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생명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여름과 달리 가을은 차분하고 단정하며 한 해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계절인 만큼 일상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인 듯하다.

경남지역 음악계도 가을을 맞아 여러 단체와 개인의 활동 소식이 들려온다. 참신하고 새로운 무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대신 다년 간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켜 오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한 곳들의 공연이 알차게 준비돼 있다.

가장 기대되는 연주회는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합포만현대음악제다. 합포만현대음악제는 매년 10월 중에 창원시립문신미술관에서 개최되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미술관 공사 관계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가곡전수관에서 10월 7~8일 양일 간 열릴 예정이다.

첫째 날에는 국악기인 대금, 가야금, 거문고 그리고 해금을 위한 창작음악회에서 지역의 젊은 작곡가 공태진을 비롯해 일본 작곡가 니노미야의 작품 등 총 8곡이 연주된다. 둘째 날에는 목관 4중주를 위한 창작음악회가 있는데 플루트와 클라리넷을 위한 '앙상블'을 비롯한 총 8작품이 연주될 예정이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경남의 작곡가뿐만 아니라 서울, 대구, 부산, 일본, 미국 등 국내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도 초청되어 국내는 물론 세계의 작품 동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두 번째로 기대되는 공연은 오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경남오페라단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중의 하나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라 트라비아타는 1992년 경남오페라단이 창단 공연 때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많은 공연이 있는데 어떤 공연을 봐야 할지 고민되는 분들은 창원시립예술단의 공연에 주목하기 바란다. 거의 대부분 공연이 무료인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무대는 일반 시민이 가장 쉽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자리임과 동시에 수준 높은 연주를 만날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 클래식 공연이다.

각 대학 음악과의 졸업 연주와 정기연주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 음악계를 책임질 젊은 연주자들이 그동안 수련해온 음악적 기량을 발표하는 연주회로서 음악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창원 거주자라면 성산아트홀과 3·15아트센터 등 문예시설의 홈페이지를 참고해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았으면 한다.

가을을 맞이해 한 번쯤은 시간을 내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의 거리 어디라도 힘 빼고 느긋하게 거닐어 보자. 바쁜 일상 중에 지나친 것들이 새롭고 흥미롭게 눈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딱히 그냥 걷기가 어색하다면 영화관이나 미술 전시장, 각종 음악회와 연극·무용 공연 등이 열리고 있는 지역 문화시설 근처도 기웃거려 보자. 생활의 풍요로움과 마음의 풍요로움이 지역 문화와 함께 풍요로워지는 그런 가을이면 좋겠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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