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17) 일본 이시카와현 42년째 제비 조사

2013년 5월에 한 제비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가 학생은 모두 1만2630명입니다. 아이들이 조사한 것이 모여 한 학교의 조사 결과가 되고, 이것이 223개 모여서 이시카와현 전체의 조사 결과가 됩니다. 올해도 빠진 학교 하나 없이 모든 소학교에서 참가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제비 성조(成鳥 : 번식 능력이 있는 어미 새) 1만3414마리, 둥지 1만2557개를 찾았습니다. 어미 새는 작년과 견주어 256마리가 늘었습니다. 날고 있는 제비와 새끼는 조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제비는 전년도와 견주어 줄었지만, 2012년부터 2013년까지는 2년 연속 증가하였습니다. 올해는 이른 봄의 날씨가 좋았고, 제비가 빨리 도착했기 때문에 수가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시카와현에서 하는 제비 조사는 올해로 42년째입니다. 조사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전문가가 아닌 소학교 학생이 하는 조사가 이처럼 오랜 기간 계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비 조사를 하는 일본 아이들. 장대 끝에 달린 거울을 통해 제비 둥지를 살펴보고 있다.

해마다 제비 조사를 하기 전에 교사들은 오랫동안 쓰고 있는 통학구역의 지도를 조사에 따라 나누고 준비합니다. 아이들의 주소를 보면서 조사 구역마다 아이들을 두세 명씩 배치합니다. 조사는 두세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조사 구역은 아이들이 잘 아는 곳이며, 이전 조사에서 아이들이 붙인 '제비스티커'가 있어서 둥지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비 조사는 지역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5월에 아이들이 조사지를 들고 길을 걷고 있으면 어른들이 "제비 조사하니? 우리 집에 둥지가 있으니까 보러 와.", "○○씨 집으로 가면 둥지가 있어" 같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아이들이 지역에서 제비를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도 제비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아이들은 제비에게 애정을 가진 어른들을 보면서 제비를 소중히 대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상승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8월에는 이시카와현의 소학교 학생 19명이 창원 우산초등학교에서 마을의 제비 조사에 참가했습니다. 조사할 때 만난 마을 주민은 말이 안 통하는 일본 아이들에게 몸짓으로 제비 둥지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습니다. 우산초교 아이들이 마을에서 제비와 둥지를 관찰하는 것을 알고 지역의 주민들이 제비를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시카와현에서 발행되는 후코쿠신문(北國新聞, 약 31만 부 발행)은 '이어지는 성과로 국제교류도'(8월 29일 자)라는 '이시카와현 소학교 학생들이 한국의 우산초등학교에서 한 여름 제비 캠프에서 만나 제비를 통해 서로의 마음이 이어질 수 있었다. 제비가 겨울 동안 머무르는 동남아시아 아이들과도 제비를 통한 교류·우호 증진 활동을 하고 싶은 꿈이 부풀고 있다'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내년 여름에 경남의 어린이들과 함께 이시카와현의 제비를 관찰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창원시와는 다른 환경에 사는 제비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진심으로 내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 시모자와 마사미(고향의 제비 총조사 검토위원회 이시카와현건민운동 추진본부)

/번역 :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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