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거부한 맛집들]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한우리 식당'

입맛이 까다롭기로 따지면 기자들도 무시 못한다. 행정직이든 경찰직이든 공무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이들과 식사자리를 함께 할 때가 잦다. 공무원들 입맛이 대체로 까다로운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덕분에 기자들도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맛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구축할 때가 많다.

마산세무서 뒤편 장군동 시장 인근에 자리잡은 '한우리 식당'. 지난 1985년 국내 대표 오리육가공 업체로 이름높은 주원산(山)오리 부산경남지역 1호 전문점으로 문을 열었다. 이집은 오리탕 맛이 여느 집과는 달리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출입처 공무원과 함께 식사를 한 동료 기자가 오리탕 맛에 반해 추천했지만 아쉽게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종업원인 듯한 여직원이 섭외 내용을 듣고 사장님과 상의 후 전화를 하겠노라 말했지만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지역에 터잡으며 쌓아놓은 입지가 탄탄하니 오히려 맛집에 소개되는 것이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 오리탕 특징은 국물빛이 미숫가루처럼 탁하면서 걸쭉하다는데 있다. 오리탕임에도 삼계탕처럼 느껴질 만큼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이집 국물 특유의 걸쭉한 질감은 들깨가루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들깨가 입안에 구수한 맛을 은은하게 휘감으며 국물을 입에 착착 달라붙게 만든다.

고기는 아무리 건져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이 들어 있어 든든함을 준다. 동료 기자는 오리탕을 가장한 백숙이라 해도 될 만큼이라며 칭찬이 입에서 마르지 않는다. 먹어보면 '보양식다운 보양식을 먹는구나' 생각하게 된단다.

구수하면서도 든든한 오리탕 외에도 이집 음식이 믿음이 가는 이유는 원산지 표시를 철저하게 한다는 점이다. 메뉴판을 펼치면 첫머리에 "한우리오리탕은 엄선된 최고의 식자재와 신선하고 싱싱한 국산야채만 사용하며 김치, 된장, 고추장, 조선장, 장아찌, 젓갈 등은 직접 담가 식탁에 선보인다"며 자랑스럽게 기록해두고 있다. 아래에는 고춧가루, 소금, 메주콩, 젓갈 등의 원산지를 시·군 단위로 정확하게 기재해 신뢰를 높인다.

좋은 식자재는 곧 그 식당의 자부심이다. 당당한 자부심이 뚝뚝 묻어난다. 더욱이 식당 입구 한편에는 각종 식재료를 발효·저장해놓은 다양한 크기의 옹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더욱 믿음을 준다.

가격은 오리탕 1인분에 1만 3000원. 서민 주머니 사정에 비추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충분히 해낸다는 것이 주변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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