 공생의 관계에서 더불어 살고자 했다. 집에 쥐가 없으면 집이 망한다고 생각했다. 집에 살던 제비가 집을 옮기면 복이 나간다고 믿었고, 우리 집에 같이 사는 작은 동물과 상생하며 더불어 살고자 했다.

◇거미는 돈과 손님

'아침에 거미를 보면 주머니에 돈이 생긴다.' '거미가 방 안에 돌아다니면 돈이 생긴다.' '밤에 거미를 죽이면 집안이 망한다.' '낮에 천장에서 거미가 줄을 타면 손님이 온다.' 거미만큼 사람 사는 집에 많은 동물이 있을까? 방에 거미가 있어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이야기다. 아침과 밤에는 죽이지 말고 낮에 천장에서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올 정도면 그동안 집 청소를 안한지 오래 되었으니 거미줄도 걷어내고 집을 청소하라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고수레와 까치밥

우리 삶에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일반적인 것이 고수레와 까치밥이다. 고수레는 풀벌레와 짐승도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까치밥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연에 대한 배려였다. 작은 배려에서 지구를 지키는 소중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당산나무 자르면 천벌을 받는다', '정자나무를 베면 동네가 망한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영화 속 메시지와 만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에서 영화 <아바타>까지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져가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오래된 미래

최신 스마트폰은 2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되어서 새 폰으로 바꾸어야 하지만 오래된 조상의 생태적 지혜는 묵으면 묵을수록 좋다. 역사에서 검증을 거친 조상의 생태적 지혜와 슬기는 지구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상의 생태적 지혜와 슬기는 자원 고갈이나 생태계 훼손 같은 부작용이 없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미래는 오래된 미래 바로 조상의 생태적 지혜와 슬기에서 찾아야 한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생태계의 순환과 공생에 있다. 사람이 다른 생명의 삶의 입장에서 배려해 주자는 것이고 함께 공생하고 상생하자는 이야기다.

원자력 마피아가 밀양 할머니의 삶을 처참하게 짓밟고 토건 마피아가 4대강이란 이름으로 우리 후손들의 땅을 유린하고 있다. 후손들의 미래를 훔쳐서 지금 몇몇 마피아의 욕망을 채우고 있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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