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터뷰]동생 이수진이 쓰는 오빠 이승준 이야기

"동생아 미안해!"

오빠의 첫 마디가 '미안하다'일 정도로 어린 시절 너무 많이 싸웠던 우리 남매. 지금은 어렸을 적 너무 많이 싸워서 그런지 더욱 형제애가 돈독해진 것 같다. 어렸을 적 동생 괴롭히는 재미에 나를 울릴 때까지 놀리다가 '으앙!'하고 울면 바로 달래주는 바람에 정말 미웠다가도, 그래도 오빠란 생각이 들게 해서 어린 시절 나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개구쟁이였던 우리 오빠. 그랬던 사람이 지금은 어른이 되어 동생이라고 나를 곧잘 챙겨주는 나름 착한 오빠로 변신했다. 명절이 돼서 그런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나 이수진(27·취업준비생)이 오빠 이승준(29·사회복지사)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자 한다.

-오빠야,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서러운 게 있는데…. 내가 어려서 집을 혼자 못 찾아가는데 오빠가 날 성당에 그냥 버려두고 간 적이 있었잖아? 난 혼자 울고 있었고…. 그때 왜 그랬어?

"그때는 엄마가 '항상 어딜 가든지 너를 잘 챙겨 데리고 다니라'고 했었어. 난 성당 마치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었는데, 널 집에 데려다 주면 놀지도 못해서 그랬지. 그때는 네가 짐인 거 같고 귀찮고 그랬었지. 그래서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에 널 그냥 놔두고 가버렸어. 그때 난 몰랐는데 내 친구가 널 데려다 줬더라. 몇 년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서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무안해서 말을 못하겠더라. 하하."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항상 함께였던 어린시절.

-그래. 커서 생각해보니 무안하제? 어렸을 때 오빠가 얼마나 나를 많이 괴롭혔는데…. 기억이나 하나?

"당연히 기억하지.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다. 그때는 욕심도 많아서 뭐든지 나보다 많이 가지는 게 싫었고 엄마가 너만 잘 챙겨주는 것 같아서, 네가 조금 미웠다고 해야되나? 그래서 막 괴롭혀서 네가 울면 엄마한테 혼날까 봐 달래주고 그랬었지. 사실 널 놀리고 괴롭히는 게 재밌기도 했었다."

-어이구, 이제 다 실토하시네. 그런데 예전에 엄마가 그랬는데, 어렸을 때 오빠가 나를 자전거 태워 줄 거라고 타고 나갔다가 버리고 들어와서 엄청나게 혼났다고 들었는데…. 그 말 듣고 너무 웃기더라. 난 기억이 없는데 자세히 좀 말해줘.

"내가 네 살인가 다섯 살 때였다. 엄마가 큰 맘 먹고 2인용 꼬마 자전거를 사줬는데 며칠도 안 돼서 학교 운동장에 버려놓고 왔었지. 네가 어려서 자전거도 못 타는데 계속 타고 싶어하길래 내가 가르쳐주고 싶어서 며칠 뒤 널 태워서 학교 운동장까지 갔었는데, 힘들어서 다시 집에까지 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 자전거는 버려놓고 너랑 둘이 집에 들어갔다가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났었지. 엄마랑 다시 자전거를 찾으러 가봤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내가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 인생의 일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졌던 처음이자 마지막 자전거였지. 그 후로는 부모님께 자전거의 '자'자도 말을 못 꺼냈다. 하하하."

자전거를 타지 못했던 나에게 열심히 가르쳐주고 밀어주던 오빠 모습. 며칠 뒤 자전거는 버려졌다.

-그래도 나를 생각했던 마음이 있었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 때 수영장에 갔다가 나쁜 언니들이 나를 괴롭혀서 혼내줬었잖아.

"아~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 그때 널 괴롭혔던 여자애들은 나랑 같은 반이었지.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 내가 잠시 너랑 떨어져 있다가 네가 울고 있길래 가봤더니 그 애들이 괴롭혔다고 했었지. 화가 나서 그 애들 찾으러 다니다가 수영장 매점에서 태연하게 라면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지. 그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나더라고. 달려가서 머리채를 잡고 사과하라고 고함을 지르다가 매점 아저씨한테 혼나고 쫓겨났었지. 울면서 집에 가는 길에 그래도 배가 고파서 우리도 라면 먹고 집에 간, 아주 웃겼던 생각이 나네."

-그러게. 그때 밉기만 했던 오빠가 나를 동생이라고 챙겨줘서 감동 받았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다음부터는 이제 나한테 잘해준다아이가?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하하하. 무슨 심경의 변화고. 그냥 크니깐 자연스럽게 바뀐 거지. 그러고 보니 내 성격도 많이 바뀐 거 같기도 하고…. 너한테 너무 못되게 굴어서 미안한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있나 보다."

-난 오빠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딱 들었던 게, 내가 고3일 때 오빠가 군대에 갔었잖아. 그런데 내가 수능치고 겨울에 오빠가 백일휴가 나와서 이제 대학에 간다고 얼마 안 되는 군인 월급 모아서 준 용돈 5만 원을 받고 나니 오빠가 이제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랬었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하하. 웃긴 건 너한테 잘해줬던 건 생각이 전혀 안 나고, 못했던 것만 생각나네. 내가 참 못된 오빠였는가 보다."

-아니다. 가족끼리 그런 게 어딨노. 지나고 나니깐 다 추억이지. 이래저래 일들이 있었으니깐 우리가 더 친해진 게 아닐까?

"하긴 그런 거 같다. 지금은 성당도 같이 다니고, 같이 영화도 보고, 가끔 술도 마시기도 하고….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친해지기도 하고 형제애가 돈독해지기도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동생인 나한테 한마디 한다면?

"나는 네가 동생이라서 그런지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번씩 누구보다도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오빠라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래도 '동생 하나는 잘 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 각자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바쁜 나이지만, 항상 동생인 너의 고마움 잊지 않고 나도 더 많이 챙길게. 고맙다 동생아!"

/이수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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