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후임·경쟁사 이직·구조조정에 부담감 느낀 듯

"이게 무슨 일인가?"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 선임 17일 만에 갑자기 사퇴했다. 대표 선임을 위한 STX조선해양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퇴하자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박동혁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또 생산 공정의 조기 안정화와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을 27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한 후 이사회를 개최해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후보 본인이 어제(25일) 산은에 사퇴 의사를 직접 밝혔다"며 "'일신상의 이유'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STX조선해양 진해 본사 분위기는 '혼란'으로 압축됐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혼란스럽다. 이 말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 "(27일 열릴) 주주총회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박동혁 새 대표이사가 선임되면 발표할 보도자료와 취임사, 새 대표이사가 입을 옷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진수 금속노조 STX조선지회장은 "외부에서 새 대표이사가 오게 되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것 같아 나름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혼란스럽다"면서도 "하지만 내부에서 같이 의견 맞췄던 류정형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인선되니까 좀 나은 것 같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이 이달 초 강덕수 STX그룹 회장에게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요청하고 박동혁 부사장을 STX조선해양 새 대표이사로 추천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무슨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는지 알 수 없다. 회사 내부에서는 가신다고 했다가 이게 무슨 일이냐는 반응이 있지만 잠잠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전화를 100통 넘게 받았다. (박 부사장이) 가는 부분, 안 가는 부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금융권과 경제계에서는 박동혁 부사장의 결단을 '부담'으로 추측했다. 우선 박동혁 부사장이 강덕수 회장이 물러난 자리를 맡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두 번째는 경쟁사로 옮기는 것을 두고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심적 부담이 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STX조선해양 노조에서 모두 박 부사장의 자리 이동을 반대했다. 세 번째는 박 부사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돼 채권단 의견에 따라 구조조정 등을 단행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27일 오전 9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본관 5층에서 신상호 STX조선해양 사장의 사회로 주주총회를 열어 채권단 발표대로 류정형(56) STX조선해양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류 부사장은 조선 생산 부문을 두루 섭렵한 인물로,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았다가 그해 STX중공업 임원으로 자리를 이동했으며, 2007년 STX조선해양으로 옮겼다. 이날 이사회에 강덕수 회장은 참여하지 않으며, 주총이 끝난 후 강덕수 회장과 신상호 사장은 사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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