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57) 노정곤 함양 삼애농원 대표

'삼애농원'이란 세 가지를 사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세 가지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다. 이는 노정곤(57·사진) 대표에게 함양군 함양읍 웅곡리의 농원을 물려준 아버지가 지은 이름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들은 이 이름이 '농사'에 딱 맞다고 생각한다. 땅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농사의 80%가 결정된다고도 생각하고, 농사는 하늘이 절반을 짓는다고도 생각하는 아들이다. 그리고 사람. 식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자연이 농사를 지어도 사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노 대표는 배우려는 열정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아낌없이 노하우를 풀어낸다.

◇늦은 시작, 앞선 발걸음 = 시작은 늦었다. 노 대표는 자신이 농사를 지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20여 년 사과농사 짓던 것을 물려받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살고 있던 어느 날, 부친이 와서 농원을 물려받을 의사가 없는지 물었다. 농사라고는 전혀 몰랐던 노 대표는 고민에 고민을 하다 '아버지가 피땀으로 가꾼 농원을 누군가는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했다. IMF 외환 위기 직전, 객지 생활 15년 만이었다. 그렇게 43세 초보 농사꾼이 탄생했다.

노 대표는 무조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기에 급급했다. 실패도 많이 했다. 무작정 가지를 치다 꽃눈이 많이 안 달려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덧시설(기둥 등을 설치해 나무를 묶어주는 시설)을 하지 않아 태풍 때 나무가 다 쓰러지기도 했다.

"어느 정도 손에 익으니 무조건 남 따라 농사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노하우를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꼈죠. 벼농사야 한 해 실패해도 그다음 해 잘 지으면 되지만, 과수 농사는 다릅니다. 올해 농사를 지으면서 내년 수확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병에 걸려 잎이 떨어지면 꽃눈이 약해져서 내년 농사가 잘 안됩니다. 과수 농사는 10년으로는 안 돼요. 나무에 대해 알려면 15년은 돼야 경험이 쌓이더군요."

노정곤 함양 삼애농원 대표.

사과와 함께한 10여 년 세월은 어느덧 노 대표를 '나무를 볼 줄 아는 농사꾼'으로 만들었다.

노 대표의 농원에서는 친환경 저농약으로 사과가 자란다. 퇴비도 직접 만들어 쓴다.

"농사를 지은 지 10년쯤 지나니 직접 만들어 쓰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을 수가 있잖습니까. 자가 퇴비를 쓰면 색깔이 잘 나옵니다. 노하우를 쌓는 데 몇 년이 걸렸어요. 남들이 좋다고 권하는 약 등을 쓰진 않습니다."

노 대표는 과수원 시설 현대화와 수종 갱신도 남보다 앞서서 하고 있다. 현재 농원에서는 제일 오래된 나무가 8년생이다. 2008년부터 수종을 갱신해 3만 3000㎡(1만 평) 과수원의 수종을 6년에 걸쳐 모두 바꾸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모두 바꾸면 수확이 없어 수익이 없잖아요. 그래서 과수원을 4등분 해서 차례로 품종을 개량했습니다. 시설 현대화로 접과와 수확만 인부가 하고 나머지는 기계화했습니다."

◇노하우는 아낌없이 = 앞선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 위험도 높다는 것. 한해 농사가 몇 년 동안 영향을 준다는 과수 농사의 특성상 두려움이 크지 않았을까.

노 대표는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라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백지와 같았던 초보 농사꾼을 지금처럼 키운 것은 바로 교육과 벤치마킹이었다.

"교육은 전국 어디든지 가서 받았습니다. 도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청 등에 친환경 교육 같은 게 많았습니다. 농사는 교육을 안 받으면 안 됩니다. 자꾸 신기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 대표에게는 자신을 멘토로 따르는 사람이 3~4명 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농사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이다. 배우려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후배 농군들에게 노 대표는 아낌없이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

"저도 처음에는 농사를 배우려고 여러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잘 가르쳐 주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키포인트는 안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았죠. 실제 농사에서 정말 필요한 부분인데도 말이죠. 제가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저한테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잘 가르쳐 줍니다. 멘티 중에는 저보다 수확이 더 좋은 사람도 있어요."

마치 부모를 뛰어넘은 자식을 보는 대견함일까. 노 대표는 멘티 이야기를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인근 병곡면에 중국 연변에서 온 이주여성이 농사를 짓는 가구가 있습니다. 아주 열심히 하더라고요. 자주 찾아와서 도움말을 듣고 갑니다.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자식이 잘된 듯 뿌듯합니다."

지역 농군들뿐 아니라 의성농업기술센터 등 전국에서 삼애농원으로 견학을 오기도 한다.

삼애농원에는 사과나무 5500그루가 자라고 있다. 사과 판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지인을 통해 대량 납품처를 확보했다.

"경기도 문산에 있는 하모니마트에 전량 직거래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판장 등에 내놓지 않죠. 시중 판매는 알음알음 전화 주문 오는 정도만 소화합니다."

노정곤(왼쪽) 대표와 강기학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가 갓 수확한 사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강소농 지원 확대돼야 = 지난해 노 대표는 '강소농'에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농촌진흥청이 시행하는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은 외국에 비해 작은 영농 규모를 가지고 있는 한국 농업의 한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강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실천 프로젝트이다.

함양군 농업기술센터의 추천으로 노 대표는 강소농이 됐다.

"지난해 함양군에서는 저를 포함해 5명이 강소농으로 지원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고소차'라고 수확 등에 도움이 되는 사다리 기계를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농사에 큰 도움이 됐죠. 민승규 전 농진청장이 강소농 제도를 도입하면서 앞으로 청장이 바뀌어도 강소농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는데 올해 좀 줄어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지난해는 함양군에 1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장비를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컨설팅 지원으로 4000만 원이 배정됐다고 들었거든요."

노 대표는 컨설팅이나 기술 지원보다는 강소농 예산으로 장비 등 시설 지원이 많았으면 하고 바랐다. 기술 등 농사 교육은 굳이 강소농 지원이 아니라도 농업기술센터나 농기원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애농원 사과는 얼마 전 열린 함양군 물레방아축제의 한 코너인 지역 특산물 전시회에서 함양군 대표 사과로 선보이기도 했다. 크고 예쁜 사과로 보내 달라는 농업기술센터의 연락에 노 대표는 자부심 가득 담긴 사과를 골라 보냈다. 마치 예쁜 딸을 선보이는 마음이었을 듯싶다.

구입 문의 011-569-3052.

<추천이유>

◇ 강기학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 = 삼애농장 노정곤 대표는 사과 과수원을 경영하며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농가 경영 안정화와 인건비 절약 등을 하고 있습니다. 또 고품질 과실 생산을 위한 재배 방법의 개선 등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로 과실 생산에 매진하면서 지역의 사과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된 시설 연구 및 기술 개발에 앞장서기 위해 새로운 준비를 하는 당찬 포부와 결단력을 가진 사과 강소농이자 농업CEO로 전국의 많은 과수 농가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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